"손댈 때마다 문제" 이재명도 절레절레…폭탄 된 부동산
李-吳 격차 17.6%p→26.6%p로 확대
토허제 해제 영향인 듯…결국 회군으로
盧·文·朴 때도 부동산이 지지율에 영향
정치적 불리에 손대기 어려워진 부동산
서울시가 '강남 3구'를 토지허가거래구역(토허제)로 한 달 만에 재지정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세훈의 토허제 회군'이라는 명칭까지 붙였다. 집값 상승 우려에 따른 조치라고 하지만, 정치적으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부동산 정책, 내놓으면 지지율 하락?
리얼미터의 3월 2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기 대선을 전제로 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 오 시장은 25.6%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1.8%를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오 시장은 3.4%포인트 내리고, 이 대표는 5.2%포인트 올랐다. 두 사람 간 격차는 17.6%포인트에서 26.6%포인트로 벌어졌다.
오 시장의 강남3구 토허제 해제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왔다. 이로써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정책과 지지율이 역의 관계라는 '함수'가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오 시장은 이번 회군으로 정치적으로 불리(不利)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지지율 하락세로 위기가 감지되긴 했지만, 단기적인 관측인 만큼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빠른 실수 인정과 사태 해결을 위한 정면 돌파가 향후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시장에게도 패배하고, 그로 인해 정권 재창출에도 실패한 것은 문재인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대표적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정 평가 이유 1위에는 2020년 10월 2주 이후 2022년 2월까지 매주 '부동산 정책'이 지목됐다. 부정 평가 이유 중 40~50% 가까운 응답자들이 부동산 정책이 가장 문제라고 혹평했다. 28번에 걸친 규제에도 아파트값은 역대급으로 상승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통령 부정 평가율이 40%포인트 상승하는 동안(2017년 대비 2021년 12월),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맷값 상승률(한국부동산원 및 KB부동산 기준)은 40% 올랐다.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사태 등 정치적 사건도 많았지만, 부정 평가율을 견인했던 것은 1~2달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책을 보는 것 같다면서 기시감을 느낀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수도권 투기 과열 지구 지정, 분양권 전매 제한, 종합부동산세 도입, 투기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조치들이 나왔지만 부동산 가격은 올랐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는 실거래가 등기부 부재, 종부세 강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내내 상승가도만 달렸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마치 평행이론처럼 규제를 남발했지만 집값은 되레 상승하며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근혜 정부 때 가중된 '전세난'도 탄핵 정국 여론에 불을 지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오 시장이 2021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것도 결국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동산 심판' 성향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투표율을 견인했던 곳이 공시지가 인상, 보유세 인상 등에 민감한 강남3구였기 때문이다.
◇ 반시장적인데 '성역' 된 부동산
유독 집값과 정치인 지지율이 관련성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사건은 비교적 단기적인 '해프닝'에 그치지만, 부동산 정책의 여파는 더 중장기적으로 유권자의 삶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10% 오르면 합계 출산율은 0.01명 감소하고, 조출생율은 0.095명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이번 오 시장의 '회군'을 두고 안타까움의 시선도 나온다. 반시장적 규제도 건들 수 없는 분위기가 돼간다는 것이다. 오 시장도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저는 여전히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토지거래허가제는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형성을 유도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자유 거래를 침해하는 반시장적 규제임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다음날 페이스북을 통해 "토지거래 허가제도는 토지의 무분별한 투기를 막기 위한 것이 본래 취지"라면서 "아파트 자유 매매조차 허가제로 한다는 것은 원래 취지에도 반하고 헌법상 자유민주적 경제질서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시적인 반등은 목격됐지만 부동산 시장 자체는 장기적으로는 하락 국면이다. 규제를 풀어야 할 때도 건드리지 못한다면 부동산 문제는 장기적으로 더 건드리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여론을 아는 듯, 이 대표는 지난달 말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부동산 정책은 손댈 때마다 문제가 된다"며 "가급적이면 (정책에) 손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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