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2억 내린 급매 나와"…토허제 4區, 발칵 뒤집혔다
“여기는 전세 끼고 사는 사람이 절대 다수인 동네인데 다 끝난 거죠. 부동산도 장사 안될 게 뻔해요. 오세훈 시장이 되지도 않을 걸 해서….”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얘기다. 인근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끼고 시세보다 5000만원 내린 매물이 있었는데 집주인이 가격을 더 내려도 좋으니 이번 주 안에 꼭 팔아달라고 읍소를 하더라”며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확대 지정한 지 하루 만에 해당 지역은 발칵 뒤집혔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중개업소 대표는 “국토부와 서울시 단속(현장 점검)이 있어서 꼬투리 잡힐까 잠시 문을 닫았던 업소들도 고객들 문의를 받느라 다시 연 곳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선 당장 거래가 끊길 게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에는 벌써 1억~2억 낮춘 급매가 나왔다”며 “소문에는 하루 만에 3억 내린 곳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토허제 4구’에 쌓인 아파트 매물은 20일 기준 2만5000가구에 육박한다. 강남구가 8463가구로 가장 많고, 서초구는 7447가구다. 송파구와 용산구는 각각 6808가구, 1928가구가 매물로 나와 있다.
금리 인하와 토허제 해제 영향 등으로 올해 이 지역 거래량은 급증했다. 중앙일보가 서울부동산광장을 분석했더니 올 1~2월 강남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80건으로 직전 두 달(422건)보다 61.1% 증가했다. 2월 실거래 신고 기한(30일)이 열흘 정도 남아있어 수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이 기간 용산구(199건)는 60.5% 늘었고, 송파구(816건)와 서초구(485건)는 각각 50%, 41.8% 증가했다.
토허제 4구는 전세를 낀 ‘갭투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토교통부가 강남 3구의 ‘임대차계약 승계비율’을 조사한 결과, 올해 2월 기준 갭투자 비율은 43.6%였다. 서울 전체 평균(37.5%)을 웃돈다. 지난해에도 40~48%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지난해 1~7월 기준으로 용산구의 갭투자 비율은 66.5%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였다.
24일부터 이들 지역에선 전세를 낀 아파트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거지역 기준 6㎡ 초과 주택은 매수자가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토허제 4구에 나와 있는 매물(2만4646가구) 중 1만 가구가량은 토허제가 다시 풀리기 전에는 매매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사람이 투기꾼만 있는 것 아니지 않느냐”며 “토허제 시행 전에 계약을 서두르려는 분들이 있지만, 집값 흐름을 더 지켜보려고 매물을 거두는 고객들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스터디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지방 발령 때문에 용산 집을 전세 끼고 팔려고 했는데 낭패” “송파구에 갭투자 하려 했는데 토허제로 목표가 사라졌다” 등의 불만 글이 쏟아지고 있다.
토허제 확대 지정이 '전세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서초구에 있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신학기 이사철이 끝나면서 줄어든 전세 매물이 더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희소한 곳”이라며 “이들 지역에서 전세 매물이 잠기게 되면 단기간에 임차 비용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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