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말이면 끝" 잠실 집주인 호가 내려도…떨이 노리는 매수자들

홍재영 기자, 김평화 기자 2025. 3. 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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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제 부활을 4일 앞둔 잠실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거래를 성사시키려 하지만, 매수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은 주말까지 마지막 거래를 시도하겠지만, 이미 많은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큰 변동없이 조용히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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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송파구 '트리지움' 단지 내 상가 공인중개사무소에 걸린 안내판/사진=홍재영 기자
토지거래허가제 부활을 4일 앞둔 잠실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거래를 성사시키려 하지만, 매수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급매가 쏟아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제한된 시간 내 거래를 완료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호가 낮췄지만 급매는 드물어"…마지막 찬스 노리는 매수자들
토허구역 재지정이 발표된 다음날인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인근 3696가구 규모 대단지 '트리지움'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들은 평소보다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단속을 피해 문을 닫아놨었지만, 지금은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 늘었다. 공인중개사들은 연신 전화를 받으며 상담을 진행 중이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토지거래허가제가 다시 시행되면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주말까지 거래를 마무리하려는 매도자들이 있지만, 급매물이 대거 나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호가를 5000만원 정도 낮춘 매물이 간간이 나오지만, 매도자들도 크게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라며 "반면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거라는 기대감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반년 만에 5000건을 넘기는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서울 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서 신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이날 기준 5171건으로, 작년 8월(6537건)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17일 서울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2025.03.17.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정부 조치로 거래 막혀 답답"…원주민들의 시선
트리지움 단지에서 만난 주민 조청길씨(85)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며 "나는 2~3년 후 집을 팔 계획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계획이 틀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토허구역으로 다시 지정되면서 기존 계약이 해약될 가능성을 걱정했다. 그는 "이 지역 아파트는 28억~29억원대인데, 단기간에 계약을 마무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갭투자를 계획했던 사람들은 대출 규제까지 겹쳐 이중으로 막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5일 만에 다시 규제를 가할 줄은 몰랐다"며 "정부가 개인 재산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40년 전에 1500만원 주고 산 집을 재건축해서 지금의 가치가 된 건데, 투기 세력으로 취급받는 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또 "80대 노인들은 직업도 없고 집 한 채뿐인데, 세금 부담이 점점 커지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눈치싸움 계속…'떨이 세일' 기다린다"
한 공인중개사는 "23일까지 계약을 체결하면 갭투자가 가능하지만, 이후부터는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해 거래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중개사는 "막판에는 가격이 더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마지막까지 기다리는 매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6개월 뒤 연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규제 재지정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자들은 풀릴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매도자들은 더 묶일 거라는 불안감이 있다"며 "결국 이 눈치 싸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은 규제가 시행될 때마다 출렁였지만, 토허제는 단기간 내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이번 재지정으로 인해 거래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은 주말까지 마지막 거래를 시도하겠지만, 이미 많은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큰 변동없이 조용히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르면 토허구역 지정 효력은 공고 후 5일 뒤인 24일부터 발생한다. 이번 주말이 규제없이 주택을 사고 팔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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