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든 곰 쏴 죽인 프랑스 엽사…동물단체는 "멸종위기 죽였다" 소송

프랑스 사냥꾼, 피레네 산맥에서 사냥 나서
어미 불곰 마주쳐 다리 물린 뒤 총으로 쏴
동물권 단체, 보호 종 죽였다며 소송 제기

프랑스의 한 사냥꾼이 자신에게 달려든 곰을 총으로 쏴 죽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지난 2021년 11월 20일 앙드레 리브스(81)는 피레네산맥에서 멧돼지 사냥에 나섰다가 불곰(브라운 베어)을 마주쳤다"고 보도했다.

리브스에 따르면 당시 숲에서 먼저 두 마리의 새끼 곰이 나타났고, 뒤이어 어미 곰이 나타나 달려들어 공격했다. 결국 리브스는 자신의 총으로 어미 곰을 쏴 죽였다. 리브스는 다리 상처를 입은 채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고, 구조 헬기 도착 전 동료가 출혈을 막아 생명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조사 결과 총을 맞은 어미 곰은 사냥 허가 구역에서 400m 떨어진 외곽에서 숨졌다.

그러나 불곰은 프랑스와 스페인을 분리하는 피레네산맥의 보호 종이어서 문제가 생겼다. 20여개에 달하는 동물권 단체가 리브스를 상대로 멸종 위기인 곰을 쏴 죽였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리브스 등 사냥에 참여한 사냥꾼 15명은 피레네산맥에서 가장 오래된 보호구역 중 하나인 몽발리 자연보호구역에서 사냥한 혐의 등 다양한 범죄로 기소됐다.

다만 리브스는 재판에서 "총을 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새끼들이 먼저 숲에서 나왔을 때, 나는 감탄하며 그들을 바라봤다. 그때 뒤이어 어미 곰이 나왔고, 나와 눈이 마주친 후 그대로 나에게 돌진했다"고 전했다.

이어 "어미 곰이 내 왼쪽 허벅지를 움켜쥐었고, 나는 당황에서 총을 쐈다"며 "어미 곰은 으르렁거리며 뒤로 물러났지만, 계속해서 주위를 돌아다니다 내 오른쪽 종아리를 물었다. 그러다 넘어진 내 다리를 물어뜯으려고 했고, 나는 소총을 재장전해 어미 곰을 쐈다"고 설명했다. 지역 사냥 연맹 회장인 장뤼크 페르난데스는 리브스의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는 "어미 곰이 자신을 공격하는 채로 내버려 둬야 했느냐"며 "그는 자신을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동물권 운동가들은 "곰은 기후 위기 등으로 위협받는 취약한 산악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보호 종인 암컷 곰을 죽음에 이르게 한 범죄를 저지른 것인데, 어느 정도까지 (방어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겠냐"라고 따져 물었다.

기소된 사냥꾼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간판을 보여주며 "당신이 어디쯤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할 것"이라며 "보호 구역의 경계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사는 "사냥꾼의 의무는 당신이 사냥하는 곳을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