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백종만 (14) 죽여달란 아이 보며 간절한 마음에 새벽기도 시작

이현성 2025. 3. 19.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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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은 내게 제2의 생일이다.

당혹스러웠고 순간 화도 났지만,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아빠, 저도 같이 한국에 가고 싶어요. 더는 혼자 못 살겠어요. 아빠, 한국에 같이 가요." 아이와 호텔 카페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아내에게 전한 뒤 다 함께 한국에 가기로 했다.

아이의 건강이 절박해 하나님과 거래하듯 시작한 새벽기도였지만, 20년이 지난 뒤 돌이켜 보니 그 새벽 기도가 지금의 날 만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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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 자살 충동 느끼는 아이
점점 심해져 매일 죽고 싶다 하소연
첫 새벽 시간 주님께 바치기로 다짐
거의 건강 회복… 목회자의 길 걸어
백종만 YPP 회장은 새벽기도 시간엔 하루 중 어떤 때보다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다며 “새벽기도 시간을 지키기 위해 늦어도 오후 10시엔 잠자리에 든다”고 말했다. 사진은 백 회장이 2023년 5월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기도하는 모습. 백 회장 제공


7월 15일은 내게 제2의 생일이다. 자녀 중 한 명이 중학교 3학년이었을 때다. 아이는 기숙사가 있는 미국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페어런츠 위켄드(Parents Weekend)’에 참석하라고 했다. 기숙사에 있는 자녀가 부모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행사 덕분에 우리 부부는 기숙사 인근 호텔에서 함께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아이는 나와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나한테만 하고 싶은 얘기가 도대체 뭘까.’ 둘만 호텔 로비에 있는 카페로 내려갔다. 아이는 마음속 깊이 꾹꾹 눌러 뒀던 말을 꺼냈다.

“아빠, 나 안락사시켜 주세요.”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너 지금 뭐라고 했니. 그게 무슨 소리야?” “죽게 해달라고요. 안락사라는 게 있대요. 부모가 허락하면 방법이 있나 봐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 당혹스러웠고 순간 화도 났지만,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네가 미국에서 혼자 살기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방금 네가 ‘아빠가 살아 있는 동안은 살 수 있겠다’고 했지. 아빠가 살아 있는 동안은 살아 보자. 그리고 아빠가 미국 다시 오면 그때 다시 얘기해보자. 그럴 수 있겠지?” 아이는 “그렇게 하겠다”며 동의했다.

아이를 학교로 돌려보내고 공항에 가는 날, 전화를 걸었는데 아이가 울먹였다. “아빠, 저도 같이 한국에 가고 싶어요. 더는 혼자 못 살겠어요. 아빠, 한국에 같이 가요….” 아이와 호텔 카페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아내에게 전한 뒤 다 함께 한국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이의 우울증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죽고 싶다”고, “죽게 해달라”고 밤낮없이 하소연했다.

죽고 싶다는 아이를 보면서 기도가 간절해졌다. ‘회사 일이 바쁜데 언제 어떻게 기도를 드릴 수 있을까.’ 새벽에 일어나는 법밖엔 도리가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아이를 살려 달라며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렸다. 이 아이를 살려 주시면 내 평생 새벽기도를 쉬지 않겠다고 서원했다. 2002년 7월 15일, 새벽 첫 시간을 하나님께 바치기로 다짐한 날이다. 그날 이후, 서울에 있을 때는 물론이고 전 세계 어디로 출장을 가든 새벽 기도를 빠뜨리지 않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아이는 거의 다 회복됐다. 지난달엔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아이의 건강 문제로 아내도 기도의 사람이 됐으니 지금 돌아보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동안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면서 잊지 않았던 습관은 말씀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주일예배 설교를 들을 때처럼 설교 내용을 메모했다. 그렇게 20년을 쓰니 말씀 노트가 여러 권 보물처럼 쌓여 있다. 이 노트는 지금은 아이가 나보다 더 소중히 여기고 있다. 훗날 목사 안수를 받으면 아버지의 말씀 노트를 참고해 설교를 준비하고 싶다고 한다.

아이의 건강이 절박해 하나님과 거래하듯 시작한 새벽기도였지만, 20년이 지난 뒤 돌이켜 보니 그 새벽 기도가 지금의 날 만들어 왔다. 기도는 하나님과 가장 친밀한 교제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정리=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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