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 깬 새벽공습…어린이·여성·노인 무차별 희생
이스라엘이 18일 가자지구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개시했다. 지난 1월 19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협정을 맺고 공격을 멈춘 지 두 달 만이다. 이로써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오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은 사실상 끝났다.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는 이날 새벽 공동성명을 내고 “현재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 테러 조직에 속한 테러 목표물에 광범위한 공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가자지구에 대한 전투를 재개했다”고 말했다.
사전 경고 없이 벌어진 이날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무부 수장 마무드 아부 왓파를 비롯한 하마스 고위 인사가 최소 5명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주민들도 대량으로 희생됐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최소 40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민방위국에 따르면 사망자 중엔 어린이와 여성·노인이 다수 포함됐으며 부상자도 수백 명에 이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개시 이유로 하마스가 인질 석방과 미국의 1단계 휴전 연장 제안을 반복적으로 거부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는 군에 가자지구의 하마스 테러조직에 맞서 강력히 행동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하마스가 우리 인질을 석방하기를 거듭 거부하고 미국 대통령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중재국으로부터 받은 모든 제안을 거부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습을 통해) 일방적으로 휴전 협정을 종료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를 비롯한 이스라엘 극단주의 정부는 휴전 합의를 뒤집으면서 가자지구 포로(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들 운명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경고했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급습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의 인질을 납치했던 하마스는 이후 벌어진 전쟁에서 인질을 조금씩 석방했다. 지난 1월 19일 1단계 휴전 협정 시행 후엔 인질 30명과 시신 8구를 돌려주고,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1900명을 이스라엘로부터 넘겨받았다. 현재 가자지구엔 59명의 인질이 남아 있다.
이날 공격으로 휴전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양측이 합의했던 42일간의 1단계 휴전은 이미 지난 1일 종료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중재국들과 휴전 연장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난항을 겪었다. 하마스는 당초 합의대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군과 종전 합의 등 ‘휴전 2단계’로의 이행을 요구했다. 반면에 이스라엘은 철군 없이 인질만 추가 석방하는 휴전 1단계 연장을 요구해 왔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이스라엘은 이달 들어 전투 재개를 모색해 왔다. 1단계 휴전 종료 이튿날인 지난 2일 국제사회가 보낸 구호품의 가자지구 반입을 전면 중단했다. 9일엔 전기 공급까지 차단했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을 극한 상황에 몰아 하마스를 압박하는 ‘지옥 계획’에 착수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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