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기자들에게 묻다 : ‘3점슛 4000개’ 가장 기억에 남는 커리의 3점슛은?
[점프볼=편집부] 스테픈 커리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14일 새크라멘토 킹스와의 홈경기에서 NBA 역사상 최초로 4000개째 3점슛을 돌파한 선수가 됐다. 2위 제임스 하든과도 900개 가까이 차이가 나기에 가히 절대적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많고 많은 3점슛 중 가장 기억에 남는 3점슛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의 3점슛을 추월할 주자는 있을지, 마지막으로 지미 버틀러 합류 후 무섭게 상승세를 타고 있는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우승 전망도 논했다.
참여패널 = 염용근(네이버 오늘의 NBA), 손대범(본지 편집인/KBS해설위원), 이규빈, 한찬우, 백종훈, 유석주(본지 NBA 패널)
Q1. 커리의 가장 기억에 남는 3점슛은? (정규시즌, 플레이오프 무관)
염용근_ 2015-2016시즌 2월 29일, 오클라호마시티 원정 연장전에서 터트렸던 워크 오프 3점슛. NBA 패러다임이 바뀌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던 명장면이다. 로고(logo) 3점슛 개념이 없던 시절에 림 기준 32피트 거리 얼리 오펜스 3점슛을 작렬시켰다. 심지어 판타지 스타의 기행을(?) 자주 접한 동료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그 순간 농구의 슈팅 역사가 새로운 물줄기를 탔다고 표현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이규빈_ 가장 기억에 남았던 커리의 3점슛은 NBA 무대가 아닌 국제무대에서의 3점슛이었다. 바로 지난 2024 파리올림픽 4강전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의 역전 3점슛이다. ‘어벤져스’로 불렸던 미국은 한때 세르비아에 17점 차까지 뒤지며 4강 탈락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커리의 엄청난 3점쇼로 추격에 성공했고, 역전도 커리의 3점슛으로 만들었다. 역전 3점슛을 성공한 후 커리의 세리머니는 전율 그 자체였다. 만약 커리의 3점슛이 없었다면, 파리 올림픽에서 미국의 우승 드라마도 없었을 것이다.
백종훈_ 2021년 12월 15일,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커리가 터트린 2,974번째 3점슛이 기억에 남는다. 해당 3점슛 성공을 통해 커리는 NBA 역사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시킨 선수가 됐다. 이 3점슛을 통해 이견이 없는 3점슛 분야 GOAT(Greatest Of All Time)에 오른 순간이기에 기억에 남았다. 성공 직후, 커리가 본인의 가슴을 치며 포효하는 순간도 멋있었다.
한찬우_ 2015-2016시즌 오클라호마시티와의 연장 승부를 끝내는 3점 버저비터. 이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리그 최다승 기록도 세우고 커리는 만장일치 MVP가 됐다. 가장 상징적인 3점슛으로 기억된다. 이후에 많은 선수들이 이 팀을 오고 갔지만, 커리는 팀에 남아 대기록에 한 걸음씩 다가갔다. 정규시즌 숫자에 카운트 된 것은 아니지만 2022년 파이널도 기억난다. 보스턴을 상대로 3점슛 7개를 넣은 4차전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그때 신은 농구화 색깔까지 기억날 정도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커리의 4,000개 3점슛을 모두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길이는 무려 7시간 5분이다.
유석주_ 2017-2018시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파이널 2차전, 4쿼터 8분경 커리의 3점 슛이 기억에 남는다. 샷 클락 1초를 남기고 케빈 러브 앞에서 터뜨린 레인보우 샷이었는데, 비하인드 백 드리블을 하다 공을 흘렸음에도 비정상적인 슛 셀렉션으로 기록한 득점이라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괴상할 만큼 특별한 궤적의 공이 림을 통과한 순간, 클리블랜드의 평정심은 그대로 무너졌다. 당시 골든스테이트 쪽으로 어느 정도 승기가 기울었던 만큼 다른 하이라이트에 비해 극적이진 않지만, 상대가 다 막았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득점하는 커리의 무서움을 상징하는 것 같아 선정했다.
손대범_ 이번 시즌 11월 13일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홈경기가 기억난다. 많은 3점슛이 떠오르지만, 아무래도 현장에서 그 열기를 같이 체험했기에 더 기억에 남아있는 거 같다. 무엇보다 오랜 동료였던 클레이 탐슨이 원정팀 선수로 방문해 치른 첫 경기였는데, 환영은 환영대로 감동적으로 해주고 실속은 잘 챙긴 경기였던 거 같다. 커리는 이날 마지막 12점을 혼자 다 넣었다. 역전을 끌어낸 3점슛, 4점차로 달아나는 중요한 3점슛도 성공시켰다. 118-114를 만드는 마지막 3점슛을 넣고 카메라를 향해 포효하던 모습, 그 3점슛 하나로 지붕이 뚫릴 듯한 함성이 울려 퍼지던 체육관의 열기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 3점슛으로 10년 넘는 세월 동안 골든스테이트를 움직여왔다.
Q2. 3점슛 4000개. 이 기록을 추월할 선수가 있을까?
염용근_ 2001년생 23세 앤써니 에드워즈가 역대 최연소, 최단 경기 3점슛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있다. 2024-2025시즌 들어서는 경기당 평균 3점슛 10개 이상 시도 중이기도 하다. 커리가 만든 세계관에서 퍼리미터 지역 슈팅이 장려되고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애당초 2000년대 데뷔 선수들은 커리의 슈팅 퍼포먼스를 동경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손대범_ 처음 NBA를 접할 때 카림 압둘-자바의 통산 득점은 불멸의 기록이라 소개됐다. 그런데 4만 득점이 나왔고, 새로이 계속 카운트되고 있다. 그걸 보면서 ‘안 될 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고득점 + 슈팅의 시대를 맞아 3점슛 시도는 더 늘고 있고, 선수들의 커리어도 길어지고 있다. 커리가 커리어를 마칠 때 3점슛을 몇 개까지 넣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도전을 받을 것이다. 언젠가 데뷔할 후배에 의해서라도 말이다. 현역 중에서는 테이텀이 계속 볼륨을 키워가고 있다. 올 시즌은 3.6개씩을 넣고 있는데 절대적인 공격 권한을 가진 테이텀이라면 커리의 누적 기록에 가장 근접할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앤써니 에드워즈도 마찬가지로 올 시즌에 성공률 40.5%, 4.1개씩을 꽂고 있다.
이규빈_ 냉정히 마땅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한 명을 뽑아야 한다면, 제이슨 테이텀을 뽑고 싶다. 일단 개인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스텝백 3점슛과 스팟업 3점슛 등 자유자재로 3점슛을 구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소속팀 보스턴 셀틱스가 역대급 3점슛 ‘몰빵’ 농구를 펼치고 있다. 아직 젊은 선수이고, 앞으로 비슷한 나이대의 선수 중 가장 많은 3점슛을 시도할 것이 확실하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한찬우_ 커리의 기록을 만만하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 농구의 트렌드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많은 선수들이 더 많은 3점슛을 던지고 있다. 2015-2016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3점슛 31.6개 시도로 리그 1위였다. 올 시즌 31.8개를 시도하고 있는 덴버 너게츠는 이 부문 리그 최하위다. 그만큼 3점슛의 파이 자체가 달라졌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커리의 기록에 근접할 선수들은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점슛 기록 달성의 조건은 크게 3가지다. 엄청난 3점슛 능력은 물론이고, 팀 내 비중있는 역할을 맡으면서도 오랜 기간 뛰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고려한다면 그나마 앤써니 에드워즈가 떠오른다. 팀 에이스이자 철강왕이다. 올 시즌부턴 3점 효율도 크게 개선했다. 올 시즌처럼 커리어 내내 활약한다면 4000개에 근접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사이에 커리는 4500개와 5000개도 깰지 모른다.
백종훈_ 커리도 16년 차인 노장이고, 커리가 데뷔했을 때보다 3점슛의 가치가 높아져 리그 전체적으로 3점슛을 던지는 선수가 늘었다. 그럼에도 현역 선수 중에는 커리의 기록을 능가할 선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커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금자탑을 넘기 위해서는 매 시즌, 200개의 3점슛을 20시즌 동안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3점슛 개수를 늘린 에드워즈가 대항마가 될 수도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다고 생각한다.
유석주_ 커리의 3점이 특별한 이유가 단순히 많이 들어가서는 아니다. 빠른 셀렉션과 동반된 정교함, 쉬지 않고 움직이는 풍부한 활동량 등이 지금의 커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막을 수 없는 자신만의 무기가 있는가, 혹은 볼륨을 많이 쌓느냐다. ‘알아도 못 막는다’에 초점을 둔다면, 압도적으로 높은 타점에서 쏘는 빅맨들이 볼륨을 끌어올렸을 때 커리의 기록을 넘볼 수 있을 듯하다. 실제로 빅터 웸반야마는 데뷔 후 94경기 만에 NBA 통산 200번째 3점 슛을 달성, 성공률과 별개로 커리(99경기)보다 빠른 페이스를 보였다. 반대로 볼륨 생산에 초점을 맞춘다면, 에드워즈나 테이텀처럼 소속팀이 3점을 장려하면서도 공격 비중이 높은 선수가 주인공이 될 것이다. 새삼 둘 다 해당하는 커리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Q3. 골든스테이트의 상승세가 거세다. 과연 이 팀이 정상에 설 가능성을 %로 말한다면?
염용근_ 부상자들이 모두 복귀했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에 손발을 맞춰볼 수 있게 되었다. 커리, 드레이먼드 그린, 지미 버틀러 등 30대 중반 노장들 출전 시간 관리 역시 깔끔하다. 관건은 상성 상으로 까다로운 팀들을 플레이오프 트리에서 피할 수 있을지다. 플레이-인 토너먼트 없이 직행한다는 가정하게 컨퍼런스 파이널 이상 성과도 노려볼만하다. 단, 파이널 우승 전망은 회의적이다.
이규빈_ 버틀러 트레이드 직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버틀러 합류 후 골든스테이트는 공수가 완벽한 우승 후보의 면모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승권 팀이라고 할 수 있는 절대적 강팀과 맞대결이 적다. 즉, 새로운 골든스테이트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물론 가능성은 버틀러 트레이드 전보다는 높아졌다. 그래도 10% 정도라고 생각한다.
한찬우_ 골든스테이트는 리그 6위다. 시즌 초중반만 해도 리그 10, 11위에 머물며 플레이-인 토너먼트 진출조차 걱정했다. 미드시즌 트레이드를 기점으로 팀이 확 바뀌었다. 버틀러의 가세와 기존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이 컸다. 그래도 아직 우승은 시기상조다. 플레이오프 하나하나 쉽지 않을 것이다. OKC, 덴버, LA레이커스 등 강하디강한 팀들이 많다. 이들을 제치고 나도 동부 챔피언 팀과 파이널에서 또 승부해야 한다. 그래도 현재 기준 가장 강한 서부 네 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파이널까지 고려하면 확률은 1/8. 12.5%라고 생각한다.
백종훈_ 현재 기세가 정말 매서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골든스테이트의 순위는 서부 컨퍼런스 6위다.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위치에 가깝다. 또한, 강력한 우승 후보인 오클라호마시티썬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보스턴 셀틱스 등을 상대로 7전 4선승제 시리즈에서 승리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커리, 버틀러, 그린 등 승리하는 방법을 아는 베테랑들이 있기에 우승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약 10%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석주_ 버틀러가 부상으로 빠지지 않는다면 70%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달 8일, 버틀러가 푸른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뒤 골든스테이트는 16경기 14승 2패로 놀라운 행보를 보였다. 경기당 공수 득실 마진을 뜻하는 ‘넷 레이팅’에서도 12월 23위 -> 3월 4위까지 상승했을 만큼, 황금 전사들에게 버틀러는 유의미한 존재다. 공수에서 커리와 그린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두 선수만큼의 영향력을 코트 전체에 끼친다. 그럼에도 30%를 뺀 이유는, 현 전력의 골든스테이트가 향후 리그 일정에서 클리블랜드와 보스턴 셀틱스, 오클라호마시티썬더 같은 압도적인 우승 후보들을 만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적인 측정이 불가하기에 10%씩 줄였다. 하지만 트레이드 전까진 골든스테이트의 우승을 논하던 이가 거의 없었던 만큼, 버틀러가 있는 현재의 워리어스가 얼마나 강한지 느끼게 만드는 질문인 것 같다.
손대범_ 시즌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게 슬플 정도로 지금 버전의 워리어스 농구는 너무나 보기 즐겁다. 지미 버틀러 효과는 기록이 아닌 기능으로 봐야 한다. 시너지가 발휘되면서 개개인의 역량도 다 올라온 느낌이다. 다만, 서부 강팀들과 더 겨뤄보면 좋겠는데 이 부분이 좀 아쉽다. 지금 분위기를 이어가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피한다면 더 높은 무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파이널 진출 가능성은 60% 정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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