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값 불안 불쏘시개 된 서울시 토지거래허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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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둔감 노출…대선 의식한 선심성 뒷말까지
토허제 재지정 서둘러 집값 상승 열기 식혀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민 평형 아파트에서 불과 몇 주 만에 6억~7억원 뛴 곳도 나왔다. 자고 나니 집값이 뛰었다는 부동산 광풍이다. 강남권 집값이 뛰자 비강남권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집값도 이달 둘째 주부터 확연한 상승세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의 ‘트리거’로는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가 지목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토허제 구역에서 해제한 지 한 달 만에 이 일대 아파트 거래량이 72%가량 급증했다. 평균 매매가는 그사이 1억원가량 치솟았다. 서울시는 처음엔 “호가만 올랐을 뿐 실제 영향은 없다”고 했으나 최근 집값 불안이 확산하자 “거래 신고량이 늘어나면서 전후 거래량도 증가한 것”이라며 토허제 재지정 검토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집값 상승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애초 토허제를 해제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자 이미 서울 집값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여기에 이사철까지 겹치는 2월 중 토허제를 해제한 것은 집값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해제 과정에서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했으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당국과도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역대 정부가 실패를 거듭했을 만큼 부동산은 민감한 문제다.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가 3년여 만에 인하로 방향을 트는 국면에서 토허제를 해제한 것은 정책 둔감성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집값이 들썩이는 시점에 관계기관과의 종합적인 조율도 없이 토허제를 해제한 것을 두고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오 시장이 지역 주민에게 환심을 사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돌고 있다. 서울시는 이제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토허제 재지정을 앞당기는 게 마땅하다.
집값이 뛰자 가계부채 관리는 비상이 걸렸다. 명절 상여금 등 효과로 1월엔 감소세를 보였던 가계대출은 지난달 4조3000억원 증가세로 전환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한국이 캐나다에 이어 세계 2위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어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중심으로 주댁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신청을 면밀히 지켜보기로 했다. 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의 자금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제 안정을 위해 집값은 어떤 경우에도 불안해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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