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시오바라 유타 日 에이지테크놀로지 CEO | “韓 거주 일본인 위한 모바일 상속 서비스 강화할 것”
일본에서 ‘소유자 불명 토지’ 면적이 4만1000㎢(2016년 기준)에 달한다. 일본을 구성하는 네 개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규슈(九州·3만6753㎢)보다 넓다. 서울 면적의 67배로, 일본 전국 토지의 24%에 해당한다. 소유자 불명 토지는 명의자 사망 후에도 상속 등기가 되지 않았거나 명의자와 연락이 두절돼 소유자가 불명확한 토지를 뜻한다.
2017년 1월부터 국토교통성 자료를 토대로 소유자 불명 토지에 관한 실태 조사를 벌여 이런 결과를 내놓은 ‘소유자 불명 토지 연구회’는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2040년엔 소유자 불명 토지가 720만㎢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홋카이도(北海道·780만㎢) 면적의 90%에 해당하는 토지가 주인 없는 땅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소유자 불명 토지가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인구 감소, 고령화로 인해 토지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토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졌다. 부동산 가치가 높은 한국 상황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본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3대 도시권으로 이주한 사람 중에는 지방에 거주하던 부모가 사망해도 상속 등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일부는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법무사 비용, 부동산 취득세, 재산세 부담을 피하고자 상속 등기를 하지 않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초고령사회 일본의 사망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은 소유자 불명 토지가 늘어나는 원인이다.
한국도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와 대도시 집중을 겪고 있기에 앞으로는 지방 도시와 농어촌을 중심으로 소유자를 특정하기 힘든 토지가 발생해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소유자 불명 토지가 늘어나면 재산세를 징수하기 어렵고, 소유자를 찾는 행정 비용이 발생하는 등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이에 온라인을 통해 복잡한 상속 절차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의 ‘에이지테크놀로지(AGE technologies· 이하 에이지테크)’ 최고경영자(CEO) 시오바라 유타(33)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시오바라 CEO는 “상속에 관한 등기 신청이나 은행예금 상속은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에이지테크가 운영하는 ‘소조쿠닷컴 부동산(so-zo-ku.com Real Estate·2020년 1월 출시)’ ‘소조쿠닷컴 예금(so-zo-ku.com Bank Accounts·2022년 5월 출시)’은 상속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상속 절차를 편리하게 해주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2018년 에이지테크를 창업한 계기는.
“에이지테크를 창업하기 전, 중소기업 소유자의 사업 승계, 상속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다. 이곳에서 회사 경영권과 직결된 지분을 어떻게 승계할것인지, 상속세 전략 등 전문 컨설팅을 제공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 비용은 높았고,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없었다. 광고 대행사, 앱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에 근무한 경력을 살려 나머지 90%의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이지테크를 설립했다.”
고령자 친화적 기술을 뜻하는 에이지테크를 사명으로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2020년쯤, 실리콘밸리에서 고령화사회와 관련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에이지테크라는 용어로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조쿠닷컴 부동산은 고령화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 출시할 서비스도 같은 목표로 운영할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사명을 결정했다.”
에이지테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에이지테크는 복잡한 상속 절차를 스마트폰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소조쿠닷컴 부동산과 소조쿠닷컴 예금이라는 두 개의 서비스를 운영한다. 소조쿠닷컴 부동산은 상속으로 인한 재산 소유권 이전을 처리하고, 소조쿠닷컴 예금은 상속된 은행 계좌 및 예금에 대한 인출을 관리한다. 두 서비스 모두 다양한 신청서를 자동 생성할 수 있는 인터넷 기반 시스템으로, 모든 진행 상황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에서 사망자의 부동산 상속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뭔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상속 절차가 복잡하다. 민법의 요구 사항을 준수해야 하고, 가족 관계 증명 및 관련 서류 수집, 가족 관계도 작성, 다양한 신청서 준비 등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상속 절차가 복잡하기에 상속된 부동산을 방치하는 사람이 많다. 상속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이들은 상속 절차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긴다. 일본에서 세대를 거쳐 상속되는 자산은 연간 약 50조엔(약 461조1700억원)으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한다. 하지만 상속 자산 대부분은 주로 도쿄로 이전된다. 상속인이 도쿄 등 도시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로 이주한 이는 ‘고향의 부동산을 상속받아도 사용할 일이 없다. 매년 재산세를 내기보다 상속받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상속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은가. 관공서를 통해서도 처리할 수 있지 않나.
“상속 방법과 가족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0~20개 이상의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물론 상속인이 관공서를 찾아 지원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전에 전화예약을 해야 하며, 단 하나의 서류를 발급받는 데 30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소조쿠닷컴 부동산을 사용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소비하지 않을 수 있다.”
소조쿠닷컴 요금을 정액제로 한 이유는.
“정액제는 소조쿠닷컴 부동산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다. 우리는 상속 절차에 관련된 상속인 수나 자산 액수와 관계없이 세금을 제외하고 8만5000엔(약 78만원)을 받는다. 일본 전역의 사람이 우리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고안한 전략이다. 우리는 소조쿠닷컴 부동산이 부유층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재정 상황과 관계없이 일본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되길 바란다. 고객이 상속할 때 추가 비용에 대한 걱정 없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일본의 부동산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추가로 구상 중인 서비스와 향후 목표는.
“2020~2024년 5년 동안 4만 건 이상의 상속을 처리했지만, 일본에서 연간 발생하는 상속의 1% 미만이다.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며 부동산 매매, 빈집 관리, 청소 서비스 등 상속 이후의 서비스를 강화하려 한다. 이외에도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상속 등기 의무화 제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려 한다.”
일본 정부는 소유자 불명 토지를 줄이기 위해 부동산 등기법을 개정, 2024년 4월 1일부터 토지 소유자가 사망한 이후 상속인이 토지 취득을 인지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상속 등기를 신청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정해진 기한 내에 상속 등기를 마치지 않으면, 10만엔(약 92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국 진출 계획은 없나.
“아직은 없다. 단, 한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상속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일본 내 자산 관리와 절차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 한국에는 4만 명이 넘는 일본인이 거주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상속 문제를 에이지테크 서비스가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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