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일본 탐구 <63> 편의점형 헬스장 '초코잡'] 저가·소형 매장으로 블루오션 개척, 일본 1위 헬스장으로 등극
일본은 20년 이상 저성장과 초고령사회를 겪고 있다. 2024년까지 16년 연속 인구 감소가 겹쳐 내수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게다가물가가 계속 오르며 실질임금이 떨어져 소비자는 코스트와 가격에 아주 민감하다. 이런 시장 환경 속에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미개척 시장)을 찾아 성공한 기업도 나타났다. 편의점형 헬스장 ‘초코잡(chocoZAP)’으로 급성장한 라이잡(RIZAP)이 대표적이다.
세토 다케시(瀨戶健) 라이잡 창업자 겸 사장은 2003년 건강식품 판매회사를 설립한 뒤 2012년에 일대일 퍼스널 헬스장으로 피트니스 업계에 진출했다. 그는 2022년 새 헬스장 브랜드 초코잡을 내놓으면서 3년 만에 매장 1750개, 회원 130만 명을 돌파했다. 회원 수 기준 일본 1위다. 초코잡은 저비용,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통해 성공했다.
초코잡 매장은 2025회계연도(2026년 3월 말까지)에 20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회사 전체 매출은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1663억엔(약 1조6211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24회계연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었다. 헬스장 및 뷰티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라이잡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한다.
초코잡, 저가와 소형 매장으로 승부
라이잡이 2022년 내놓은 초코잡은 편의점형 헬스장으로 불린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자기 관리를 원하는 고객에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스마트 라이브 헬스장’ 을 내세웠다. 초코잡은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시설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원 입회비는 5000엔(약 4만8700원)이며, 윌 회비도 3만원을 넘지 않는다. 반면 회원은 전국 1750여 개 매장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헬스장과 함께 앱을 통한 건강 어드바이스, 미용, 오락 등의 서비스도 추가 요금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초코잡이 저렴한 가격을 제공할 수 있는데는 소형 편의점(10~20평) 크기의 콤팩트 전략이 있다. 크기가 작다 보니 거리 상점가는 물론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입주하는 사례도 많다. 2024년 12월 말에는 구마모토국제공항에 매장을 열어, 공항까지 진출했다. 일본에서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헬스장이 국제공항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구마모토현에 대만 TSMC의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면서 대만, 홍콩 등 외국인의 공항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며 “비즈니스맨은 물론, 공항 직원, 지역 주민도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공항의 이용객 특성을 고려해 회원이 아닌 일반인도 1회 이용권(약 5000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급팽창하는 '건강 수명 늘리기' 시장
요즘 일본 업계에서는 직원의 건강을 기업 자산으로 여기는 ‘건강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업은 근력 운동이나 식생활 습관 개선을 지원하고, 이를 사원 채용 전략으로 활용한다. 덕분에 근력 운동을 즐기는 일본인은 꾸준히 증가하며 헬스장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제조 업체 구보타의 경우 2024년 10월, 복리 후생의 하나로 글로벌기술연구소에 초코잡을 만들었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걸 목표로 한다. 아이치현에 있는 메이쇼운수는 3년 전부터 ‘근력 운동 인재’를 대상으로 헬스장 회비와 건강 보조 식품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심각한 운전기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근력 운동과 일을 병행하고 싶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사카와 스포츠재단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연 1회 이상 근력 운동을 하는 일본인은 1640만 명에 달한다. 최근 20년 새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모리타니 도시오 교토대 명예교수(스포츠 의학)는 “근육은 노화 방지에 중요한 생리 활성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 장수’와 직결되며, 의료비 절감 등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초코잡 고속 성장 비결은,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47세 세토 사장의 실행력
초코잡이 서비스 시작 3년 만에 1750개 넘는 매장을 차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올해로 47세인 창업자 세토 다케시 사장에게 비결을 들어봤다.
이런 속도로 매장을 늘려도 문제가 없나.
“오히려 1750여 개 매장은 아직 부족한 것 아닌가.”
피트니스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피트니스 산업은 경제가 성숙한 사회에서 성장하는 산업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직후 먹는 것에만 몰두하느라 남의 시선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눈앞이 아닌 미래를 바라보게 됐고, 물질이 아닌 ‘정신적 행복’을 찾게 됐다. 옷도 예전에는 몸을 감싸는 실용품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는’ 물건이다. 그런 부가가치를 위해 돈을 내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행위는 성숙한 사회이기 때문에 요구되는 것이다.”
회원이 급증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특징인가.
“미용이든 트레이닝이든 목적이 다양하다. 부가가치에 대한 생각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돈을 받는 대가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회사는 고객에게 ‘사람이 변화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스물네 살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성공했는데.
“사업을 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처음에는 콩으로 만든 건강 보조 식품을 취급했는데, 팔리지 않았다. 자본금으로 마련한 돈이 점점 줄어들어 아내가 1000원짜리 주먹밥을 사 들고 온 적도 있다. 돈 때문에 부부 싸움도 많이 했다.”
사업이 호전된 계기는.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쿠키’를 증정했는데, ‘이걸 팔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식사 대용으로 먹고 있다’는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쿠키에 영양을 더해 다이어트 식품으로 만들면 팔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두유 쿠키 다이어트’가 대박이 났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직원과 소통이 중요하던데.
“그룹 직원 수가 7000명을 넘어서 개별적인 대화가 어려워졌지만, 본질적인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직원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사장실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시간 절약을 위해 회의는 가급적 하지 않고, 서서 이야기하면서 결론을 내린다. 직원과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버리지 않고 ‘수단’을 바꿨다.”
실행력이 좋다는 평가도 있던데.
“망상만 하는 것을 싫어한다. 가능하면 생각나는걸 바로 실행에 옮기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실행할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한다.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 생각은 멈추고 실행이 멀어진다. 실행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계획은.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본과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을 만들어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자아실현을 경험하게 하고,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1750여 개 매장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서비스를 더 확장하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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