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신고한 집회, 400명뿐… “세 과시” 뻥튀기에 시민들 골탕
“텅 빈 도로 왜 막나” 운전자 분통… 시민 불편-공권력 낭비 끝 안보여
“삼진아웃제-과태료 등 고려해야”
● 신고는 3만 명, 실제론 1200명
문제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경찰의 인적, 물적 자원도 소모된다는 점이다. 취재팀이 살펴본 17일 서울의 한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은 이른 오전부터 2개 차로를 경찰이 통제했다. 출근길 차들이 일대를 우회하며 정체가 벌어졌다. 통제된 도로를 떨떠름하게 바라보던 직장인 박모 씨(56)는 “저렇게 텅 비어 있는데 이렇게 도로를 막고 통제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현장 경찰은 “출근 시간에 집회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고 안내하면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진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8시 15분경 살펴본 탄핵 찬성 측 집회 현장도 비슷했다. 신고 인원 2만 명의 3%에 불과한 600여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집회를 위해 경찰이 주변 교통을 통제한 탓에 퇴근길인 오후 8시 반경 사직로 일대의 차량 속도는 시속 9km에 불과했다. 서울 도심 승용차 평균 운행속도(시속 18.6km)의 절반 수준이다. 이날 안국역 일대에서 열린 또 다른 탄핵 촉구 집회 역시 사전 신고는 1만 명으로 돼 있었으나 집회 참가자가 없었다. 오후 3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역시 사전 신고 인원은 3만 명이었지만, 실제 참여 인원은 1200명에 불과했다. 경찰은 서울 전체 기준으로 17일에는 21개 집회에 1500여 명, 18일에는 20개 집회에 1200여 명의 기동대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 “기본권 중요하지만 시민 불편-공권력 소모 막아야”
집회 주최 측들은 “사람이 몰릴 상황을 대비해 실제 추산보다 넉넉하게 신고한다”고 해명했다. 현장에선 신고 인원과 실제 인원이 많게는 20배 넘게 차이 나는 등 넉넉한 신고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찰은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주최 단체의 과거 집회 이력 등을 토대로 실제 인원을 예측해 도로를 통제한다. 하지만 각 집회마다 날씨, 목적 등에 따라 변수가 너무 많고 과거 참가 인원 역시 정확히 통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뻥튀기 신고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고의로 ‘뻥튀기 집회 신고’를 반복하는 단체에 대해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학과 명예교수는 “숫자상으로 상대방에게 밀리고 싶지 않아 실제보다 많은 인원을 신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허위 인원 신고가 반복될 경우 ‘삼진아웃제’를 실시해 과태료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완전히 제한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치 지도자들이 나서서 이러한 부풀리기식 집회가 선고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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