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엔비디아 맞먹는 AI칩 양산…딥시크에도 들어가
“화웨이의 다음 AI 가속기, 어센드910C가 양산에 들어갔다(entering production). 이건 중국 최고의 AI 칩이다.”
12일(현지 시간) 레나트 하임 랜드연구소 연구원이 X 게시물을 통해 중국의 ‘어센드910C’ 양산 소식을 전했다. 랜드연구소는 미국 대표 싱크탱크 중 한 곳이다.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국무부의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곳으로 최근 미·중 AI 반도체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칩 분야에서 ‘딥시크 쇼크’에 맞먹는 중국 굴기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화웨이가 “내년 1분기(1~3월) 엔비디아에 대항할 새 AI 칩을 양산하겠다”고 밝힌 계획이 현실화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대중(對中)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AI 기술 독립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어센드910C는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H100’과 유사한 성능을 보인다고 밝힌 AI 칩이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국영 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등 현지 핵심 고객사들의 AI 전환을 위해 공급될 예정이다. ‘챗GPT’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던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추론 모델 ‘R1’에도 어센드910C가 추론용 AI 반도체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 기업들의 AI 굴기를 막기 위해 2023년부터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이던 H10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를 포함한 각종 첨단 반도체 장비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화웨이의 설계 기술과 자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의 생산 능력을 총동원해 이를 따라잡은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낮은 수율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국 양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극자외선(EUV)노광장비 등 서방 세계의 기술 없이도 자체 AI 칩 개발과 파운드리 모두 일정 궤도에 오른 것을 증명했다.
중국의 자체 AI 칩 굴기가 위협적인 건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엔비디아 체제에 균열을 냈기 때문이다. 딥시크가 챗GPT를 제치고 ‘가성비’ 생성형 AI로 주목받은 것처럼, 화웨이의 어센드910C도 엔비디아의 H100에 비해 효율성과 저전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인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와 달리 범용성은 떨어져도 특정 서비스 맞춤형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주문형반도체(AISC) 시스템 기반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주도해 온 GPU 기반 AI 가속기 체제에 도전하는 또 다른 대안 기술,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에서도 중국은 무섭게 성장 중이다. 12일(현지 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글로벌 FPGA 학술대회 ‘FPGA 2025’에서 상하교통대와 칭화대 출신 중국 연구팀이 처음으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어센드910C의 기반이 된 AISC과 마찬가지로,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 특정 분야에서 집중적인 AI 연산이 가능해 AMD와 인텔 등이 채택해온 기술이다. SCMP는 “AI 하드웨어 최적화를 위한 글로벌 경쟁에 지각변동을 알렸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AI 반도체 기술을 놓고 미·중 디커플링이 심화되면서 결국 중국이 미국의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한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까지 자국화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중국 AI 반도체 공급망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층 강화된 공급망 통제를 시도할 것이 분명하지만 중국의 자연스러운 기술 역량의 축적과 발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붉은 공급망’ 확대로 인해 우리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면, 우수한 인적 자원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창출 영역으로의 전환이라는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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