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비만 피하려면…식사시간 ‘최소 ○○분’ 지켜야

박해식 기자 2025. 3. 25. 14: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pixabay
빨리빨리.

한국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단어다. 빨리빨리 문화 덕에 압축·고도성장을 이뤄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빨라서 좋은 것이 많지만 나쁜 것도 있다. 식사시간이 이에 해당한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는 사람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흡입하듯 음식을 빠르게 먹는 습관은 건강에 나쁘다. 또 하나, 정성껏 음식을 만든 사람이나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이상적인 식사시간은?

너무 빠른 식사 시간을 계량화하면 어느 정도일까.
과학자들은 20분을 기준으로 삼는다. 20분 이내에 식사를 마친다면 너무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위가 충분히 채워져 뇌에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20분이다. 너무 빨리 먹으면 이 신호가 뇌에 닿기 전에 이미 적정량을 넘겨 과식할 위험이 있다.

빨리 먹는 것은 왜 문제가 될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먼저 소화불량.

미국 최고 수준의 병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레슬리 하인버그 박사는 빨리 먹는 사람이 더 많은 공기를 삼킬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불량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AP에 설명했다. 음식을 몇 번 안 씹어 충분히 잘게 부서지지 않은 상태로 삼키면 소화 기관에서 음식에 포함된 영양소를 알뜰하게 뽑아 쓰지 못할 수 있다. 이 또한 몸에는 손해다.

제2형 당뇨병 위험도 증가한다.

BBC에 따르면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교의 사이 크리슈나 구디 박사는 전 세계에서 진행한 관련 연구를 분석해 “빠르게 먹는 것과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구디 박사는 빨리 먹음으로써 당뇨병을 유발하는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 빠르게 먹으면 과식할 확률이 높아진다. 포만감이 뇌까지 전달되는 데 20분이 소요되는데, 그 전에 너무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다. 영양 과잉은 혈당 수치를 높인다.

빠르게 먹으면 특정 사이토카인(cytokines·면역체계 세포에서 만들어져 다른 세포의 분열을 촉진하는 물질의 총칭) 생성을 촉진할 수 있으며, 이는 인슐린 저항성 증가의 원인이 된다.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 포도당의 세포 도달률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져 당뇨병이 된다.

체중 증가 우려도 따른다.

일본 규슈 대학교 오쿠마 토시아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23개의 기존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빠르게 먹는 것고 체중 증가·비만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확인 됐다.

“빠르게 먹는 사람들은 느리게 먹는 사람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체질량 지수(BMI)가 1.78kg/m² 더 높았다. 또한 빠르게 먹는 사람들은 비만이 될 확률이 2배 더 높았으며, 느리게 먹는 사람들 대비 교차비(odds ratio)는 2.15였다.

BBC에 따르면 오쿠마 박사는 ”느리게 먹는 습관을 장려하는 것은 비만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전력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체중이 증가하는 이유는 제2형 당뇨병 위험 증가와 비슷하다.

빠르게 먹으면 뇌가 포만감을 인식하는 신호를 받기 전에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기 쉽다. 충분히 먹었다는 신호는 영양소 섭취, 위 확장, 장 호르몬 분비에 의해 일어나는데, 포만감을 인식하기 전에 먹는 행위가 압축적으로 이뤄지면 과식에 따른 과도한 칼로리 섭취와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오쿠마 박사는 “빠르게 먹는 사람들은 음식을 덜 씹는 경향이 있어 포만감을 느끼는 경로의 활성화가 낮아지며, 이는 비만을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염 발병 위험도 증가한다.

식사 시간이 짧으면 위염 발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강북삼성병원 서울종합검진센터 연구에 따르면, 식사시간이 ‘5분 미만’이거나 ‘5분 이상~10분 미만’인 사람은 ‘15분 이상’인 사람보다 위염 발생 위험이 각각 1.7배,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시간이 ‘10~15분’인 사람 또한 위염 위험도가 1.5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급하게 먹는 습관 때문에 식사량이 늘면 음식물이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위 점막이 위산에 오랫동안 노출되고 위장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식사 시간을 늘리기 위한 대책은?

음식의 맛, 질감, 냄새 등 모든 감각에 집중하는 식사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멀리할 필요가 있다.

하인버그 박사는 “TV를 보면서 먹으면 사람들은 (중간)광고가 나오거나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먹는 경향이 있다”며, 몸이 배부르다고 보내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먹는 동안 무언가를 할 때, 우리는 덜 의식적으로 먹는다. 이는 종종 우리가 더 많이 먹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의사이자 임상 심리학자인 헬렌 매카시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씹는 횟수를 늘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한 입 한 입 씹을 때마다 조금 더 오래 씹으면 먹는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AP에 말했다. 대개 30번 이상 씹는 것이 권장된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