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일본 탐구 <61> 아식스의 귀환] 외부 출신 히로타 CEO의 아식스 부활 비결은 직원과 하나 되기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2025. 1. 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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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에 본사를 둔 아식스(ASICS)는 러닝화 및 스니커즈, 선수용 의류 등을 제조,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창업주 오니쓰카 기하치로(鬼塚喜八郞)가 1949년 오니쓰카상회를 열면서 시작됐다.

아식스는 전통적으로 마라톤, 배구 등 스포츠용 신발에서 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2024년 기준 일본에서 스포츠용 신발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다. 해외 매출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아식스라는 회사명은 고대 로마 시인인 유베날리스가 남긴 경구인 ‘아니마 사나 인 코르포레 사노(Anima Sana in Corpore Sano·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에서 따왔다. 아식스는 2020년 나이키 등과 경쟁에서 밀리며 적자를 기록, 생존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등 부활에 성공한 모습이다. 적자에 허덕였던 아식스가 4년 만에 부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아식스의 프리미엄 브랜드이자 패션 스니커즈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오니쓰카 타이거’의 실적이 크게 좋아진 상황에서 할인 판매를 줄이고 재고 관리를 강화한 게 표면적인 실적 개선 이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외부 출신인 최고경영자(CEO)의 보이지 않는 리더십이 있었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전 일본 유통과학대학 객원교수,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저자

외부 출신 CEO의 혁신 성공 사례

세계 1위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는 2017년 카본 플레이트 러닝화를 처음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신발의 ‘밑창 혁명(厚底革命)’으로 불리는 획기적인 신제품이다. 그동안은 밑창이 두꺼우면 달리기 힘들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밑창을 두껍게 만들면서도 경량화에 성공해 속도와 쾌적함을 모두 잡았다. 이런 신발은 세계적인 육상 선수의 선택을 받으면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히로타 야스히토(廣田康人)는 미쓰비시상사 대표를 역임한 뒤 2018년 아식스에 영입된 외부 인물이다. 그가 사장에 취임한 2018년 상반기는 나이키가 두꺼운 밑창으로 러닝화 시장을 휩쓸고 있던 때다. 나이키 제품을 신은 선수가 세계 대회에서 잇달아 신기록을 기록할 정도였다. 반면 아식스 러닝화를 신은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밑창 혁명을 이뤄낸 나이키에 아식스가 완패한 것이다. 히로타 야스히토 아식스 회장 겸 CEO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가 모두 (나이키에) 패배한 걸 인정했다”고 했다. 그런데 패배만 인정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그는 아식스 러닝화의 영광을 되찾을 방법을 연구했다. 두꺼운 밑창, 얇은 밑창을 놓고 개발자들과 고민했다. 아식스 내 개발자 중 일부는 “나이키처럼 두꺼운 밑창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계속 가벼운 신발을 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두꺼운 밑창을 반대하는 이들은 “두꺼운 밑창은 기록 단축에 중요하지 않은 요소” “두꺼운 밑창이 포함된 러닝화는 선수 수명을 단축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업계 경험이 많은 직원일수록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히로타 CEO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악담으로 잠 못 이루는 밤 보내기도

히로타 CEO에게 2019년 11월은 치욕적인 시기였다. 그는 미국 보스턴 투자 설명회에서 기관 투자자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아식스는 이대로 괜찮은가” “예전의 아식스와 다르다”와 같은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자, 히로타 CEO는 나이키에 대항할 수 있는 신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로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세계 1위를 목표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아식스 창업자인 오니쓰카 기하치로의 경영 철학인 ‘정상(頂上) 전략’에서 가져왔다. 모든 사업이 아닌, 목표로 하는 특정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뜻이다. ‘정상’의 일본어 발음인 ‘쵸조’에서 착안해 아식스 재건 프로젝트의 명은 ‘C프로젝트’로 명명됐다.

새로운 신발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확 바꿨다. 그동안은 새로운 신발을 만들 때 개발부가 선도했다.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제품 등록, 제조, 판매, 홍보 등까지 약 3년 정도가 걸렸다. 히로타 CEO는 이런 과정이 너무느리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9년 겨울. 각 부문의 젊은 사원을 모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신발을 만들자”라며 C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의 목표는 2020년 7월(실제로는 2021년 7월 열림) 도쿄 올림픽. 그동안 3년 걸렸던 일을 1년 내에 끝내기로 한 것이다. 당시 아식스 내에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육상 대회에서 아식스의 존재감이 떨어지면서 주가와 브랜드 파워가 곤두박질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히로타 CEO는 말단 직원인 사원의 공감을 얻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사원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개발 상황을 확인하고 개발 현장을 방문하는 등 현장 경영을 강화했다. 히로타 CEO의 적극적인 모습에 사원은 ‘반드시 최고 품질의 신발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뭉쳤다.

또 제품을 직접 신고 뛰는 선수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그동안은 제작이 끝난 시제품을 선수에게 나눠주고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신발을 개발했다. 그런데 C프로젝트는 개발 초기부터 선수가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그렇게 나온 제품이 아식스 대표 러닝화인 ‘메타 스피드’다.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여파로 1년 미뤄진 상황에서 2020년 10월 런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사라 홀(미국) 선수가 아식스를 신고 2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2021년 여름 도쿄 올림픽 트라이애슬론에서 아식스를 신은 선수들이 남녀 경기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히로타 CEO의 방향이 옳았음이 증명된 것이다. 이런 성과에 마라톤에서도 아식스 러닝화를 신고 출전하는 선수가 급격히 늘었다. 2021년까지 아식스를 신고 마라톤에 참가하는 선수는 0%에 가까웠지만 2022년 11.4%로 늘었고, 2023년 15.2%, 2024년 24.8%(10월 기준)로 급격히 많아졌다.

신제품 개발 성공, 아식스의 귀환

업계에서는 ‘아식스의 귀환’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유럽을 시작으로 6대 마라톤 대회 등 전 세계 21개 마라톤 대회에서 C프로젝트의 성과가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들 대회에서 3위 안에 입상한 아식스 착용 선수는 2022년 10명에서 2023년에 16명, 2024년(10월 기준)에는 23명으로 늘었다. 아식스는 마라톤 같은 장거리를 넘어 단거리 트랙 경주 상위권 선수와도 접촉하면서 꾸준히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육상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결승에 출전한 선수 중 5명이 아식스 제품을 신었다면 2023년 대회에서는 이 수가 14명으로 늘었다. 이런 노력으로 2024년 10월 13일, 세계 6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미국 시카고 마라톤에서 아식스 신발을 신은 존 코리르 선수(케냐)가 우승했다. 2000년대 초반 다카하시 나오코, 노구치 미즈키 등이 아식스 러닝화를 신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나이키 신발을 신은 선수가 상위권을 독점했던 만큼 이번 우승은 어느 때보다 아식스에 값진 우승이었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 노리는 아식스

아식스는 미국, 일본, 유럽의 러닝화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목표로 정했다. 히로타 CEO는 올해 11월 중기 경영 계획에서 “오는 2026년까지 매년 10% 매출 성장과 함께 영업이익 1300억엔(약 1조2116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계 1위 나이키가 석권 중인 고가 스포츠용품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그는 “글로벌 러닝화 시장이 ‘패션’ 트렌드로 바뀌고 있다”며 “고가 라이프스타일 스니커즈 판매를 대폭 늘리겠다”라고 했다. 아식스는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또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90년 만든 ‘아식스 스포츠 공학 연구소’를 정리하고, 연구 중심인 ‘아식스 이노베이션 캠프’를 고베에 새로 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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