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 이현욱, "태종의 위엄과 인간적인 고뇌 사이 균형 찾으려 했죠"[인터뷰]

이유민 기자 2025. 3. 2. 08: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티빙 드라마 '원경' 태종 이방원 역

 

사진 출처= 길스토리이앤티 제공 / 배우 이현욱 프로필.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TVING(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에 출연한 배우 이현욱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연기 여정, 역사적 인물에 대한 해석,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내면의 고뇌와 성장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전했다.

'원경'(연출 김상호, 극본 이영미)에서 그는 이방원 역으로 잔잔하면서도 복합적인 감정을 선보이며, 기존의 강렬한 이미지와는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선사했다.

지난달 19일 이현욱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눈빛을 띠었다. 인터뷰 내내 이현욱은 이방원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처음 몇 마디를 나눌 때는 다소 긴장한 듯 보였지만, 작품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자, 그의 표정이 점차 풀렸다.

'원경'은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를 배경으로, 원경왕후 민씨와 남편 이방원의 사랑과 권력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이현욱이 연기한 이방원은 조선의 3대 왕으로, 냉철한 전략가이자 강한 결단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부인 원경왕후(차주영)와 처가의 도움을 받았으며, 왕이 된 후에는 권력의 안정과 부인과의 관계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겪는다.

그가 '원경'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한 역사극이 아닌, 인간의 내면과 권력의 흐름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방원이라는 인물이 지닌 야망과 고뇌, 그리고 시대를 뒤흔든 결단력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방원이라는 인물을 만나기 힘들 것 같았어요.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였고, 첫 사극 도전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죠."

사극을 연기하며 그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말투와 음색이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고전적인 말투가 아닌, 자연스러운 발성과 평상시의 음색을 유지하면서도 왕으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동시에, 권위적인 모습과 인간적인 면모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세밀한 표현과 감정 조절에 특히 신경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왕이라고 하면 고요하고 위엄 있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저는 조금 더 인간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사극이라는 장르 특유의 말투와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제 방식대로 다르게 표현할 방법을 고민했죠. 목소리의 톤을 부드럽게 조절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진 출처= 길스토리이앤티 제공 / 배우 이현욱 프로필.

태종과 원경(차주영)의 관계는 단순한 부부가 아닌, 권력과 감정이 얽힌 복잡한 애증의 서사를 담고 있었다. 그는 태종이 가진 원경에 대한 애정과 동시에 권력 앞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두 인물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며, 사랑과 갈등이 교차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깊이 있게 그려냈다.

"원경에 대한 저의 기준은 항상 '사랑'이 기본이었습니다. 역사적 기록에서는 차갑게만 남아있지만, 저는 그 안에 숨은 애증과 서운함,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동생들을 취조하는 장면에서도 단순한 갈등 이상의 무게감이 느껴지도록 노력했습니다. 같이 이루고, 함께 사랑하며 엇갈리면서 싸우는 관계, 그 안에서의 미묘한 균형을 맞추고 싶었어요."

차주영 배우와의 케미가 인상적이었다는 평에 대해 그는 촬영 현장에서 호흡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서로의 감정을 섬세하게 주고받으며 캐릭터의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하려 노력했고, 장면마다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의견을 나누며 연기를 다듬어 갔다고 밝혔다.

"차주영 배우와는 촬영 내내 거의 붙어있을 정도로 의지하며,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차주영 배우 덕분에 배우기도 했고, 초반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점차 상의하며 최선의 연기를 만들어갔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좋은 호흡을 만들어냈습니다."

사진 출처= 길스토리이앤티 제공 / 배우 이현욱 프로필.

19금 노출과 역사 왜곡 논란 외에도, 그는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아쉬움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캐릭터의 감정을 더 깊이 표현할 수 있었을지, 혹은 관객들에게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남았다고 털어놓았다.

"태종을 폄하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이렇게 표현해도 괜찮았을까'라는 자책과 함께 많은 메시지를 받았어요.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는데, 유명한 왕을 그렇게 표현했다는 말에 많이 울었고 속상했어요. 처음 겪어보는 감정들이었고, 그 무게 때문에 제 연기 자체에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는 감정을 회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회상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논란과 자책 속에서도 연기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으려 했고, 부정적인 반응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를 발전의 기회로 삼으려 노력했다.

"그런 반응에 대해서 괴로워하고, 안 좋은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에는 (이방원을 연기한) 선배들에게도 먹칠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어요. 모든 것이 자책으로 끝나는 느낌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진 출처= 길스토리이앤티 제공 / 배우 이현욱 프로필.

역사 속 이방원을 연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강력한 군주로 알려진 그가 사실은 끊임없는 고민과 갈등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던 인물이었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권력자가 아니라 가족과 신하, 그리고 백성 사이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더욱 깊은 울림을 줬다고 밝혔다.

"싸우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단순히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의 폭을 전달해야 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신하들과의 정치적 대사, 답답함과 고뇌가 반복되는 장면들은 저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또 역사적 기록 뒤에 숨은 인간적인 면모와 복잡한 내면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차갑게만 남은 기록 속에서, 실제로는 다양한 감정과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이 저에게 큰 깨달음을 줬어요."

그는 '원경'을 통해 감정의 결을 더욱 깊이 있게 다루는 법을 배웠고, 인물의 복합적인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단순한 대사 전달이 아닌, 캐릭터가 지닌 서사와 시대적 배경까지 고려하며 연기에 접근하는 법을 익히며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갖고 있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했어요. 역사적 인물을 재해석하면서, 단순한 연기를 넘어 그 인물의 심리와 내면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배우로서 크게 성장했다고 느꼈습니다."

사진 출처= 길스토리이앤티 제공 / 배우 이현욱 프로필.

시청자들의 반응은 배우로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중요한 지점이었다. 기대 이상의 공감을 얻은 부분에서는 뿌듯함을 느끼는 한편, 다양한 해석과 의견 속에서 더욱 깊이 있는 연기를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초반에는 많은 시청자분들이 관심을 보이셨고, 한국사를 가르치던 선생님들께서도 재밌게 보신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이런 반응은 제가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제 연기에 대한 보람으로 다가왔습니다."

배우 이현욱으로서 팬들에게 단순히 멋진 모습이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마다 새로운 색깔을 입히며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진정성 있는 배우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작품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와 꾸준한 노력이 팬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달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연기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한편, 삶의 경험이 더해진 성숙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싶다고 밝혔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