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심각하길래…"남는 게 없어요" 건설사들 '망연자실'
정작 건설사는 실적 부진…"주택 사업은 손실"
증권가 "주택 매출 감소…마진 개선 어려워"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공사비·인건비 상승과 고금리, 고환율로 주택사업 수익성이 급격히 낮아진 여파다.
1년 만에 26% 오른 분양가에도 신음하는 건설사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1333만7000원이었다. 3.3㎡ 기준으로는 4408만9000원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 3494만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5.93% 급등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11억원대에 그치던 전용면적 84㎡ 아파트 분양가가 15억원대로 뛰었다는 의미다.
서울·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평균 분양가는 3.3㎡당 2813만6000원이었다. 전년 동월 대비 15.36% 오른 수치다.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청약을 포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48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2703만9000명에서 55만4000명 줄었다. 특히 이 기간 가입 기간이 길고 납부 금액도 많은 1순위 가입자가 57만4000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 말 2859만9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줄어든 가입자 수만 183만명 수준이다. 높아진 분양가 탓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새 아파트 청약에 도전하기 어려워진 여파다.
청약 포기가 이어질 정도로 분양가가 치솟았지만, 정작 건설사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처지다. 오른 분양가가 건설사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탓이다. 주요 상장 건설사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공개한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조2209억원을 잠정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년 영업이익이 7854억원이던 점을 감안하면 2조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현대건설의 실적은 시장의 우려를 넘어서는 어닝쇼크였다. 당초 증권사들은 현대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63% 감소한 5448억원을 예상했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손실을 포함한 예상치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던 셈이다. 현대건설이 적자를 낸 것은 23년 만인데, 원인으로는 고환율과 원자잿값 상승 기조 지속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 등을 지목했다.
같은날 실적을 발표한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4%, 3.2% 감소했다. 그나마 다른 건설사에 비해 주택사업 비중이 작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뒤이어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건설사들도 부진이 예상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년 전 공사를 수주한 사업을 지금 높은 공사비에 맞춰 진행하니 손실이 발생한다"며 "조합과 공사비를 협상하더라도 상승분을 모두 올리진 못하기에 손실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업계 맏형도 조 단위 적자를 냈는데 나머지는 어떻겠느냐"며 "주택 사업 비중을 가능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 단위 적자 낸 현대건설…"건설사 대부분 이익 감소"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11월 100.97이었던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1월 130.26을 기록해 4년 만에 30%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중동 분쟁 등으로 자재비 등이 급등했고, 인건비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탓에 건설사 실적이 악화하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46.1% 급감한 3571억원이다. DL이앤씨 영업이익 추정치도 전년 대비 17.83% 줄어든 2717억원이다.
증권가에서는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주요 건설사 중에서는 GS건설 정도만 영업이익 317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천 검단 아파트 재시공으로 2023년 3880억원대 영업손실을 낸 기저효과다.
김선미 신한증권 연구원은 건설사 실적에 대해 "주요 건설사들의 4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회성 손익이 다수 발생할 것이고 향후 보수적인 사업계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도 "대부분 회사의 2024년 이익 추정치가 하향됐다"며 "건설사 매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주택 부문에서 매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진 개선이 크게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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