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K수출 6838억달러 ‘역대 최대’에도…웃을 수 없는 까닭
미국 관세 장벽 예고 속 역대급 대미 흑자로 통상 압력 유발 우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품목 경쟁력 약화에 업황 둔화까지 ‘위기’
지난해 한국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도 한국 수출이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보호무역을 예고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곧 출범하고,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론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보다 8.2% 증가한 6838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인 2022년 기록(6836억달러)을 뛰어넘었다고 1일 밝혔다.
수입액은 전년보다 1.6% 감소한 6320억달러였으며, 무역수지는 5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8년(697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 흑자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면서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반도체는 전년 대비 43.9% 증가한 1419억달러로 기존 최대 실적인 2022년 기록(1292억달러)을 넘어섰다. 산업부는 지난해 4분기 들어 범용 메모리 가격이 하락했으나 DDR5·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통계 기준으로 한국은 1년 만에 수출국 순위 8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자동차 수출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인 708억달러로 집계됐다. 선박은 2021년 높은 가격에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박이 본격적으로 수출되면서 전년보다 17.6% 불어난 256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2차전지(-16.5%), 철강(-5.4%), 일반기계(-4.1%), 섬유(-4.0%), 석유제품(-3.3%) 등은 전년보다 실적이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대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6.6% 증가한 1330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대미 수출(1278억달러)과 무역수지 흑자(557억달러)가 사상 최대치로 나타났다. 자동차와 일반기계 수출이 호조세를 보인 가운데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와 연계된 반도체 수출 증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산업부는 분석했다.
하지만 역대급 대미 무역흑자 성과가 자칫 미국의 통상 압력을 유발할 수 있어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수지 균형을 강조하며 보편관세 부과 등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예고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는 60%까지 고율 관세를 매기고, 다른 국가 상품에도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한다는 구상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미국의 관세 공격을 막을 방패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무역수지 관리를 위해 미국 에너지 수입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주력인 반도체, 자동차 등의 글로벌 시장 업황 둔화도 당면 과제로 꼽힌다. 또한 탄핵 정국에 따른 국정 공백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세계 경제 부진과 주력 업종 경쟁력 약화로 수출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경우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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