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에 ‘안전고리’ 다니…쪽방촌 여성 주민 방도 시원해졌다
여성들은 안전 이유로 문 닫자 잠금장치로 ‘걱정’ 해결
“밤에도 방문 열어놓고 안심하고 잠잘 수 있어” 큰 호응

서울 중구 남대문쪽방촌에서 7년째 거주 중인 A씨(72·여)는 매일 밤 방문을 열어놓고 잔다. 문을 열어놓으면 복도 끝에 설치된 에어컨 바람이 방 안까지 들어온다.
21일 쪽방촌에서 만난 A씨는 “이제는 그동안 에어컨 없이 어떻게 여기서 살았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의 한낮 기온은 32도에 육박했지만 쪽방건물 내부는 에어컨 덕에 냉기가 흘렀다.
서울시는 2022년 전국 최초로 돈의동·창신동·남대문·서울역·영등포 쪽방촌 공용공간(복도)에 총 121대의 에어컨을 설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방마다 에어컨을 두면 가장 좋지만 건물 노후화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차선책으로 복도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달아 냉기가 각 방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서울 5개 쪽방촌 공용공간에 설치된 에어컨은 총 229대에 달한다.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건물구조 문제 등으로 설치가 불가능한 곳을 제외하면 서울에 에어컨 없는 쪽방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에어컨은 주민들이 모두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24시간 가동된다. 무더위쉼터에도 총 50대의 에어컨을 배치해 쪽방촌 주민들이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한 가지 고민은 여성 주민들의 안전 문제였다. 아무리 에어컨을 가동해도 여성은 안전상 이유로 방문을 닫고 자야 했다. 복도에는 냉기가 흐르는데 여성들은 예전처럼 폭염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7월부터 쪽방촌 여성 주민 100가구를 대상으로 안전고리 설치 작업을 벌였다. 문을 열어둬도 안전하게 잘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씨가 밤새 문을 열어놓고 잘 수 있는 이유도 안전고리 덕분이었다.
이종순씨(74·여)는 “이웃 남성들이 해코지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다만 요즘 좀도둑이 돌아다녀서 무서웠는데 안전고리 덕분에 낮에도 안심하고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쪽방촌 에어컨 전기요금도 1대당 월 최대 10만원씩 3개월간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이 건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에어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주민들에게 특히 만족도가 높은 시설은 ‘동행목욕탕’과 ‘밤더위대피소’다. 시는 샤워시설이 열악한 쪽방 사정을 고려해 인근 사우나와 협약을 맺고 주민들이 폭염을 피해 목욕하고, 잠도 잘 수 있는 ‘폭염 대피시설’도 마련했다. 5개 쪽방촌 인근 7개 사우나 시설이 동행목욕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중 5곳은 밤더위대피소로도 개방된다.
실제 올해 6월 말 기준 동행목욕탕 누적 이용자 수는 1만7972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100여명의 주민이 찾은 셈이다. 밤더위대피소도 지난해 기준 3069명이 방문했다. 하루 평균 49.5명꼴로 이용한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여성전용 야간 밤더위대피소(은전 사우나)’도 운영하고 있다. 은전 사우나 대표 B씨는 “우유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려 하고 있다”며 “여성 쪽방주민들이 편히 씻고 쉬어갈 수 있도록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윤종장 서울시 복지실장은 “폭염에 더 취약한 쪽방주민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기존 지원과 더불어 앞으로 더 세심하게 지원방안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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