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의원 파면법’ 두고 극한 대치…“국회 계엄” 비난도
대만형 ‘주민소환제’라고 할 수 있는 의원 파면 제도를 둘러싸고 여야가 극렬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대만 여당인 민진당 의원들은 18일 입법원(국회) 내무위원회 연단을 점거하고 국민당 의원들이 주도한 선파법 개정안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대만매체 연합신문망에 따르면 민진당 의원들은 이날 입법원 내정위원회 회의 도중 연단을 점거했다. 차이이위 민진당 의원단 총서기장(원내대표)은 “국민당 의원들이 선파법 개정안을 3분 만에 통과시켜 기본적인 절차도 저버렸다”며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다.
국민당 의원들은 민진당 의원들을 비난하고 퇴장했다. 여야 의원들은 당초 이날 행정원의 내년 세입·세출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회의는 결국 중단됐다.
여소야대의 대만 정치권 갈등에 불을 붙인 것은 국민당이 추진하는 선파법 개정이다. 대만은 선파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선거로 선출된 입법원·시의원을 파면할 수 있다. 국민당은 파면 요건을 강화하는 선파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정부와 여당은 반대해 왔다.
한국의 법안소위원회 심사라고 할 수 있는 선파법 개정안 예비심사가 있던 지난 16일 국민당 의원들이 민진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고 1분 만에 예비심사를 완료했다. 18일 선파법 개정안의 소환 기준에 대해 다시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국민당이 오전 일찍 회의장을 점거해 이번에는 3분 만에 심사 절차를 종료했다.
민진당 의원들이 이후 단상 점거하고 항의해 회의 무산으로 이어졌다. 린이진 민진당 입법위원은 “국민당이 의원 해임 문턱을 높이기 위해 입법원을 봉쇄하고 제안에 반대하는 입법원이 법 개정 절차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의사 레드라인을 밟는 것일 뿐 아니라 국가민주체제를 바닥에 내던지는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대만 총통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원 선거에서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현 총통이 당선됐지만 의회는 여소야대 국면으로 형성돼 정국 불안정이 지속돼 왔다.
선거에서 중국에 유화적인 제1야당 국민당은 총선에서 52석을 확보했고, 여당인 민진당은 51석 확보에 그쳤으며, 제2야당 민중당이 8석으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구도였다. 커원저 민중당 대표가 지난 9월 부동산 개발 비리로 체포되면서 제3세력은 붕괴됐고 여야 극한 대치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국면도 대만 정쟁에 이용되고 있다. 린유창 민진당 사무총장은 16일 국민당의 법안 통과 강행 후 “국민당 의원들이 국회 계엄을 선포했다”고 비난했다. 국민당은 민진당의 국회 무시가 한국 계엄과 닮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민진당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초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에 한국 계엄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비판을 받고 삭제했다. 이후 언론과 SNS 등에서 친국민당계 평론가들은 민진당의 야당을 대하는 태도가 오만하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친민진당계 평론가들은 대만이 국민당 정권이 선포한 ‘계엄령’ 치하에서 38년간 고통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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