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았지만…주거비에 매몰된 서민들 '경제여력'[시장의 경고]⑪

전준우 기자 2024. 1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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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 지수 꺾였으나 '양극화'
가계 총자산 80% 부동산 쏠림…"대체 투자 신뢰 부족해"

[편집자주]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 증시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대표 수출주 삼성전자는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추락 중이다. 주식을 판다는 것은 미래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전쟁 후 폐허를 딛고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한 한국에 정작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희망이 없다'는 시장의 경고를 언제까지 외면할 셈인가.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4.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강남·서초·송파·용산.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서울의 인기 지역이자, 남은 '투기과열지구'이다. 지난해 1월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나머지 지역의 규제가 전폭적으로 해제됐는데 남은 규제 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다.

정권과 관계없이 정부의 '집값' 관리는 최우선 정책으로 대출 규제부터 다주택자 세금 규제까지 집값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정작 집값을 잡는 효과보다 서민들의 주거비가 늘어나는 '규제의 역설'이 지속되고 있다.

대출 규제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 지수 꺾였으나 '양극화'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 지수는 전달보다 0.01% 하락하며 지난해 12월(-1.19%) 이후 9개월 만에 꺾였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 효과로 집값이 잡힌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값 억제 효과를 이번에도 강남3구와 용산을 비껴갔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속한 동남권은 전월 대비 0.86%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고 용산, 중구 등이 포함된 도심권은 1% 상승했다.

반면 은평·서대문구 등이 있는 서북권은 0.90% 떨어졌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포함된 동북권도 0.42% 하락했다.

시장 금리 하락에도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의도적으로 인상하고, 총부채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으로 한도를 조이는 등 규제의 여파는 서민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시장에 역행하는 대출 규제를 지속하면 집을 사려고 하는 무주택자들이 곤란을 겪게 되고,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을 보면 2014년 10월 4억 9091만 원에서 올해 10월 12억 5294만 원으로 10년 새 2.6배 올랐다.

소득 수준에 비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중산층 가구가 살 수 있는 서울 아파트 물량은 대폭 줄었다. KB부동산의 서울 주택구입잠재력지수(KB-HOI)를 보면 2014년 6월 43.7였으나 올해 2분기에는 8.2에 그쳤다.

이 지표는 중위소득 가구가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살 때 소득, 자산 등 적정 경제 능력 한도 내로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 재고량을 의미한다.

10년 전에는 서울 아파트의 약 45%를 중산층 가구가 대출받아 살 수 있었으나 현재는 8.2%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주택구입잠재력 지수가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른 시점은 2022년 4분기로 2.3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을 잡기 위해 25차례에 걸친 부동산 정책 발표가 이뤄졌는데, 중산층의 '내 집 마련' 문턱이 가장 높아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 가격은 '얼마나 그 지역의 선호도가 높고 수요 유입이 많냐'로 정해지는 것"이라며 "규제를 통해 통제하는 것은 증명된 바 없고 오히려 서민들만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4.10.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가계 총자산 80% 부동산 쏠림…"대체 투자 신뢰 부족해"

모든 돈이 결국엔 부동산으로 쏠리는 고질적인 문제를 우선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5월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 복지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5억 2727만 원인데 그중 78.6%인 4억 1424만 원은 부동산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부동산 의존도는 미국(37%)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다만 금융 인프라의 선진화 등 대체 투자 수단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가계 총자산의 부동산 편중 현상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에서 부동산 투자로 큰 시세차익을 거둔 사례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에 반해 주식 등 금융 투자는 '자산 증식'보다 '손실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유정석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가 지난 9월 발간한 논문을 보면 코로나 시기 주식 급등기와 2023년 비트코인 가격 급등기 강남구 11개 동의 아파트 가격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가상자산 투자로 큰돈을 번 20‧30대가 결국엔 강남의 고가 부동산을 산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가계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가까운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국내에서 부동산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가 마땅치 않고 특히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 투자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부동산 자산을 늘리려는 성향이 더욱 강한 편이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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