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협, 유럽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한국이 해야할 일 [Focus 인사이드]

전경주 2024. 10. 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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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주는 것도 모자라 병력을 파병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군 파병이 러시아에 가져다줄 효과는 적고, 북한에는 내부적으로 상당한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전망을 대외 메시지로 내보내는 것에 대해선 국익 관점에서 한 번쯤 재고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 시가행진 모습. AP=연합


전문가들의 의견은 타당해 보인다. 북한의 파병 규모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반격하는 데 대한 전략적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무리 정예병력이라도, 특수전 부대는 자신들의 침투 혹은 교란 후에 전투의 템포를 이어갈 주력부대를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 러시아군으로 구성된 주력부대와 합이 맞아야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언어도 통하지 않고, 같이 훈련해본 경험이 없으며, 전장에도 익숙지 않을 것이다.

북한 내부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에도 공감한다. 파병은 무기 지원과는 다른 차원의 국내적 파장을 야기할 것이다. 애민주의를 내세우고 젊은 세대를 중시한다면서 북한의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은 김정은에 대해, 북한의 젊은 세대들은 물론 부모 세대들의 배신감과 분노가 커지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에는 북한의 내부 압력을 완충할 외부 자원을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북한 급변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파병 성공을 위한 북한의 빌드업

하지만 오판이든 아니든, 북한이 파병을 결정했을 때는 반대의 각본을 쓰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이 3월 7일 서부지구 중요 작전 훈련기지를 방문했을 때 김영복 부총참모장(빨간 원)이 옆에서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우선 북한은 러시아의 반응을 토대로 성과를 포장할 수 있다. 러시아가 3년이 다 돼가는 전쟁에서 본토까지 공격받은 가운데,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24년 10월 현재, 러시아는 개전시 투입한 병력의 90%를 상실했으며, 이제껏 11만 3000명~16만 명이 사망, 50만 명이 부상을 당했다. 특히 지난 6개월간 사상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9월에는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러시아군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병역기피와 탈영도 심하다고 하니, 러시아는 북한의 파병을 단비처럼 여길 것이다.

또한 그동안 북한 정권은 성과 있는 파병이 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해왔던 것으로 판단된다. 수개월에 걸친 별도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며, 전투원들의 사기를 고취하고자 했고, 부대뿐 아니라 지휘관을 함께 보냈다. 지휘관 김영복 부총참모장은 2017년 11군단장으로 확인됐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3월 서부지구 중요 작전훈련 기지를 시작으로, 같은 달 항공육전병 부대 훈련, 이후 9월 특수작전무력훈련기지, 10월 서부지구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 등 거의 모든 군사 훈련기지 및 훈련에 대한 김정은의 현지지도에 동행했다.

3월 방문한 기지 사진의 장비와 훈련 모습을 고려할 때, 해당 기지도 특수부대 기지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때부터 파병을 대비해 현지 상황에 맞춘 집중적인 훈련을 실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김정은이 지난 3월부터 약 6개월 동안 일부러 이들의 훈련 현장을 방문한 것이라면, 이들에게는 최고지도자의 각별한 관심과 뒤따르는 물질적 대우 및 사상적 무장이 주어졌을 것이다. 김정은은 그때마다 “일당백”의 전투력을 강조하였으며, “현대전”의 요구에 맞춰진 “진짜배기싸움꾼”이 될 것을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내부 불안이나 동요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도 병행해 실시해왔다. 핵무기도 없던 시절에나 추진했던 ‘요새화’를 다시 추진하며 남측에 대한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주민들의 정치사상과 문화생활 영역에서 한국의 잔재들을 청산하며 한국을 철저한 적으로 규정했다. 사실 한국과 한반도에 나눠 산 것, 북한 내에 한류가 널리 퍼진 것이 한두 해 일이 아닌데, 이처럼 유달리 삼엄하게 내부 통제를 강화한 것은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 특히 파병에 따른 사전 조치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를 통해 파병 사실을 알리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은 성과가 있다면 최대한 부풀려 내부에 직접 파병 소식을 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파병된 병사들의 “애국적 열정과 전투적 용맹”은 본보기가 될 것이고, 살아서 돌아오는 이들은 ‘전투영웅’이 될 것이며, 이들을 전쟁 현장에 보내 실전 경험을 쌓게 한 김정은의 ‘배짱’과 ‘기백’은 칭송의 대상이 될 것이다. 즉, 북한 내부 불안정을 줄이고 체제를 결속시키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스토리가 될 수 있다.


나토가 북한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할 절호의 기회

이처럼 북한이 원하는 각본대로 되도록 애쓰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해야 하는 일은 그와는 다른 진실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 청년들을 불법적인 전쟁의 총알받이로 희생시켜 받은 대가로 국제사회를 위협할 무기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고, 그것이 북한 주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홍장원 국정원 제1차장(왼쪽)이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났다. 이날 한국과 나토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정보를 공유했다. 연합


사실 북한군 특수전 부대에 대한 공개자료가 매우 드문 점을 고려할 때, 파병의 효과를 지금 확신하기는 힘들다. 실제 전투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파병의 효과를 예단하고 북한체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부각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

진실이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인도-태평양 우호국뿐 아니라 북대서양 동맹이 북한의 위협을 인제야 제 앞마당의 일로 인식하는 이 절호의 기회를 호기로 삼아야 한다. 북한 파병의 잠재적 효과를 최대한 부각하고, 북한이 향후에도 중동·아프리카 국가들에 군사력을 지원할 가능성, 그래서 유럽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정도로 건재할 가능성도 강하게 피력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나토-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차원의 지속적인 공조 하에 대응할 때, 더 많은 국가들이 더 많은 자원을 동원해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진실이 들리게 하고, 북한의 행동에 실질적인 제약을 가하게 될 것이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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