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평이한 코스?···급경사 그린에 벙커도 '수두룩' [서경클래식 24일 개막]
페어웨이 넓어 쉬워 보이지만
고난도 코스로 공략 까다로워
정교함 겸비한 장타자에 유리
"그린 노리는 아이언샷이 관건"
“아뇨, 그렇지 않아요. 절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23일 경기 용인 기흥의 88CC 서코스(파72·6694야드). 연습 라운드를 돈 선수들에게 버디 파티를 기대해도 되느냐고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온 대답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였다. 이곳에서는 24일부터 나흘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이 열린다. 수도권에서 개최되는 올해 마지막 대회이고 100명 이상 출전 대회로도 시즌 마지막이다. 102명이 참가해 우승 상금 1억 8000만 원 등 총상금 10억 원의 주인을 가린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명문 골프장인 88CC에서 KLPGA 투어 대회가 열리는 것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투어 연차가 높은 선수는 88CC 실전 경험이 있지만 비교적 어린 선수들은 낯설 수밖에 없다. 베테랑 선수들도 기억이 가물가물해 첫 페이지부터 다시 공부하는 기분으로 이날 최종 리허설을 돌았다고 했다.
88CC를 처음 접하는 골퍼는 대부분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 만만하게도 본다. 일단 페어웨이가 넓어 보이고 전반적으로 코스가 복잡한 구석이 없어 ‘따박따박’ 쳐나가면 어렵지 않게 좋은 스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 라운드를 해보면 목표로 한 스코어에 다다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날 선수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가영(25·NH투자증권)은 “그린이 뒤로 갈수록 급경사 때문에 위험하다는 얘기를 선수들이 많이 하는데 뒤만 위험한 게 아니다. 옆도 그렇다. 핀 앞쪽을 공략하지 못하면 옆이나 뒤나 다 줄줄 흘러내려 낭패를 본다”고 했다.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쳐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벙커들이 안쪽으로 많이 들어와 있어서 넓게 느껴지지 않고 위협적”이라고도 했다. “코스가 긴 편이고 비슷한 느낌의 코스를 따지면 익산CC(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개최)”라는 설명이다.
방신실(20·KB금융그룹)도 “전체적으로 그린이 뒤가 다 높아서 핀 뒤로 치면 안 된다. 아이언으로 치는 두 번째 샷의 공략에 초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마의 홀은 5번(파4·397야드)이다. “포대 그린 형태인데 모든 홀을 통틀어 그린 뒤가 제일 높다고 느꼈다”는 설명이다. 방신실은 “그 홀에서 일부러 핀 뒤로 몇 개 넘겨봤는데 볼이 전혀 서지 않더라. 넘기면 거의 3퍼트라고 보면 될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고 했다.
4개의 파5 홀은 대부분 전략적인 3온 공략을 요구한다. 장타자라면 8번 홀(498야드) 하나 정도는 뒷바람이 불어줄 경우 2온 시도가 가능하다. 339야드로 짧은 파4인 6번 홀은 1온 공략도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늘 앞바람이 부는 곳이어서 1온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선수들의 말이다. 장타자들의 웨지 샷 대결이 볼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희(23·SK텔레콤)는 “2017년 이곳에서 열렸던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 아마추어 추천 선수로 나갔었다. 언뜻 보면 평이한 코스지만 막상 스코어로 연결하려면 쉽지 않아 머리가 복잡할 것 같다”고 했다. 박결(28·두산건설)은 2017년 삼천리 투게더 오픈 공동 2위, 이듬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공동 3위로 이 코스와 궁합이 좋다. 그는 “2주 전에도 따로 라운드를 돌아봤는데 확실히 그린 플레이가 까다롭다”고 했다. 정상급 여자 선수들을 여럿 가르치는 이시우 코치는 이날 장시간 코스를 돌아본 뒤 “코스가 긴 편이어서 장타자에게 유리한 면이 분명이 있겠지만 아이언의 스핀양이 부족하면 그린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장타에 아이언 샷 컨트롤 능력까지 갖춘 선수에게 우승이 돌아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한편 1988년 개장한 88CC는 이번이 39번째 프로 대회 개최다. 국가보훈부 산하 골프장으로 올해 대회를 위해 페어웨이 폭을 40야드에서 25야드로 좁혔고 잔디 소독과 티잉 구역 잔디 보식에 집중했다. 그린 스피드는 나흘 내내 3.3~3.5m의 빠른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고 평균 이상으로 단단할 예정이다.
1995년 최경주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첫 우승을 거둔 곳이 바로 88CC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은 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도그레그 홀인 16번 홀(파4)을 두고 “자연 경관과 코스 구성, 난도 등 모든 면에서 조화롭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박현경(24·한국토지신), 이예원(21·KB금융그룹), 박주영(34·동부건설) 등은 “그린 스피드가 빨라서 본 대로 간다” “티잉 구역이나 그린 칼라(가장자리)의 잔디까지 잘 관리돼 있다”고 호평했다.
용인=양준호·정문영 기자 migue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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