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극단은 불행뿐, 초당적 협치 필요"···통상·산불부터 챙겼다

이승배 기자 2025. 3. 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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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귀 첫날부터 숨가쁜 행보
"좌우는 없다, 위로 앞으로 나가야"
트럼프發 통상압박 대응 본격화
NSC 열어 "안정 공급망 확보" 주문
"민생 해결이 내각의 사명" 독려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엔 침묵
산적한 민감현안 부담 요인으로
한덕수(오른쪽)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24일 복귀 일성은 ‘극단의 정치 극복’이었다. 지난 넉 달간의 탄핵 정국을 거치며 갈 데까지 간 국민 분열을 봉합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앞날에는 불행만 있다며 정치권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한 권한대행은 복귀 첫 행보로 전국 산불 상황을 점검했고 미국발 통상 압박의 돌파구를 찾는 일에도 국가적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87일 만에 직무에 복귀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열어 국정 안정에 온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담화문은 국민 통합 호소문에 가까웠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를 “극단으로 갈라진 사회”라고 부르며 “(이대로라면) 불행으로 치달을 뿐 누구의 꿈도 이루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제 좌우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로지 우리나라가 위로, 앞으로 발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라며 여야에 초당적 협치를 부탁했다.

한 권한대행은 “저부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국정을 이끄는 동안 모든 결정은 대한민국 산업과 미래 세대 이익에 해당하는지에 입각해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한 권한대행은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새 지정학적 대변혁과 경제 질서 재편에 직면했다”며 “통상 전쟁에서 국익을 확보하는 데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대대행 체제’로 한계가 뚜렷했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발 통상 리스크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한 권한대행은 직무 정지 기간 동안 미국 관세 부과, 무역 보고서 등을 읽으며 대처 방안을 숙고했다고 한다.

김홍균 외교부 차관은 이날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와 통화를 하고 한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흔들림 없는 동맹 관계를 구축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윤 대사대리는 “미국의 확고한 지지에 변함이 없다”며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나가자”고 호응했다. 대미 외교의 급이 부총리에서 국무총리로 높아진 만큼 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도 재추진될 방침이다. 또 미국 통상정책 방향을 점검하는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는 민간 전문가들도 보강하기로 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갔다.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찾아 산불 대응 현황을 점검하며 업무를 개시한 그는 경북 의성군 산불 현장을 찾아 진화 상황을 살핀 뒤 이재민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이후 서울에 올라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안보 태세를 점검하는 일정으로 하루를 마쳤다. 한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오늘날 안보정책과 경제정책은 분리될 수 없다”며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부처가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국정 안정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한 권한대행은 외교·안보 현안,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생·경제 현안에 대해 각각 사령탑을 맡아 정국 불확실성 최소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위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부처별 상황을 보고받았다. 그는 “국정운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해주신 것에 감사하다”며 “민생과 직결된 주요 현안을 속도감 있게 진척시키는 것이 내각의 사명”이라고 심기일전을 독려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의 당부와는 반대로 여야 관계는 경색되는 모양새다. 헌재가 이날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는 헌법·법률 위반에 해당하지만 직위를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전 마은혁 헌법재판관이 임명될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는 평가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마 후보자 임명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 질문에 침묵으로 답했다. 정부 관계자는 “마 후보자 임명 관련한 한 권한대행의 언급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권한대행의 운신의 폭을 좁힐 만한 민감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야당이 김건희 여사 의혹 상설특검 임명 압박에 당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상법 개정안, 연금 개혁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주무 부처의 의견을 경청한 뒤 결정할 사안”이라며 “25일 국무회의에서 결정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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