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전기버스 3000대, 배터리 안전검사 못할 판
中 제조사 2곳만 정보 제공 동의
나머지 업체 20곳은 검사 불가능
정부, 검사 의무화 앞두고 고심
정부가 전기차 화재 대책으로 내년부터 ‘배터리 안전 검사’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 버스의 배터리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검사에 필수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대한 정보 제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등록된 중국산 전기 버스 3000대가량이 안전 검사를 받지 않은 ‘깜깜이’ 상태로 계속 운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은혜(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이거·주룽·양저우야싱·진룽·난징 진룽 등 20사의 중국 버스 제조사는 배터리 검사를 위한 BMS 정보 제공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전기 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54.1%에 달한다. BMS 정보 미제공 대상은 하이거가 만든 1078대를 포함해 중국 20사가 국내에 등록한 3000대가량의 전기버스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안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안을 지난 5월 입법예고한 상태인데, 관련 정보 제공을 하지 않은 업체 차량에 대해서는 배터리 안전 검사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BMS는 전기차 배터리의 전압·온도 등을 관리하고 제어하는 핵심 전자장치다. 배터리 안전 검사는 전자장치 진단기를 통해 배터리 모듈의 온도와 열에 의한 변질 상태, 배터리 셀 간 전압 편차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BMS를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배터리 화재 가능성도 제대로 점검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BMS를 확인하지 못한다면 배터리 검사는 ‘육안 점검’ 수준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업체들은 BMS가 제조 기밀이고 관련 정보가 어느 곳에 사용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등 이유로 정보 제공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승용차 등을 판매하는 지프, 피아트, 재규어랜드로버 등 일부 해외 업체도 BMS 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폴크스바겐, 테슬라, BMW, 벤츠, 볼보 등 대표적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달 공단 측에 BMS 정보 제공 의사를 밝혔다. 중국 버스 업체 가운데 BYD(국내 등록 800대), 헝양(367대) 두 곳도 정보 제공에 동의했다. 승용차와 전기 버스 등을 생산하는 현대차도 BMS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김은혜 의원은 “세계 전기 버스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중국 업체가 배터리 안전 검사를 외면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중국 업체 등이 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아도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어 고심 중으로 알려졌다. ‘이행 명령’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BMS 정보를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토부 측은 “내년 진단 검사 의무화 전까지 업체들을 최대한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BMS를 통한 배터리 검사는 세계 전기차 보급 국가 가운데 한국이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측은 “BMS 검사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도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화재 가능성 등을 살필 수 있는 가장 정밀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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