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코발트도 추락…전기차 1대 원자재 값 '반토막'
[편집자주] 전기차 시대를 이끄는 '하얀 석유', 리튬 가격이 추락한다. 리튬 가격이 뛰어야 돈을 버는 배터리 밸류체인 업계의 실적도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과 맞물려 추락한다. 하지만 리튬값이 반등하면 전기차 대중화의 필수조건인 전기차 가격 하락도 지연돼 캐즘 기간만 늘어난다. 이제 리튬 가치가 더 내려가야 역설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산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리튬 패러독스'를 견뎌야 할 배터리 밸류체인 업계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이달 니켈 가격은 톤당 1만6132달러로 2022년 고점 보다 37% 떨어진 상태다. 코발트 가격 역시 같은 기간 62.2% 내려갔다. 두 광물의 가치도 리튬과 비슷한 추세로 하락하는 셈이다.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는 리튬을 다양한 광물로 구성된 '전구체'와 결합해 제조되는데,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60% 비중이다. 니켈과 코발트는 이 같은 전구체의 전체 구성 성분 중 90% 안팎이어서 리튬과 마찬가지로 양극재는 물론,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니켈과 코발트의 최근 가격 하락은 리튬 가격 폭락과 맞물려 전기차 가격 하락을 이끌어낼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컨설팅기업 아다마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기차 1대를 만들 때 사용하는 평균 원자재 비용은 올 상반기 65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1674달러)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리튬 등 전기차 주요 광물 공급망을 틀어쥔 중국은 이미 1000만원대 전기차를 내놓기 시작한다. 상하이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 울링이 출시한 빙고EV의 가격은 약 1070만원으로 책정됐다. BYD는 약 1300만원 전기차 모델을 내놨고 지리 자동차는 약 1500만원에 새 전기차 모델 지오미 싱위안 EV을 출시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첫 2000만원대 전기차가 나왔다.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은 친환경차 세제혜택 적용 기준 2990만원이다.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받으면 23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가솔린 모델인 캐스퍼 인스퍼레이션과의 가격차는 500만원 이하다. 여기서 리튬과 니켈, 코발트 가격이 더 내려가면 세제혜택과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동일해 지는 시점이 오게 되는 셈이다.
전기차 판가 하락 추세가 미국의 금리 인하와 맞물릴 경우 캐즘이 완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부터 자동차 할부 금리가 하락하며 전기차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김경훈 SK온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신차 라인업 확대, 금리 인하, 하락한 메탈 가격을 기반으로 상반기 대비 전기차 및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원계(NCM·NCA)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저렴한 중저가 배터리의 보급 확대는 전기차 가격을 더욱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이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경우 kWh당 90달러대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연기관 수준의 가격 경쟁력(kWh당 100달러)을 이미 갖춘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에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총 5년간 39GWh 규모의 LFP 배터리를 공급키로 했다. 순수 전기차 약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망간리치 등 중저가 라인 역시 개발 단계다. SK온은 LFP 배터리를 2026년 양산할 계획이다. 코발트 프리 제품의 경우 2025년 이후 상용화가 거론된다. 삼성SDI는 니켈망간계(NMX)배터리 등으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캐즘 탈출의 열쇠는 결국 '가격'이 쥐고 있다"며 "2000~3000만원대 전기차들이 시장에 본격 쏟아질 경우 '얼리어답터'를 넘어선 전기차 구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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