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김민재의 대응…야유의 대상은 정몽규·홍명보였다 [IS 현장]
김명석 2024. 9. 6. 07:04
관중석 분위기는 경기 전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명확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향해서는 비판과 야유를,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에게는 뜨거운 응원이었다. 그런데도 경기 후 관중석을 찾아가 응원을 부탁하고, 돌아선 뒤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의 대응은 그래서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상황은 이랬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 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96위 팔레스타인과 득점 없이 비겼다. 홍명보호의 첫 출항부터 굴욕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경기 직후 김민재가 관중석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가 끝난 직후 선수 홀로 관중석을 찾아가는 것도 이례적인 데다, 김민재의 표정이나 제스처마저도 긍정적이진 않았다. 김민재가 무슨 이유로 관중석에 다가갔고, 어떤 대화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들만이 오갔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민재는 이미 커뮤니티 등에서 이미 큰 논란이 된 것을 알고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공격적으로 말씀드린 건 아니다. 선수들을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왜곡해서 SNS(소셜 미디어)에 찾아오셔서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사실 저희가 시작부터 못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해 주시는 부분들이 아쉬워서 그런 말씀을 드렸다”고 해명했다.
실제 이날 경기장에선 거센 야유가 자주 울려 퍼졌다. 문제는 그 야유와 비판의 대상이 매우 명확하게 구분됐다는 점이었다.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선 정몽규 회장, 그리고 특혜 논란 등 여러 잡음 속에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대신 선수들에게는 뜨거운 응원이 더해졌다. 야유와 응원의 공존은 경기 전부터, 그리고 경기 내내 명확하게 구분됐다.
경기 전부터 분위기는 감지됐다. 킥오프를 앞두고 선발 출전하는 선수들이 소개될 때마다 경기장엔 뜨거운 응원과 함성이 가득 찼다. 김민재는 유독 응원과 함성이 컸던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대신 선수 소개가 끝나고, 홍명보 감독이 전광판에 소개될 땐 함성과 응원이 곧바로 거센 야유로 바뀌었다. 국민의례 직전에는 “정몽규 나가”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고, 응원석에는 정 회장과 홍명보 감독을 비판하는 걸개가 내걸렸다. 선수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나 걸개는 없었다. 있을 만한 이유도 없었다.
경기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내내 대표팀을 각종 응원가가 울려 퍼졌고,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대신 중간마다 “정몽규 나가”와 “홍명보 나가”라는 외침만 울려 퍼졌다. 전광판에 홍명보 감독이 비칠 때면 야유가 쏟아졌다. 선수와 홍 감독, 선수가 번갈아 전광판에 비친 장면에선 함성과 야유, 함성이 잇따라 경기장을 메우기도 했다. 이날 선수들과 홍명보 감독에 대한 관중들의 온도차는 극명하게 달랐다.
경기 중에 나온 야유를 선수들을 향한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었겠으나, 경기 전부터 뚜렷하게 구분됐던 분위기를 선수들이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적었다. 오히려 김민재는 이날 평범한 헤더 클리어나 수비 장면만으로도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던 선수이기도 했다.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쩔쩔매고 있는 상황에서도 관중석에서 야유가 아닌 “힘을 내라 한국”이라는 외침이 거듭 울려 퍼졌던 것 역시도 같은 맥락이었다.
더구나 설령 이날 선수들을 향한 비판이나 야유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날만큼은 경기를 마친 뒤 무조건적인 응원만을 바랄 수는 없었다. 이날 한국이 0-0 무승부에 그친 팔레스타인은 FIFA 랭킹 96위로, 한국보다 무려 73계단이나 낮은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경기력도, 결과도 모두 놓친 경기에서 “선수들을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며 항의라도 하듯 관중석을 찾아간 건 분명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조금이나마 수습할 수 있었을 인터뷰에서도 김민재의 발언들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분위기가 안 좋거나 심각하진 않았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그렇게 받아들이실 분은 그렇게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다”거나 “팬들을 찾아간 거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시면 되는데,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관중석을 찾아가 응원을 부탁하고 돌아선 뒤, 관중석을 힐끗 바라본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그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해명이기도 했다.
상암=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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