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줘 축구’ 홍명보 버전…플랜B 없는 감독, 황인범마저 교체하니 슈팅 1개뿐

박효재 기자 2025. 3. 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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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정 선수 한두 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해줘 축구’의 민낯이 다시 드러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때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고치지 못한 홍명보호는 경기 중 상황 변화에 대응할 전술적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고,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빠지자 팀 전체의 공격력이 완전히 무너지는 한계를 그대로 노출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8차전에서 요르단과 1-1로 비겼다. 압도적인 볼 점유율(75%)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기존 오만전과 다른 전술 카드로 손흥민(토트넘)을 원톱으로 내세웠다. 이는 오만의 밀집 수비와 달리 요르단이 중원에서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센터백들도 전진 수비하는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었다.

요르단은 오만과 달리 수비수들이 적극적으로 달려 나와 압박을 가했다. 중원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해 볼을 따내면 빠르게 역습을 전개하는 패턴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그렇게 상대 선수가 달려 나와 생긴 뒷공간으로 손흥민이 침투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초반에는 홍 감독의 이러한 전술 변화가 효과를 보였다.

부상에서 돌아온 중원의 핵 황인범이 있기에 가능했다. 황인범은 이날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뛰어난 탈압박 능력으로 요르단의 압박을 이겨냈고, 넓은 공간으로 침투하는 동료 선수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요르단이 이에 적응하면서 위협적인 장면이 줄어들었다. 특히 K리그 FC서울에서 뛰는 센터백 야잔 알아랍은 이런 공격 패턴을 예측해 일단 황인범이 공을 잡으면 미리 뒤로 물러나 자리를 지켰다.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침투에 능한 한국 공격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았다.

전반에 이미 동점을 허용하고 후반 득점이 필요한 한국이었지만, 황인범의 교체로 창끝이 무뎌졌다. 홍 감독은 사전에 정해진 출전 시간에 따라 황인범을 교체했는데, 이후 한국의 중원은 완전히 무너졌다. 황인범이 교체되기 전까지 한국은 12번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이후에는 단 1번의 슈팅만 시도했다.

대표팀은 황인범 대신 공격수 오세훈(마치다 젤비아)을 투입하며 공격 옵션을 바꿨지만, 중원에서 볼을 전달해 줄 연결고리가 사라진 상황에서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지난 오만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부상으로 교체된 뒤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이 반복됐다.

홍명보 감독은 전술적 다양성보다 특정 선수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해줘 축구’의 민낯을 또 한 번 드러냈다. 홍명보 감독은 앞서 울산 HD 감독 시절에도 같은 문제점을 보였다. 오만전처럼 내려가 있는 팀을 상대로는 패턴이 없어 답답한 공격을 펼치다가 크로스에 의존했고, 요르단처럼 달려드는 팀을 상대로는 볼을 잡은 다음 빠른 선수들이 침투하는 플레이에만 집중했다. 이러한 단조로운 패턴이 막히면 대안을 찾지 못하는 것이 홍명보 축구의 한계였다.

2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경기. 황인범이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인범이 빠진 후 중원의 연결고리가 사라지자 긴 패스를 뿌려줄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특히 높이가 좋은 오세훈이나 오현규(헹크) 같은 타깃맨 유형 공격수를 투입했음에도 이들에게 크로스를 연결해 줄 선수가 없어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나치게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고, 그 선수가 빠졌을 때 대응할 전술적 시나리오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만 보여줬다.

이번 경기에서 또 드러난 문제점은 박용우(알아인)의 볼 관리 실수였다. 박용우는 전반 30분쯤 중원에서 볼을 잃었고, 이는 요르단의 결정적인 역습과 동점 골로 이어졌다. 박용우는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도 요르단을 상대로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

박용우는 탈압박 능력 부족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홍명보 감독은 이에 대한 대안을 준비하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박용우를 대체할 선수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독일 연령별 대표팀에도 발탁된 옌스 카스트로프(뉘른베르크) 같은 인재를 외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랜 선수 경험과 카리스마만으로는 현대 축구의 빠르게 변화하는 전술 트렌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번 경기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홍명보 감독은 향후 3차 예선 남은 두 경기(이라크, 쿠웨이트)에서 전술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특정 선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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