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계 더 가까워진 K9 최종판, 60㎞까지 문제없다 [박수찬의 軍]
서방 세계 지상군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무기 중 대표적인 것이 155㎜ 곡사포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이 프랑스산 Mle1917 155㎜ 곡사포를 도입한 이래로 서방 세계의 야포는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155㎜ 구경으로 굳어져왔다.
사거리를 늘리는 방법은 △장포신 또는 고에너지 추진장약으로 포구 속도를 증대 △보조추진 장치로 포탄 속도를 높이기 △공기역학적 형상설계로 저항을 줄이거나 초음속 비행구간 동안 연소가스를 탄의 바닥으로 유출시켜 항력을 줄이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이 중에서 세번째 방법을 내세웠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6일 제16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개최, 155㎜ 사거리연장탄 최초양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12월 체계개발 완료 직후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하는 셈이다.
◆멀리, 더 멀리 포탄을 쏜다
현재 K9 자주포에서 쓰이는 포탄은 KM107, KM549A1, K307이다. KM으로 시작하는 탄은 국내에서 면허생산한 미국산이다. K로 시작하는 탄은 순수 국산이다. 모두 풍산에서 만든다.
KM107은 1910년대 프랑스에서 만든 포탄을 미국이 면허생산하다 1950년대 개량한 M107의 국내 생산품이다.
다만 탄두중량과 거리의 상관관계 때문에 멀리 날아가는 대신 탄두 중량이 적고, 사거리가 늘어났지만 로켓 추진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서 오차도 커졌다.
지난 1999년 국내 기술로 개발한 155㎜ 곡사포용 항력감소 고폭탄(BB HE) K307은 사거리를 40㎞까지 늘렸다.
K307은 포탄이 비행할 때 탄의 바닥에서 발생하는 항력을 제거하는 장치를 장착하고 탄체를 유선형으로 설계했다. 항력감소제를 연소시켜 탄의 바닥 쪽으로 연소가스를 배출, 탄두중량을 크게 줄이지 않고도 사거리를 늘렸다. K9 자주포가 수출될 때마다 K307도 관심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제작사인 풍산과 계약을 맺고 2027년까지 3754억 원을 들여 포탄을 생산할 예정이다.
신형 사거리연장탄은 항력감소제와 로켓보조추진제를 결합해 사거리를 늘렸다. 포탄 하부에는 로켓보조추진제가 들어있는 부분이 있고, 그 아래에 항력감소제와 복합지연점화기가 있다.
발사 직후 일정 고도에 이르면 포탄 하부의 커버가 분리된다. 복합지연점화기가 일정 시간 후에 항력감소제를 점화해서 포탄 비행방향 반대쪽으로 작용하는 항력을 줄인다. 이후에 로켓보조추진제를 점화시킨다.
점화된 추진제는 고압의 연소가스를 형성한다. 분출되는 가스는 강한 압력을 통해 복합지연점화기를 밀어내고 추력을 만든다.
포탄의 사거리가 늘어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비행거리 연장은 오차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산 M982 엑스칼리버 유도포탄처럼 위성항법장치(GPS)와 관성항법장치(INS)를 결합하고, 날개를 장착해 비행경로를 수정하는 등의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사거리 100㎞ 달성하나
군 당국은 K9의 위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성능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K9A3 또는 K9A2 블록2로 불리는 것이다. 사거리가 크게 늘어난 북한 대구경방사포와 자주포 등에 맞서 공세적인 대화력전을 펼치려는 의도다.
K9A3의 가장 큰 특징은 유·무인 복합체계와 포신 연장이다.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적용해 원격운용, 자율주행 및 배치와 방열 등을 통해 병력 소요를 줄이면서 생존율은 높인다.
포신은 기존보다 늘어난 58구경장(9m)에 달한다. 포탄 사거리를 연장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통해 사거리 70∼100㎞, 분당 최고발사속도 10발이라는 성능을 2030년대에 달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포신 연장만으로는 사거리 연장에 한계가 있다. 이에 맞는 신형 포탄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방법으로는 최초양산이 승인된 155㎜ 신형 사거리연장탄을 개량하는 것이 있다. 로켓보조추진제의 양을 늘리고 탄두중량을 낮추면 사거리 연장이 가능하다.
램제트 엔진은 압축기와 터빈을 쓰지 않고 대기중 산소를 흡입해 압축한다. 전체적인 중량을 줄일 수 있고, 초고속비행에 적합하다. 정지 상태에서는 공기를 압축시킬 수 없어서 속도가 초음속일때 작동한다.
이를 155㎜포탄에 적용하면 사거리와 속도를 늘릴 수 있다. 한국군의 자주포와 곡사포는 포구 초속이 음속의 2배가 넘으므로 램제트탄을 사용할 여건은 갖췄다.
포탄에 적용되는 것은 고체연료 램제트 기술이다. 액체연료는 장기간 보관하기가 어렵고, 연료 공급장치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램제트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왔다. 추진제 연소나 공기흡입구 형상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왔다.
램제트탄의 경우 풍산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중이다. 풍산은 과거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과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등을 통해 램제트탄을 소개한 바 있다.
포탄 하부에 있는 날개는 포탄의 무게중심을 맞추면서 공기저항으로 포탄이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과거 북한이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거듭 실패하자 미사일 하부에 그리드 핀(Grid Pin)이라 불리는 보조날개를 장착, 비행 안전성을 높인 바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램제트탄은 발사 직후 램제트 엔진을 작동시킨다. 10여초 동안 유지되는 추력을 통해 항력을 적게 받는 높은 고도로 포탄을 밀어올린다.
이를 통해 사거리도 획기적으로 증대된다. 여기에 새로 개발될 탄도수정신관이 추가되면 정확도도 높아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더욱 주목받는 포병전력은 사거리, 정확도, 타격효과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사거리연장탄과 신형 탄도수정신관은 한국군 포병의 전투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서 양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북한 포병에 맞설 질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신형 포탄과 관련 기술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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