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품백' 맹탕 조사 비판에..."법이 그렇다"는 권익위

손영하 2024. 6. 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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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명품백 사건 관련 기자간담회
"尹, 직무 관련성 있든 없든 처벌 못해"
"김 여사 다른 법으로 이첩? 규정 없다"
조사 내용은 없고... "법 해석이 그렇다"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한 호텔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 국가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 의장인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교 오찬에서 투르크 전통의상을 입고 베르디무하메도프 여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배우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명품백 수수와 윤 대통령 직무 간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덧붙여 설사 직무 관련성이 있다 해도 '대통령 선물'에 해당, 청탁금지법이 정한 신고 의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어느 쪽이든 신고 의무는 없다는 것으로,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적확한 판단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권익위가 명품백이 윤 대통령을 염두에 둔 선물인지, 대통령실의 명품백 관리는 적절했는지 등 실체적인 진실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은 좀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권익위 스스로 법 뒤로 숨는 것으로 '규정의 맹점'만 인정한 채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①직무 관련성X→신고 의무X ②직무 관련성O→대통령 선물→신고 의무X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과 관련해 "지금 밖으로 드러나는 제공자(최재영 목사)의 진술 등에 비춰 다수 의견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10일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통령과 이 사건 제공자에 대해 직무 관련성 여부를 논의한 결과 종결(을) 결정했다"고만 했다. 청탁금지법상 배우자에게 간 선물이 공직자 직무와 관련이 있으면 공직자에게 신고 의무가 생기는데, 이번 명품백은 윤 대통령 직무와 무관해 신고할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영상에서 김건희 여사가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백이 든 쇼핑백을 받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서울의소리 유튜브 캡처

정 부위원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를 생략했다. 대신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신고 의무는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로 '대통령 선물'에 해당, 신고 절차 없이 국가 소유가 된다는 것이다. 마침 명품백을 건넨 최 목사는 미국 국적이다. 정 부위원장은 "대통령은 이러나 저러나 신고 의무가 없는 사건"이라며 "불소추 특권이 있는 대통령을 검찰에다가 조사하라고 보내는 것도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법조계 등에선 대통령 배우자가 개인 사무실에서 사인으로부터 받은 명품 가방까지 '대통령 선물'로 보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 부위원장은 '외국 공직자도 아닌데, 대통령물관리법 취지와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저희는 법령이 그렇게 해석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만 답했다. 대통령 배우자는 외국 국적자로부터 어떠한 선물을 받아도 된다고 권익위가 인정해버린 셈이다. 게다가 주요 판단 근거인 최 목사 국적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정 부위원장은 답하지 않았다.


조사 내용은 말 못한다며... "법이 그렇다" 반복

정 부위원장은 김 여사에 대해서도 "배우자 제재 조문이 없기 때문에 종결"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권익위 전원위원 일부는 청탁금지법 외의 법 위반을 들어 김 여사를 수사기관에 이첩하거나 송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정 부위원장은 "청탁금지법 외의 사유로 인해서 이첩하거나 송부하거나 하는 규정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여자인 최 목사는 윤 대통령 부부가 모두 종결 처리되며 함께 종결 처리됐다.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지원금 주요 부정수급 사건 및 집중신고기간 운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브리핑을 두고는 '권익위가 법 조항 뒤에 숨은 채, 제대로 된 판단을 회피한 이유와 변명만 내놓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정 부위원장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서면 자료 제출을 요구했느냐'는 등의 질문에 "조사 내용과 방법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는 답만 반복했다. 최 목사를 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범죄 혐의도 없고 처벌할 수 없는 사람을 소환하면 권익위가 직권남용 아니냐"고 말했다. 대면 또는 서면 등의 조사를 거치지 않고 내린 결론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사건 접수 후 6개월이 지난, 이른바 '늑장 조사' 비판을 두고는 "선거 기간에는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사건에 대해선 중지했다"고만 했다.

야권은 공세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권익위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조사했는지,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를 인지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건지 따지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 등은 이날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권익위를 항의 방문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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