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 아메리카' 다각적 검토... '국익 균형' 카드 되나

이성택 2025. 7. 2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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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EU, 대규모 구매·투자로 협상 타결
한, 패키지딜 일환 에너지·무기 구매 검토
미 LNG 구매 확대, 에너지 안보 강화 명분
협상 대상 된 쌀·소고기는 "양보 폭 최소화"
이 대통령 "국익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당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더그 버검 미국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과 관세 협상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정부가 미국산 물품에 대한 '구매' 카드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일회성 '바이 아메리카'를 통해 협상에서 승리하는 듯한 모습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관세·비관세 장벽 완화 및 거액의 투자 요구를 누그러뜨리겠다는 전략이다. 구매 품목으로 에너지, 무기, 항공기 등이 거론되는데, 미국의 무역적자 폭을 줄여주면서 우리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상호 호혜적 타결을 기대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패키지딜 차원 에너지·항공기·무기 구매 검토"

28일 여권에 따르면 정부는 관세 협상 '패키지 딜'의 일환으로 미국산 제품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미 측과 논의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항공기 구입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우리보다 앞서 미국과 관세 협상을 체결한 국가들이 상호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 항공기, 무기 등을 구매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에너지와 항공기의 경우 국내 수요가 있는 만큼 미국에 대한 일방적 양보가 아닌 '윈-윈'하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그간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카드를 제시한 배경이기도 하다. 2026~2028년 계약 만료를 앞둔 가스 장기 계약 물량은 630만 톤으로, 말레이시아·카타르·러시아·인도네시아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산 LNG 수입을 통해 미국산 비중을 늘려나가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 품목으로 유력한 무기도 미 측이 요구하는 국방비 증액에 부응할 뿐 아니라 우리 안보도 다질 수 있는 일석이조 카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도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 문제도 협상 목록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EU는 7,500억 달러(약 1,038조 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와 군사 장비를 구매한다고 밝혔고, 일본과 인도네시아는 보잉 항공기를 각각 100대, 50대 구입하기로 했다.


통상, 투자 비해 구매는 일회성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9일 1차 미국 방문 직후 브리핑에서 '통상·투자·구매·안보 전반에 걸친 패키지 협의'를 제안했으며 미 측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협상 범위를 관세에서 투자와 구매, 안보 등으로 넓혀 양측이 국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었다. 다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관세와 안보를 연계시키려는 우리 방침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협상 진전에 난항을 겪어왔다.

미 측의 관심이 높은 통상과 투자 분야는 활발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미 측 요구를 따르기만 하면 국익 균형을 맞출 수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미 측이 요구하는 관세·비관세 장벽 완화는 국내 산업 고사로, 대규모 대미 투자는 국내 투자를 대체해 우리의 성장 동력을 꺾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과 투자에 비해 구매는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구매 대금에 해당하는 물건을 우리가 갖는다는 점에서 출혈이 덜 할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7일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상호관세 15%'를 골자로 한 무역 합의를 타결했다. 턴베리=AP·뉴시스

당초 정부가 국내 관련 산업 종사자 반발을 우려해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를 꺼려한 쌀과 소고기도 협상 대상이다. 우 정무수석은 "농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능한 한 국민 산업 보호를 위해 양보 폭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미국쌀 수입을 늘리기로 한 일본과 달리, 만성적 쌀 과잉 생산으로 국내 물량도 처치 곤란인 점 등을 미 측에 설명하고 있다고 알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명장 수여식 및 비서실장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통령 "끝까지 국익 위해 최선 다해달라"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방미 중인 우리 협상단으로부터 협상 현황을 보고받고 관계부처 장관,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엔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위 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해 29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이 참석해 경제·외교·안보 전반에 대한 토의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끝까지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비하며 냉철하고 차분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대미 관세 협상에 있어 가장 큰 기준은 국익"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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