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일으킨 우원식, 브레이크 없는 ‘친명 삼위일체’에 제동
禹 자체 경쟁력에 秋 비토 더해져…“몰아가기가 반감 키워”
(시사저널=구민주·박성의 기자)
반전을 넘어 대이변이 연출됐다. 5선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을)이 당을 뒤덮던 '추미애 대세론'을 꺾고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의중)을 앞세웠던 '추풍'은 미풍에 그쳤다. 당선자들은 '강성 추미애'가 아닌 '온건 우원식'을 택하면서 브레이크 없이 달리던 '이재명 일극체제'에 제동을 걸었다. 이재명-박찬대-추미애로 이어지는 강성 '삼위일체'를 노렸던 민주당엔 뜻밖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우 의원은 16일 과반 득표로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통해 "나라를 나라답게 하고 국민을 살기 좋게 만드는 22대 국회를 만들겠다"며 "정말 다른 국회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라며 "여야 간 협의를 중시하지만, 민심에 어긋나는 퇴보나 지체가 생긴다면 여야가 동의해 만든 국회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합의를 중시하는 동시에, 그것 때문에 법안 처리 등이 지체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각오도 분명히 한 것이다.
'럭비공' 秋 향한 불안감…물밑에선 禹 지지 강해
정치권에선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얘기가 돌 만큼 추 당선자 대세론이 팽배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가장 강하게 맞서는 모습에 강성 당원들의 지지세도 두터웠다. 당에선 '국회의장 추미애-당대표 이재명-원내대표 박찬대' 체제를 전제한 22대 국회 시나리오까지 오르내렸다. 이 대표가 강성 성향인 추 당선자에게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베드캅'(나쁜 경찰)을 맡기고, 본인은 협치의 물꼬를 트는 '굿캅'(착한 경찰)을 소화하는 일종의 역할 분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었다. 박찬대 원내대표 등 친명계가 '명심'을 업고 '국회의장 교통정리'를 마쳤다는 얘기도 파다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우 의원 선출로 무용에 그쳤다. 대반전의 결과가 일어난 배경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지목된다. 먼저 조용하지만 강한 우 의원의 개인 경쟁력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당내 '범친명'으로 분류되는 우 의원은 '을지로위원회'(을 지키기 민생실천위원회의)를 오랜 기간 이끌며 현장을 누볐고 재야 운동권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이라는 확실한 근거리 조직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첫 여당 원내대표로 활동한 이력도 있는 데다, 21대에서 원내에 머물렀던 만큼 원외 추 당선자에 비해 소속 의원들과의 관계가 접촉면이 넓다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일부 강성 친명을 제외한 범친문‧범친명 의원들이 우 의원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읽힌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이번 의장 선거는 사실상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처럼 치러졌다. 원내대표 선거에선 의원들 간의 개인적 친분에 의해 뜻밖의 결과가 흔히 나오곤 했다"며 "이번 의장선거도 이런 특징이 크게 나타난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둘째로 우 의원 개인의 캐릭터 못지않게 추 당선자의 캐릭터도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내에선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추 당선자의 성향과 지나친 '강성' 이미지가 우려스럽다는 판단이 물밑에 적잖이 깔려있던 것으로 보인다. 우 의원에 비해 안정감이 덜했다는 평가다. 더구나 이른바 '추윤 갈등'(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윤 대통령의 존재감을 키워줬다는 인식도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마지막으로 추 당선자로 지나치게 몰아가는 당내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명심'이 무리하게 추 당선자를 세우려다 다수 의원들의 반감을 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친명계 5선 정성호 의원이 중도 사퇴하고, 6선 조정식 의원도 추 당선자 지지 표명 후 물러나면서 무게 추는 추 당선자로 더욱 기울었다. 당 안팎에선 조 의원이 추 당선자와 단일화한 후 오히려 조 의원을 향하던 온건 표심이 우 의원에게 몰렸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의장 경선 발표 이후 통화에서 "당내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 의원들의 우려가 컸던 것 같다. 어차피 명심에 따라 결과가 나왔을 텐데, 굳이 지도부가 '이 사람으로 합시다'라고 몰아가면서 의원들이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됐다'고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막판 기류가 (우 의원으로) 바뀌었다고도 하는데 사실 원래부터 그런 흐름이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견제 당한 이재명, 리더십에 큰 타격은 없을 듯
공공연했던 '명심'과 반하는 경선 결과가 나온 데에는 브레이크 없이 독주하던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견제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대표직 연임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당선자 상당수가 당내 '친명색'이 더 짙어지는 것을 경계했다는 관측이다.
총선 후 더욱 친명 일변도로 치닫는 당에 대한 우려는 최근 커지던 차였다. 당 원로인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민주당은 한 사람을 거의 황제로 모시고 있는 당 같다"며 "(국회의장 선거도) 똑같다. 도대체 왜 경선에 당 대표가 개입하나.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직격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의장 경선에 대한 이 대표와 친명계의 '물밑 작업'은 실패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것이 이 대표의 리더십과 당 장악력을 흔들진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병천 소장은 "이번 경선에서 우 의원을 뽑은 걸 이재명에 대한 반란표로 해석할 수는 없다. 지난 총선 경선에서 '컷오프' 됐던 비명(非이재명) 주자가 선출됐다면 모를까, 당 의원들이 추 당선자가 아닌 우 의원을 선출한 걸 '이재명에 대한 반란'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며 "이 대표로선 자신과 박찬대 원내대표의 물밑 작업이 먹히지 않아 작은 '흠집' 정도 생긴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이번 결과로 이 대표의 리더십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낙마한 추 당선자는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 의원은 자신의 승리가 '이변'이라는 일각의 시선에 선을 그었다. 처음부터 '명심'이 추 당선자에게 있지 않았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의장 후보로 선출된 후 기자들과 만나 "친명이 어디로 쏠렸다는 것은 언론의 과한 추측"이라며 "저도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했고, 이 대표의 미래 비전이라 할 수 있는 기본사회부위원장도 하고 있다. 이 대표가 누굴 향해 마음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대표가 자신에게 '국회의장에 적격'이라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선 결과와 관련해 이 대표는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경선 결과가 난 후 "어떤 후보도 국회의장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국민의 뜻에 맞게 잘 수행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당선자들의 판단으로 당심이라고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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