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병 회장의 실패한 ‘승부수’, 만신창이 된 롯데관광개발
유동성 위기, 동화면세점·동화투자개발 등 계열사로 전이 조짐
(시사저널=이석 기자)
코로나19 엔데믹이 선포된 지도 2년 정도 지났다. 사상 초유의 전염병 사태 여파로 적자에 허덕이던 국내 여행 업계 실적도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롯데의 방계 기업인 롯데관광개발은 예외였다. 팬데믹 직전인 2018년부터 7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김기병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드림타워는 '제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노형동에 지하 6층~지상 38층 2개 동을 짓는 사업이다. 건물에는 외국인 카지노와 5성급 호텔, 레지던스 등이 들어서기 때문에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완공 예정일을 1년 이상 넘긴 2020년 말 호텔이 오픈했고, 카지노는 이듬해 6월 개장했다.
문제는 이때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였다는 점이다. 하늘길이 막히고, 해외 관광객마저 뚝 끊기면서 제주드림타워에는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다. 복합리조트 개발을 주도한 롯데관광개발 역시 2000년부터 4년간 4000억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때 영업손실률이 -60%를 넘어서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은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롯데관광개발의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715억원과 390억원을 기록했다. 팬데믹 초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270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됐다.

애물단지 된 1조6000억대 프로젝트
외국인 관광객 특수로 제주드림타워의 카지노와 호텔 실적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제주드림타워 카지노의 방문객 수와 순매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업종 내 최선호주로 향후에도 탄력적인 실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가도 좋은 흐름이다. 최근 3개월간 롯데관광의 주가는 7000원대에서 1만6000원대로 129%나 폭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9.2%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주목되는 사실은 실적 호조에도 당기순이익은 여전히 1000억원 이상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빚을 내서 복합리조트를 지은 게 원인이다. 올 1분기 기준으로 롯데관광개발의 부채율은 639.3%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위험기업으로 분류된다. 롯데관광개발은 이보다 3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부채 총계 역시 1조8536억원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이 중 53%인 9828억원을 장·단기 차입금과 유동성 전환사채가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관광개발은 지난해 금융권 이자 비용으로만 999억원을 지출했다. 카지노와 호텔에서 돈을 벌어 은행 이자도 다 갚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관계회사인 동화면세점의 상황은 더하다. 한때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은 중국 관광객인 유커들의 성지로 통했다. 1~5층 매장은 항상 해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팬데믹 직전 3000억원에 육박하던 매출은 152억원으로 5년 만에 94.8%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1222억원이었던 자산은 480억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누적 적자로 인한 결손금만 현재 1034억원에 이르고 있다.
김기병 회장은 그동안 동화면세점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부인인 신정희씨와 차남인 김한성 대표가 보유 중인 롯데관광개발 주식을 담보로 280억원의 운영비를 아모레퍼시픽에서 빌렸을 정도다. 김 대표의 경우 살고 있는 주택까지 담보로 제공했다. 그럼에도 동화면세점의 경영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동화면세점은 순자산(자본총계)이 -838억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 회사의 외부감사를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으로 존속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롯데관광개발과 동화면세점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동화투자개발이란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이었다. 광화문 동화면세점 빌딩을 소유한 동화투자개발은 그동안 이들 회사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동화투자개발은 현재 롯데관광개발의 지분 10.31%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롯데관광의 적자로 지분법 손실이 나면서 지난해에만 38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이 회사가 광화문 빌딩 임대관리와 주차 수입을 통해 올린 매출(102억원)보다 3배 이상 많다.
동화투자개발은 현재 오너 일가인 김기병 회장과 부인 신정희씨, 차남 김한준 대표에게도 400억원 가까운 돈을 단기대여금 형식으로 빌려준 상태다. 동화면세점에 빌려준 665억원은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해 뒀다. 돌려받기 어렵다고 보고 손실 처리한 것이다. 그럼에도 동화투자개발은 롯데관광개발과 동화면세점을 위해 장부가 1493억원짜리 빌딩 대부분을 금융권에 담보(1421억원)로 제공한 상태여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제주드림타워發' 유동성 리스크가 동화투자개발 등 관계사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롯데관광개발 "재무 안정성 선제적 관리 중"
이와 관련해 롯데관광개발 측은 "재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그룹 차원의 전반적인 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동화투자개발은 롯데관광개발의 특수관계자이기는 하지만 연결대상 회사가 아니므로 회사의 재무 실적과는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는 김기병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판단 착오로 회사가 존폐 위기에 빠졌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진행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연면적 337만m²의 용산 정비창 일대에 31조원의 돈을 투입하는 사상 최대 개발사업이었다. 하지만 부지 제공자이자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2대주주인 삼성물산의 법정 다툼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사업이 표류하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이 손을 들고 나간 자리에 김기병 회장과 롯데관광개발이 뛰어들었다. 재계에서는 당시 연매출이 400억원 수준인 여행업체가 거대 개발 프로젝트에 뛰어든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얼마 후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사업이 사실상 좌초되면서 거액을 쏟아부은 롯데관광은 부도 위기에 빠졌다. 결국 김 회장은 2013년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김 회장의 사재 출연과 출자전환으로 법정관리는 조기 졸업했지만 충격파가 적지 않았다. 김 회장이 제주드림타워를 착공한 시기가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몇 년 안 된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투자 실패에 따른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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