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한파 속 온도차’ 3대 시행사 실적 들여다보니

이미호 기자 2024. 4.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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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호황기 때 토지 공격적 매입
시행업계, 고금리·공사비 인상에 ‘직격탄’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시행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3대 개발사’로 통하는 엠디엠과 신영이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동산 호황기때 몸집을 키웠던 DS네트웍스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급감했다.

서울 시내의 한 주상복합 공사현장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뉴스1

◇ DS네트웍스, 매출·영업익·당기순이익↓... “PF리스크에 눈물의 손절”

29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공개된 DS네트웍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469억349만원으로 1년 전(1080억2670만원)에 비해 56.5% 감소했다. 매출액(분양수익)도 7299억3711만원으로 1년 전(1조1281억4920만원)에 비해 35.2% 줄었다.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은 -514억400만원을 기록했다.

DS네트웍스는 2011년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 개발, 송도 랜드마크시티, 서울 마곡지구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21년 한 해 신규 부지 매입에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앞서 2020년에는 총 매출 1조3375억원을 기록해 업계 1위를 기록했다. 그 해 두산건설, 이듬해 대우건설 인수전에 이름을 올리며 종합부동산개발기업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노렸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며 최근에는 금융부문 계열사를 정리했다. 기업공개(IPO) 계획도 중단된 상태다.

시행사는 통상 부동산 개발 사업 때 토지 매입과 인허가 과정을 담당하는데, 이때 브리지론을 활용한다. 이후 본격적인 시공 단계에서 PF대출을 받아 브리지론을 상환하는데, 문제는 대출 이자가 오르고 공사비가 급등해 사업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 시행사들은 ‘돈이 안 될 것 같은 곳’은 손해를 보더라도 정리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실제로 최근 DS네트웍스는 제주도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 체비지(주상복합용지) 매입 사업을 포기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2600억원을 주고 해당 부지를 매입했는데, 마지막 잔금 납부를 앞두고 중단했다. 통상 토지 매입액의 10%를 위약금으로 낸다는 점에서 손실액은 약 260억~300억원으로 추산된다.

DS네트워크 관계자는 “해당 사업을 끝까지 가지고 가는 것보단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손절하는게 오히려 득이라고 판단했다”며 “작년 당기순이익 적자가 난 것도 손절 사업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는 영업이익 상당부분을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최근 DS네트웍스자산운용, DSN인베스트먼트 매각해 약 300억원을 확보했고, 주택 사업장 등에서 1800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사업장 매각·정리 과정에서 이자 수입 및 취득세 환급이 200억원 유입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시내의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는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뉴스1

◇ ‘투톱’ 엠디엠과 신영은 ‘표정 관리’

반면 업계 투톱으로 통하는 엠디엠과 신영은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금감원 공시로 공개된 엠디엠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8814억7530만원으로 1년 전(131억4510만원)에 비해 6605%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4720억9935만원으로 1년 전 -148억984만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엠디엠측은 매출이 6000% 이상 뛴 것은 후분양 아파트 실적을 반영한 데 따른 ‘회계상 착시’라고 설명했다. 엠디엠 관계자는 “경기도 용인 후분양 단지가 작년에 분양하면서 매출 실적에 포함됐다”며 “후분양 단지는 분양 전까지 공사비와 PF대출액만 반영되고 매출액은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개발 사업의 상당수를 맡고 있는, 엠디엠 그룹의 대표 회사격인 엠디엠플러스는 영업이익이 다소 줄었다. 공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매출액은 4371억0916만원이다. 1년 전 4307억7536만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21억5323만원으로 1년 전 1320억4844만원에 비해 30.2% 감소했다.

분양 미수금은 1906억3500만원으로, 1년 전 1608억4211만원에서 18.5%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형 사업장인 부산 해운대역 푸르지오 더원의 분양미수금이 1095억716만원에 달했다. 미수금은 건설사가 공사나 분양을 진행하고도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자금을 말한다. 자금 회수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건설경기가 좋지 않고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회수가 지연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진다.

‘디벨로퍼 1세대’로 통하는 신영그룹은 매출액(이하 자체 추산)이 2022년 말 857억9063만2296원에서 2023년 말 2615억1391만4938원으로 204.8%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10억4371만원에서 199억3579만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443억5275만원에서 -441억5261만원으로 적자 폭을 다소 줄었다.

시행업계에서는 부동산 호황기에 상당한 토지를 매입한 시행사들이 고금리에 PF 직격탄을 맞으면서 실적 부진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로 현금 흐름이 축소되는 등 사업성이 악화하고 있고 브릿지론 이자 비용 증가로 상환 여력도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쉽게 말해, 땅은 사뒀는데 공사비는 천정부지로 올라가서 사업 진행은 못하고 있고, PF 만기는 돌아오고 연장을 해야 그나마 브릿지론 사업장이 버틸 수 있는데 그것마저 안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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