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는 항일 영화? 네티즌들이 찾아낸 숨겨진 장치는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가 개봉 3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관람 후 네티즌들은 영화 속에 숨겨진 독립운동과 관련한 장치들을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항일 오컬트 영화’라는 해석도 나왔다.
지난 22일 개봉한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영화다. ‘검은사제들’과 ‘사바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에서는 전형적인 오컬트 미스터리가 펼쳐진다면, 후반부는 한반도의 역사와 연결된 ‘험한 것’에 대한 이야기다.
온라인에서는 이후 영화 주인공들의 이름이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같다는 점이 화제가 됐다. 최민식이 연기한 풍수사 ‘상덕’은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상덕 선생과 이름이 같다.
김고은이 연기한 무당의 이름은 ‘화림’이다. 동명의 여성 항일운동가 이화림이 존재한다. 이화림은 일제시대 한인애국단에 몸담았다가 조선의용군으로 옮겨 활동했다.
이도현이 연기한 제자 ‘봉길’은 윤봉길 의사를 떠올리게 한다. 윤 의사는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일본군의 전승 경축식이 열리자 수통 모양의 폭탄을 투척해 일본 군·정부 주요 인사들을 죽거나 다치게 했다.
유해진이 맡은 장의사 ‘영근’은 조선 후기 왕비 민씨를 살해한 우범선을 일본에서 암살한 고영근을 연상하게 한다.
이 밖에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절의 이름은 ‘보국사’로,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 절을 만든 스님의 법명은 ‘원봉’이다. 관람객들은 이를 의열단장이던 김원봉과 연결 지었다. 장의사 영근이 일하는 곳의 간판은 ‘의열장의사’다.
영화 속에 나오는 차량들의 번호가 ‘1945′ ‘0301′ ‘0815′인 점도 관람객들의 눈에 띄었다. 각각 일제로부터 광복한 해, 삼일절, 광복절로 독립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가진 숫자를 가리키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풍수사 상덕은 극중 100원짜리 동전을 묫자리에 던진다. 풍수사가 관을 꺼내 이장할 때 동전을 던지는 건 실제로 하는 행위다. 네티즌들은 하필 이순신 장군이 새겨진 100원을 던진다는 점에서 이 또한 의미가 있는 장면이라고 해석했다.
장재현 감독은 일부는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실제로는 풍수사가 보통 10원짜리를 던지는데, 흙색과 비슷해서 잘 안 보인다”며 “500원짜리로 할 수는 없어서 100원짜리를 선택한 건데 얻어걸렸다”고 말했다. 차 번호판에 관해서는 “미술팀이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등장인물 이름은 “노코멘트 하겠다”며 의도한 것인지에 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장 감독은 “파묘를 만들기 위해 이장하는 것을 수십 번 따라다니며 든 느낌들이 있다”며 “과거의 잘못된 뭔가를 꺼내서 깨끗이 없애는 것에 관한 정서였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땅,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상처와 트라우마가 많다”며 “발톱의 티눈을 뽑듯이 파묘를 해버리고 싶었다”고 했다.
한편 지난 22일 개봉한 ‘파묘’는 개봉 첫날 3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했다. 이후 개봉 3일 차인 지난 24일 누적 관객수 145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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