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카이스트 교수협의회, 졸업생 ‘입틀막 사태’ 유감 발표 무산···“참담”

김송이 기자 2024. 2. 25. 10: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 중 졸업생 신민기씨가 윤석열 대통령 축사 때 연구·개발 예산 축소 등 문제를 두고 대통령을 향해 항의하다가 경호원들에게 제지를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이스트(KAIST)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끌려나간 사건에 대해 교수들이 입장문을 준비했다가 발표를 포기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제자인 졸업생이 강압적으로 끌려나간 일을 목격한 일부 교수들 주도로 해당 사태에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의 입장문을 준비했지만 전체 교수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발표가 무산됐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교수협의회 집행부가 지난 23일 교수협 회장 명의로 회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사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입장문 발표에는 카이스트 전체 교수의 42.8%가 동의했지만 재적 교수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발표는 성사되지 못했다.

교수협 집행부는 지난 21일 석사과정 졸업생 신민기씨가 강제로 끌려나간 사건에 관한 입장문 초안을 회원들에게 공개하며 온라인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입장문의 골자는 대통령 경호처의 과도한 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의 공식적인 입장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서명에 동참한 교수는 총 245명으로 교수협 회원 수 573명(2022년 기준)의 42.8%에 그쳤다. 교수협 집행부는 “245명은 충분히 많은 숫자이지만 이보다 더 많은 수의 교수들이 동의를 해 주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교수협 이름의 입장문은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반이 동의하지 않은 입장문에 교수협 명의로 대표성을 부여할 수 없다는 내부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입장문 발표가 무산된 데 대해 “교수들 사이에서 ‘참담하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수들이 물리적 폭력으로 졸업생이 제압되는 장면을 그대로 지켜만 본 데 이어 이에 대한 유감조차 밝힐 수 없게 된 것을 두고 이 같은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신씨는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을 복원하라”라고 소리치다 경호원들에게 입이 틀어 막힌 뒤 끌려나갔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