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휴전 안 하면 심각한 후과” 경고했지만…협상 카드 많지 않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쟁 중단에 동의하지 않으면 심각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자신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줌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회담 이후에도 전쟁을 중단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후과에 직면할 것이냐는 언론의 질문에 “매우 심각한 후과들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어떤 후과일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알래스카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2차 회담을 열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한 직후 나온 것이다.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의 후속 협상 참여, 평화 협상은 휴전 성사 후 시작, 영토 협상은 현재 전선에서 출발, 러시아 점령지의 법적 소유권 인정 불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협상 결렬 시 강력한 대러 제재 등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휴전이며, 영토 문제는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할 몫으로 자신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은 불가하지만 유럽이 공동으로 안보 보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뜻을 밝혔다고 가디언 등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입장을 이해했다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알래스카 회담이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의 대가’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디애틀랜틱은 “협상을 성사시키려면 푸틴이 휴전을 거부할 경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도 있다는 설득력 있는 허세라도 부려야 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보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압박했다”면서, 스스로 협상의 입지를 좁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남은 선택지는 유럽에 미국산 무기 판매 허용을 확대하는 것 정도다.

다만 아직 가장 위력적인 카드가 남아있다.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에 ‘2차 관세’를 부과해 석유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돈줄을 죄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푸틴, 멈춰!”라는 글을 올리며 휴전을 압박할 때마다 오히려 보란 듯이 공격의 강도를 더 높이곤 했던 푸틴 대통령이 이번 알래스카 협상에 응한 데는 제재 위협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산 에너지의 주 고객인 인도·중국·튀르키예 등에 2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에너지 가격을 급등 시켜 미국 경제에도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BBC는 “2차 관세가 부과될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처럼 유가가 상승해 전 세계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중국과 ‘관세 휴전’까지 한 마당에 2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는 양자 무역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같은 제재 방안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여전히 물러설 의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알렉세이 파데예프 러시아 외무부 정보보도국 부국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알래스카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의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언론 질문에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전쟁 종식 조건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한계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에도 푸틴과 그런 대화를 나눴지만 그는 계속해서 민간인을 공격했다”고 설명한 뒤 ”아니다“라고 답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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