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처럼 이착륙, 제트기처럼 순항…세상에 없던 ‘별종 비행체’ 성큼

이정호 기자 2024. 2.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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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올라가면 프로펠러 접어 공기 저항 ‘뚝’
제트엔진 가동…시속 833㎞ 고속 비행
최근 미국 기업 벨이 ‘고속 수직이착륙기(HSVTOL)’ 개발을 위해 고안한 지상 시험 장치 모습. 일정 속도에 이르면 바람개비 형태 회전날개는 작동을 멈춘 뒤 후방으로 완전히 접히고, 제트엔진이 가동된다. 우측 하단 작은 사진은 회전날개를 접은 채 하늘을 날고 있는 HSVTOL 상상도. 벨 제공

좁은 공간에서 뜨고 내리는 헬기와 고속 비행이 가능한 제트기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항공기’가 곧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민간항공기업 벨은 최근 좁은 공간에서 수직으로 이륙한 뒤 일단 공중에 뜨면 제트엔진을 켜 빠르게 비행하는 신개념 항공기를 만들기 위한 주요 지상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벨은 이 새로운 비행체에 ‘고속 수직이착륙기(HSVTOL)’라는 이름을 붙였다. HSVTOL은 벨이 미 국방부 소속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협력해 개발하고 있다.

벨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HSVTOL 항공기의 지상 시험 영상은 특이하다. 미 뉴멕시코주 홀로만 공군기지에서 촬영된 이번 영상은 광활한 평지에 놓인 긴 철로에서 시작한다. 철로 위에는 소형 기차가 서 있다. 기차 정면에는 길이 약 1m짜리 블레이드 3개로 이뤄진 회전 날개가 달려 있다.

회전 날개가 돌아가자 추진력이 생긴 기차가 앞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특정 속도에 이르자 회전 날개는 작동을 완전히 멈춘다.

가장 특이한 움직임은 바로 그 다음이다. 회전 날개를 이루는 블레이드 3개가 세찬 바람을 만난 풀처럼 후방을 향해 일제히 눕는다. 그런데도 기차는 속도를 더욱 붙이면서 나아간다.

이 지상 시험은 벨이 개발한 통합 추진 기술을 확인한 것이다. 출발할 때에는 회전 날개의 힘으로 나아가다가 특정 속도에 이르면 회전 날개가 작동을 정지하는 것은 물론 전체 덩치까지 최소화해 공기 저항을 줄인다. 그 다음에는 제트엔진을 켜 강한 추진력을 얻는 절차를 시험한 것이다.

벨은 HSVTOL 기술을 실용화하면 혁신적인 비행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날개를 돌려 동체를 수직으로 공중에 일단 띄운 뒤 순항에 들어가기 전 날개를 완전히 접고나서 제트엔진을 켜는 것이다. 벨은 제트엔진의 힘으로 최고 시속 833㎞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프로펠러에 의지해서는 대개 시속 500㎞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기가 어렵다.

벨은 HSVTOL의 최대 탑재중량을 2300㎏으로 잡고 있으며, 소형 승용차 한 대를 실을 덩치로 내부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HSVTOL은 전장에 군인을 긴급 투입하거나 재난 현장에 구조대원을 급파할 때 사용하기에 좋다. 활주로가 없어도 얼마든지 뜨고 내릴 수 있는데다 비행 속도가 일반적인 제트기처럼 빠르기 때문이다. 벨은 “이번 지상 시험은 미래 군용기를 위한 중요한 발전 단계”라며 “향후 실험용 항공기를 설계·제작해 실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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