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문제투성이` 트럼프, 그는 왜 강한가

박영서 2024. 2. 16. 01: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보적이었던 당내 유력정치인들 잇달아 지지 선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열렬 지지층 형성
사법리스크와 민주당 마녀사냥도 전혀 먹히지 않아
저학력 백인에서 흑인과 히스패닉으로 지지세 확장
정치적 분열과 양극화 심화는 트럼프 상승세 배경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이 승승장구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잇따라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가 이미 '사실상의 공화당 후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트럼프의 언행은 문제투성이다. 그런데도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트럼프가 강하다는 얘기다.

◇공화당 경선서 파죽지세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는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에 이어 네바다주까지 승리해 경선 3연승을 기록했다. 오는 24일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도 압승이 예상된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온건 공화당원들을 끌어들여 지지를 늘리고 있지만 트럼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고향이자 2011~2017년 주지사를 지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패배한다면 경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이런 헤일리를 조롱한다.

당내에는 더 이상 반대파가 없다.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들은 잇달아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일부는 '부통령 후보 지명'을 따내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여성인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와 엘리스 스테파닉 뉴욕주 하원의원, 흑인 남성인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과 벤 카슨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혹한의 아이오와·뉴햄프셔 경전지로 달려가 '눈도장'을 찍었다.

트럼프가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지명되면 민주당 후보로 확실시되는 조 바이든(81) 현 대통령과 오는 11월 5일 맞붙게 된다. 현 추세로 보면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위대한 미국이 좋아요"

트럼프 힘의 원천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의 약자인 'MAGA'에서 찾을 수 있다. MAGA를 지지하는 미국인들이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이들 중에는 트럼프를 신(神)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미국 우선주의'를 열렬히 지지한다. 이런 경향은 저학력 백인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들은 "쇠락한 미국 제조업을 재건하겠다"는 트럼프의 구호에 환호를 보낸다. 미국-멕시코 국경을 통제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을 막겠다는 트럼프의 정책도 표심을 얻고 있다.

지지자들에겐 이런 트럼프는 강한 지도자다. 이들은 지난 트럼프 정권 4년 동안 우크라이나, 중동에서 전쟁이 없었던 것은 트럼프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인플레이션, 전쟁 등 골치 아픈 문제들이 많았다. 이는 바이든이 약한 탓이고, 그래서 미국은 더 약해지고 가난해졌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라면 이런 난제들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그들은 확신한다.

이에 민주당은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으며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이에 대해 더 많이 반박할수록 트럼프 지지자들의 단결은 더 단단해진다.

트럼프가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 기밀문서 반출 등 4개 혐의로 기소됐고, 성폭행 혐의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나 지지자들은 개의치 않는다. 민주당 정권의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매도하며 똘똘 뭉치고 있다.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는 처음에는 정치적 악재로 여겨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호재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청년·흑인·히스패닉 표심도 잠식

눈여겨 볼 점은 트럼프 지지층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 젊은 층 및 흑인·히스패닉 그룹에서 지지자가 늘고 있다. USA투데이 여론조사를 보면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바이든을 앞선다. 경제난이 그들을 흔들어 놓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비싸진 생활비와 오르는 집값 등이 그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을 준 강력한 지지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쪽으로 표류하고 있다.

트럼프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고학력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도 변하고 있다. 탄압 차원으로 비쳐지는 트럼프 기소, 악화하는 정치적·경제적 환경에 대한 불만이 그들의 반(反)민주당 정서를 폭발시켜 트럼프 지지로 돌아세웠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기존 직업 정치인들을 "무능하다"고 욕하면서 현 상황에 화가 난 대중의 마음을 얻고 있다. 계산된 극우 발언을 내놓으면서 "바이든이 미국을 망쳤다"는 인식이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계속 스며들게 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바이든은 "미국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어젠다에 도취된 유권자들에게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나이 많은 가난한 백인 남성'이라는 통념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

◇혼돈의 초강대국, 미국

지금 미국의 키워드는 '분열과 적대'다. 두 진영으로 뚜렷하게 나눠져 서로 상대방이 틀렸다고 계속 주장하며 싸운다. 예를 들자면 공화당원의 60∼70%는 2020년 대선이 도둑맞았다면서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트럼프는 항상 대통령이다. 오늘날 미국에는 트럼프와 바이든, 두 명의 대통령이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 내전이 벌어지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가 진정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다면, 분열과 적대를 조장하지 말고 통합에 힘쓰고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리더로 변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강한 지도자'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모든 정치인들도 새겨볼 대목이기도 하다. 논설위원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