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이 대통령 질문 날카로웠지만, 야비한 SPC 계속 지켜봐야"
[유성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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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8월, 서울 한남동 SPC그룹 허영인 회장집 앞에서 물구나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권영국 당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대표. |
| ⓒ 권영국 페이스북 |
권 대표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또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되진 않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한때 노조 파괴에 적극 나섰던 SPC가 정말로 노동자를 위해 이런 조치를 한 건지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SPC 측은) 어용 노조를 만들고 노조를 방패로 내세우고, 실제 노동자 조합은 파괴하는 등 야비한 짓을 해왔다"라며 "이번엔 대통령이 추궁을 하니까 '생산 방식을 전면 바꾸겠다'고 얘기는 하지만, '일단 소나기부터 피하자'는 임시방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란 최고 권력이 와서 '너 주시하겠어'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엄청난 압박을 받는 거죠. 겁이 나겠죠. 하지만 잘 보시면 야간 노동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게 아니고 '8시간 초과'만 없애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산재 원인으로 꼽히는 '24시간 생산 체제'는 유지하겠다는 거고, 야간 노동은 절대 폐지 않겠다는 얘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소년공 출신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SPC 삼립 시흥공장에서 현장 간담회를 열고,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만나노동자 산재 사망사고가 계속되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대통령의 구체적인 질문과 지적 뒤 SPC 그룹은 결국 27일 '초과 야근 폐지'를 발표했다. 권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이 날카로웠다. 굉장히 구체적이고 제대로 지적을 하더라"고 평가했다.
[관련 기사]
백발 변호사의 SPC회장 집 앞 물구나무 1인 시위, 왜? https://omn.kr/20fft
이 대통령 질책 이틀만에... SPC그룹, '8시간 초과 야근' 폐지 https://omn.kr/2epn9
SPC그룹 산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기계 끼임 사망 사건은 2022년 10월, 2023년 8월, 올해 5월 등 계속돼 왔다. 권 대표는 그동안 노조파괴 중단과 SPC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등을 주장하며 물구나무 서기 1인 시위, 3보1배 오체투지 등으로 SPC 측의 변화를 촉구해 왔다.
다음은 권 대표와 나눈 대화를 1문 1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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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흥=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 ⓒ 연합뉴스 |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임시 조치일 수 있다고 본다. SPC는 여전히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야간 노동 8시간은 유지하고 있으며, 8시간을 초과하는 야간 노동만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야간 노동 자체를 폐지한 건 아니다. 자동차 산업 등 다른 기업들이 이미 주간 2교대로 전환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SPC는 2022년 SPL 평택 공장에서 23세 여성 노동자가 새벽에 사고로 사망했을 때도 장시간 야간 노동 문제가 지적되었고, 당시 대국민 사과와 함께 1000억 원 투자를 약속했지만 2023년 샤니 공장에서 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며 실제 바뀐 건 없었다는 게 드러났다. SPC 주요 계열사들은 여전히 주야 맞교대 방식(12시간 교대)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계가 쉬는 시간 없이 24시간 가동되는 체제로 인해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 이번 변화를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다는 건가.
"그렇다. 허영인 회장 구속 뒤 회장이 노조 파괴를 직접 지시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는데, 이런 사람이 노동 환경 개선 의지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어렵다. 한편 장시간 노동을 줄이면 노동자들의 임금 감소로 이어져, 오히려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조치가 내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될 여지도 있다."
- 대통령 발언 뒤 나온 변화여서 유권자들이 효능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이 산재 노동자 출신이라 그렇단 지적도 나오는데 같은 대선후보로서의 평가는.
"대통령이 현장에서 직접 날카롭게 질문한 것을 봤다. 현장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더라. 유권자들이 왜 효능감 느꼈는지도 공감이 간다. 실제 대통령이 장시간 노동이 산재에 미치는 영향, 새벽 노동 위험성, 12시간 장시간 노동 등 구체적으로 지적한 탓에 사측 반응이 나온 걸로 보인다. 다만, 장시간 노동의 문제와 함께 언급되어야 할 '저임금' 문제 대책은 사측이 언급을 않고 있어 아쉽다."
- 권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촉구 당사자이기도 하다. 법은 통과됐으나 2년 전 SPC 계열 샤니 제빵공장 사망 사고가 아직도 수사 중이라, 법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법이 문제가 아니고 집행 의지가 없는 것이다. 잘 보면 검찰 기소율은 5%에 불과하고, 대기업 대표이사들은 대부분 무혐의 처리되거나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있다. 끼임사가 발생한 SPL 대표이사도 집행유예 정도 받았다. 2023년 샤니 공장 사망사고 2건은 기소 얘기조차 듣지 못했다.
윤석열이 후보 시절부터 법 완화를 약속했고, 대통령 된 뒤에도 사실상 법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최고 결정권자, 즉 경영 책임자에 책임을 묻지 않으니 사고가 줄어들 리 없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서류 작업만 잘하면 돼'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초기와 달리 긴장이 풀린 상태다."
- '징벌적 손배'를 제한하는 등 취지의 노란봉투법도 현재 국회 논의 중이다. 다만 노동계 일각에선 현 법안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노란봉투법은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하란 게 핵심이다. 그러나 법원이 사용자성을 매우 보수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이를 가지고 법 해석 투쟁과 소송을 벌일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사내 하도급의 경우 원청을 아예 사용자로 간주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내 하도급에서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라는 것은 명백하지만, 법원에서 잘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 법안에 플랫폼 노동자나 특수고용 노동자 조항이 빠져 있어 이들에게까지 확대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노동자 개인 책임 면제 조항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법인의 경우 법인에 민사 책임을 묻지 구성원에게 안 묻는 것과 같은 논리로, 노동자 개인에도 면제 조항이 필요하다. 이런 노동법은 제정될 때부터 틀을 제대로 잡아놔야 한다. 안 그러면 '공수표'가 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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