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대통령 주문에…ISA 혜택 대폭 확대
비과세 한도·납입액 추가 확대도 검토
기재부, 세제 추가 확대안 2월 국회 보고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일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년 의무가입 기간을 폐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 중인 가운데 비과세 한도를 더 올리는 방안도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는 ISA 비과세 한도 약 2배 확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업무보고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ISA 계좌와 관련해) 세제 개혁을 더 과감하게 해달라"고 말한 데 따른 조치다.
31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ISA 계좌 의무 가입기간(3년)을 폐지하는 방안과 함께 ISA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용보다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재부는 2월 중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고한 뒤 금융위와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尹 "세제 개혁 더 과감하게" 한마디에…기재부·금융위 ISA 정책 다시 검토
기재부가 ISA 계좌의 세제 혜택을 추가로 확대하는 배경은 윤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ISA 비과세 한도를 연간 2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상향하고, 납부 한도도 연간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발단은 민생 토론회 형식으로 열린 업무보고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각계각층이 참석한 가운데 직장인 권소영씨가 "대통령이 약속한 것처럼 금투세를 폐지하고 거래세와 ISA도 실질적으로 도움 되도록 개선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기재부는 "ISA 비과세 한도가 현재 200만~400만원인데 500만~1000만원까지 확대하고 납부 한도 역시 총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기재부의 답변을 듣고 "금융상품시장의 세제가 합리적으로 잘돼 있는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면 당연히 우리 시장의 물이 마르게 되어 있다"며 "세제 개혁을 좀 과감하게 해달라"고 일갈했다.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서 "더 과감한 세제 개혁"을 언급하자 기재부와 금융위가 동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보고 전날 기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사전 브리핑에서 감세에 따른 세수 추산액과 재정 우려 질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ISA 세제 혜택을 추가로 검토하면서 '의무 가입기간 폐지'를 먼저 검토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비과세 한도와 납입금액 한도 확대도 신중하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재부 세제실의 답변을 듣고 '더 과감하게 해달라'라고 말한 만큼 세제 혜택과 관련된 내용도 추가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설되는 '국내투자용 ISA' 대신 일반 ISA 비과세 혜택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투자용 ISA에 비과세 혜택을 추가로 줄 경우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서다. 현재 금융소득종합과세 납부자는 ISA 계좌에 가입할 수 없지만, 신설되는 국내투자용 ISA는 금소세 대상자도 가입할 수 있다.
연이은 감세 정책에 재정 우려 도마…비과세 혜택 신중하게 조율할 듯
일반 ISA 비과세 혜택을 추가로 확대한다면 일본 정책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올해부터 NISA(일본판 ISA) 비과세 혜택을 크게 늘렸다. 이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1년 집권 후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슬로건으로 내놓은 경제 정책 중 하나다. 감세 정책으로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치중된 일본 국민의 자산을 투자로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일본 국민들의 자산을 늘리고, 중산층을 두껍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NISA 비과세 기간을 기존 5년에서 무제한으로 변경하고 연간 투자액을 3배(120만엔→360만엔)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NISA 매입 금액이 현재 28조엔에서 56조엔으로 2배 늘어날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가 올해 업무보고에 담은 ISA 세제 혜택도 이런 내용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비과세 한도와 납입금액 한도를 추가로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ISA 비과세 확대안과 금투세 폐지 등 연이은 감세 정책으로 재정 적자 확대 비판이 불거진 탓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다른 나라 사례를 언급하며 세제 개혁을 요구했지만 일본의 NISA 수준까지 비과세 혜택을 추가로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금융위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업무보고 내용대로) ISA 세제 혜택을 확대하면 약 2000억~3000억원까지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융위 정책의 선순환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정태적 추산"이라고 설명했다. 검토 중인 내용을 담아 ISA 비과세 규모를 늘리면 세수 감소 규모도 커진다.
기재부가 신중하게 검토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금투세 폐지 공식화에 따른 세수 감소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5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하면 2027년까지 3년간 4조328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3년간 두 정책만으로 최소 4조6328억~4조9328억원의 세수가 덜 걷히는 셈이다.
한편 기재부 등 정부는 2월 중 기재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금투세 폐지와 ISA 비과세 추가 확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법안 통과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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