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못 타세요" 손톱만 한 얼룩에 탑승거부 당했다, 무슨일

최승표 2024. 1. 3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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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 사는 최모(60)씨는 지난해 8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가족여행을 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 수속을 진행하던 항공사 직원이 “여권이 훼손돼 말레이시아에서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며 비행기 탑승을 막았다. 최씨는 “새끼손톱만 한 얼룩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따졌지만 항공사가 말레이시아 현지에 알아본 결과 입국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씨는 광주로 돌아왔고 나머지 가족만 말레이로 떠났다.

여권에 자기도 몰랐던 훼손 부위가 있어서 출국을 못하는 여행객이 적지 않다. 사진 속 여권 소지자는 하단에 손톱만 한 얼룩이 있어서 출국을 못했다고 한다. 신원정보를 식별하는 데 지장이 없는데도 문제가 됐다. 사진 독자 제공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오랫동안 방치했던 여권을 별생각 없이 가져갔다가 날벼락을 맞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외교부는 여권이 훼손된 경우 외국 출입국 및 항공권 발권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신원정보란이 중요하다. 사진 있는 면이 찢어지거나 얼룩이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출입국 도장을 찍는 사증란도 원칙적으로 훼손하면 안 된다.

출입국과 상관없는 기념 도장이나 낙서도 허용하지 않는다. 관광지 기념 도장을 여권에 찍고도 문제가 없었다는 사람도 있으나, 나라에 따라 또 입국 심사관에 따라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동남아시아가 일본이나 유럽보다 여권 훼손에 민감하다는 통설이 있다. 출입국을 관리하는 법무부에 물었더니 “훼손 여권 판단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여권 관리도 개인 책임이다. 케이스에 담아서 잘 간수하는 게 중요하겠다.

여권 외부에 찢긴 자국이 있거나 사증란에 낙서, 관광지 기념 도장이 있어도 외국 출입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진 외교부


오랜만에 외국을 나간다면 유효 기간도 잘 살펴야 한다.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야 입국을 허락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유럽의 경우 3개월만 남아도 되는 나라가 많고, 홍콩은 체류 예정 기간에 1개월을 더한 날짜만 남아 있으면 괜찮다.

출국을 위해 공항까지 갔는데 여권을 안 챙겨 왔거나 훼손된 사실을 알았다면? 공항에서 긴급여권을 발급하면 된다. 인천공항 1·2 터미널에만 여권민원실이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휴일에는 쉰다. 다른 국제 공항에서는 긴급여권 발급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인천공항에는 긴급여권을 발급할 수 있는 여권 민원실이 있다. 긴급여권이 만능은 아니다. 여행할 나라가 긴급여권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잘 확인해야 한다. 최승표 기자

긴급여권이 모든 나라에서 통하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일본·태국은 별 조건 없이 긴급여권을 인정한다. 미국도 인정은 하지만, 비자가 있어야 한다. 전자여권으로 ESTA(전자여행허가)를 신청한 여행객은 긴급여권이 무용지물이다. 국가별 입국 허가 요건은 외교부 안전여행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구청 같은 발급 대행기관에 여권을 신청하면 여행 비수기는 3~4일, 요즘 같은 성수기는 7~8일 후에 받을 수 있다. 이 기간을 고려해 미리 신청하는 게 안전하다. 유효기간 만료로 인한 갱신은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저렴한(1만5000원) 녹색 여권 발급이 중단됐고, 현재는 차세대 전자여권만 발급해준다. 10년짜리 58개면 복수여권 발급비는 5만3000원이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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