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경성'과 아쉬움을 남기는 '크리처'

김준모 2023. 12. 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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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김준모 기자]

 <경성크리처> 포스터
ⓒ 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집중하는 장르가 있다면 바로 크리처물이다. 그간 오리지널 시리즈 공개에 다양성을 중시해 왔던 넷플릭스는 12월에만 <스위트홈2>와 <경성크리처>, 2024년 상반기 <스위트홈3>와 <경성크리처2> 공개를 예고하며 K-크리처 열풍을 이끌고자 준비를 끝마쳤다. 특히 <경성크리처>의 경우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창작물이라는 점, 배우 박서준과 한소희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남다른 관심을 받았다.

파트1의 7부작이 먼저 공개된 <경성크리처>는 '크리처'보다 '경성'에 집중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시대극의 색감이 강하다. 작품은 1945년 경성을 배경으로 이곳의 최고 자산가이자 정보통인 태상과 만주에서 온 투기꾼 채옥이 일제에 의해 엮이며 시대의 어둠과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먼저 태상의 서사에서 강조되는 건 호기로운 성격과 능란한 처세술로 아무리 가면을 써도 끝나지 않은 무대에 오른 당시 조선인이 겪었던 고통이다.

정의로운 마음을 지녔지만 시절이 하 수상한 만큼 생존을 위해 고개를 숙여야 했던 태상은 그럼에도 여전한 일제의 무시와 억압을 받는다. 자신을 협박해 기생 명자를 찾으려는 이시카와 경부나 그의 전당포 자체를 빼앗으려는 일본 건달들, 눈앞에서 폭행을 목격하고도 조선인이란 이유로 침묵하는 경찰들을 겪으며 염증을 느끼는 태상이다. 이런 태상의 마음을 빼앗으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인물이 채옥이다.
 
 <경성크리처> 스틸컷
ⓒ 넷플릭스
 
사람을 찾는 토두꾼인 채옥은 아버지와 함께 거친 만주땅에서 일하던 중 어머니를 찾기 위해 경성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정보를 찾아줄 것을 조건으로 태상의 명자 찾기에 협조하기로 한다. 채옥은 조선을 지키기 위해 또는 조선에서 살 수 없기에 한반도를 떠났던 이들을 상징한다. 태상과 채옥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일제에 의해 시대의 어둠에 쫓겨나야 했던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일본군에 의해 납치를 당한 명자를 찾고자 한다는 점은 빼앗긴 조국을 되찾고자 하는 독립운동의 의미와 연결된다. 채옥이 크리처와 관련된 핵심서사를 부여받으며 이 의미의 강조는 태상을 통해 표현된다. 시작은 채옥에 대한 관심과 이시카와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고통을 받는 시민들과 자신이 쓴 가면 때문에 그들에게 받는 오해를 깨닫게 되고 각성을 하며 '경성'이라는 독립서사의 중심을 맡게 된다.

'크리처'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설정한 공간은 옹성병원이다. 원장 이치로와 중좌 가토는 이곳의 비밀공간에서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크리처를 만드는 잔인한 생체실험을 진행한다. 이 실험은 일제강점기 당시 하얼빈에서 생체실험을 했던 731 부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감옥 안에 퍼지는 탄저균을 눈으로 착각하고 좋아했다가 고통 속에 죽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눈이 재가 되어버린 지옥 같은 시대상을 보여준다.
 
 <경성크리처> 스틸컷
ⓒ 넷플릭스
  
조선인이 크리처 실험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일제강점기 말기의 내선일체 사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조선과 일본은 하나임을 주장하면서 수탈과 동화를 편하게 만들기 위한 정신개조와 의무 부과만 했던 것처럼, 조선인을 대상으로 크리처를 만들어 불리한 전세를 뒤집고자 한다. <대호>가 호랑이를 죽이며 우리 민족의 얼을 죽이려고 했던 일본을 보여줬다면, <경성크리처>를 괴물을 만들며 영혼을 개조하려고 했던 그 만행을 느끼게 만든다.

<경성크리처> 파트1은 '경성'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흥미롭고, '크리처'를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독립운동에 더해 액션과 느와르, 심지어 로맨스까지 분위기를 살려내며 몰입 강한 서사를 선사한다는 점은 경성 파트가 지닌 매력이다. <제빵왕 김탁구>,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가족끼리 왜 이래> 등 호흡이 긴 히트작을 다수 보유한 강은경 작가의 글맛이 돋보이는 지점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크리처물의 매력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것이다. 시즌1 공개 이전부터 시즌2 제작을 확정하면서 하이라이트인 크리처를 뒤로 미룬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스위트홈>처럼 크리처 중점의 이야기를 기대한 장르 마니아라면 다소 실망감을 느낄 구성을 택했다는 점이다. 과연 이 작품을 선택하는 넷플릭스 구독자들이 어느 지점에 더 초점을 맞춰 극을 음미할지 추후 반응이 기대되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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