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②] 거장의 수난...영화계 세대교체
올 한 해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 영화는 단 6편. ‘범죄도시3’(누적 1068만명·손익 180만명), ‘밀수’(누적 514만명·손익 400만명), ‘잠’(누적 147만명·손익 80만명), ‘콘크리트 유토피아’ (누적 384만명·손익 380만명), ‘30일’(누적 200만명·손익 160만명) 그리고 연말 극장가에서 흥행 질주 중인 ‘서울의 봄’이다.
전작 ‘아수라’로 흥행 참패의 고배를 마신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으로 감독 인생 최고의 봄을 맞이했다. 지난 11월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은 700만 관객을 초고속 돌파하며 ‘한산: 용의 출현’(726만)을 제치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흥행 톱3에 등극했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외한 작품 중 최고 스코어다.
무엇이 현대사를 이렇게 바꾸었는지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렸다. 군사반란이 전개된 9시간 동안의 자료가 제대로 남아았지 않지만, 이 빈틈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며 김 감독은 141분의 러닝타임 안에 밀도 있게 압축해냈다. 두 주연 배우 황정민, 정우성의 팽팽한 연기 대결이 극의 긴장감을 제대로 끌어올리며 중장년에서 MZ세대까지 폭넓은 세대를 모처럼 극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또 다른 흥행의 기적을 이뤄낸 신예 감독들을 보자. 탄탄한 실력에 기발한 아이디어, 뚜렷한 개성까지 장착했다. 거장들의 추락은 안타깝지만, 세대교체 갈증을 짜릿하게 채워주며 또 다른 희망을 안겼다.
이 작품은 내년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심사위원 7인의 만장일치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선정하며 “인물 군상들의 다양한 욕망을 잘 드러냈고, 주인공 이병헌이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했다”고 호평했다.
유재선 감독의 ‘잠’은 또 얼마나 신박한가.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토론토 미드나잇 매드니스 섹션, 판타스틱 페스트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개봉 전부터 기대감이 컸던 작품은 개봉 후에도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유 감독은 ‘옥자’ 연출부 출신으로, 봉준호 감독의 제자다. 봉 감독은 이 작품을 두고 “10년 동안 본 공포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것이 ‘고슴도치 사랑’이 아니었음은 흥행 스코어로 입증됐다.
강하늘 정소민이 호흡을 맞춘 ‘30일’의 활약도 남달랐다. 두 배우가 ‘스물’ 이후 8년만 재회한 영화는 장르물 홍수였던 극장가에 적재적소 타이밍에 등장해 자신만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했다.
통상 극장가에서 멜로 장르는 상대적 약체로 꼽히지만, 장르적 재미를 단단하게 잡은 웃음의 힘은 기대 이상으로 강했다.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시너지를 내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겨 코미디 로맨스의 반란을 이끌었다.
팬데믹을 거치는 3년 동안 콘텐츠 관람 문화는 바뀌었고, 일각에선 “극장의 시대가 끝났다”는 암울한 관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영화 흥행은 더욱 예측 불가가 됐다.
그렇다고 영화인들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하늘의 뜻’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물론 타이밍이나 경쟁작 대진표, 사회 이슈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도 많지만, 무엇보다 ‘콘텐츠의 힘’이, 기획의도와 장르에 충실한 기본기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타 캐스팅, 거장의 이름값에 기댄 호불호가 갈리는 올드한 콘텐츠는 더이상 살아 남기 힘든 세상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또 극장 티켓 한 장 값이면 쟁쟁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한 달 구독료를 낼 수 있다보니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게다가 글로벌 OTT가 전 세계 구독자들을 겨냥해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들을 쏟아내면서 그야말로 ‘콘텐츠 서바이벌’ 시대가 도래했다. 영화 관계자들도 입을 모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IP(지적재산권) 경쟁시대’라고 말한다.
2024년에는 말로만 읊는 그들만의 의리가 아닌, 풍성하고도 건강한 이야깃거리로 관객과의 진정한 소통이 되는 영화계가 되길 기대해본다. 관객들은 과거의 영광, 숫자로 말하는 젊음이 아닌 초심, 말랑말랑한 감각으로 영화적 쾌감을 선사해주길 바란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한국 관객들이 환호하고, 국내 영화의 전성기가 다시 찾아올 때 글로벌 K-콘텐츠 신드롬은 더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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