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청년과 노인, 살 집이 없다

신수지 기자 2023. 12.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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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年 37만가구 느는데, 소형주택 공급 14%씩 감소
전체의 34%로 증가한 750만 1인가구, 주거 불안 우려
그래픽=양인성

대학생 때부터 15년 넘게 1인 가구로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전모(35)씨는 내년 3월 빌라 월세 만기를 앞두고 고민이 깊다. 회사와 가깝고, 방과 거실이 분리된 오피스텔을 찾고 있는데 월세 매물이 거의 없을뿐더러 가격도 너무 비싼 탓이다. 전씨는 “이사를 할 때마다 점차 외곽으로 빠지고, 방도 작아져 주거 여건이 열악해지고 있다”며 “빌라는 전세 사기가 겁나고, 아파트는 소형도 분양가나 전·월세가 너무 비싸 엄두를 내기 힘들다”고 했다.

비혼(非婚) 확산과 혼자 거주하는 노인들이 늘면서 1인 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주택 공급은 반대로 급감하고 있다. 빌라·오피스텔 같은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주택을 주로 짓는 중소 건설사·시행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자금 경색의 직격탄을 맞아 사업에 착수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형 아파트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 언감생심인 경우가 많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대부분 아파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1인 가구 주택’ 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2030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양질의 소형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양인성

◇1인 가구 느는데, 살 만한 집은 급감

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 가구는 750만2000여 가구로,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한다. 청년층의 결혼 기피와 고령화로 사별 후 혼자 사는 고령층이 늘면서 2017년부터 1인 가구는 매년 평균 37만 가구 이상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를 넘을 것이라는 게 주택산업연구원의 추산이다.

하지만 1인 가구가 들어가 살 만한 집을 구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가구 구성원 수와 주택 면적 통계를 분석한 결과, 현재 1인 가구의 70.3%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넓은 생활 공간이 필요하지 않고, 이들의 소득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작은 집을 선호하는 것이다. 반면 전용 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의 공급은 2017년 이후 연평균 14.1%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2~3년 후에는 소형 주택 공급이 급감할 전망이다. 올해 1~9월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의 인허가 실적은 4만6818호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0.1%나 줄었다. 1인 가구 주택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택 유형별로 봐도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오피스텔(1만2800호)과 도시형생활주택(5800호) 인허가 실적은 전년보다 각각 67.1%, 73.6% 급감해 아파트(-29.6%)에 비해 감소 폭이 훨씬 컸다.

최근 소형 주택 인허가가 급감한 것은 주택 경기 침체 속에서 공사비와 대출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소형 주택을 주로 짓는 중소 시행사들이 자금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가 보증하는 아파트 사업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금리는 10% 안팎이지만, 빌라·오피스텔을 짓는 소형 건설사는 신용도가 낮아 여전히 20% 정도의 높은 금리를 요구받고 있다”며 “소형 주택은 도저히 사업성이 안 나온다”고 했다.

수요에 비해 소형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청년 1인 가구 대상 행복주택 입주 경쟁률은 세 자릿수로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 입주자를 모집한 서울 잠실 행복주택 전용 14㎡ 10가구 모집에는 대학생·청년 3174명이 몰렸다. 서울 삼전동 행복주택 전용 20㎡ 역시 20가구 모집에 청년 5339명이 접수해 26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주택 수 제외, PF 보증 확대 등 필요

전문가들은 소형 주택 공급 부족이 1인 가구 주거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을 ‘다주택자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고 있다. 예전엔 시세 차익을 노리고 오피스텔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엔 오피스텔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드물다. 오히려 퇴직자들이 월세 수익을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사는 사례가 많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퇴직한 임대 사업자들이 소형 오피스텔을 구매해서 세를 놓을 수 있게 하면, 소형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정에 집중된 공공주택 특공을 1인 가구로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소형 주택 건설 사업자들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 규모를 확대하고, 심사 기준을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신임 국토부 장관 후보자 역시 비아파트 중심의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을 시사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1인 가구로 살면서 굳이 아파트 형태를 갖춰놓고 살 필요가 없다”며 “주택 수요가 굉장히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거기에 맞는 다양한 주택들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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