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기 모자라 건물 못 짓는다…전력난 부동산개발사업도 세웠다 [부동산360]
준공시점 전력 공급 불가에 개발 위기
데이터센터 전기 사용 신청 폭주 영향
계통 보강 전까지는 마땅한 대안 없어
‘전기 알박기에 전력공급 부족’ 지적도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서울과 수도권의 전력난으로 부동산개발사업이 중단위기에 처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며 향후 수년간 전기판매사업자(한국전력)의 전기 공급 용량이 포화된 탓이다. 전기가 부족해 부동산개발사업의 인허가가 반려된 건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앞으로도 이처럼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해 개발 인허가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확산될 것으로 보여 자칫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로까지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력난발(發) 건설업계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행사(개발업체) A업체는 최근 한전으로부터 인근 변전소 공급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전력 사용을 희망한 시기(준공시점)에 전력 공급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A업체는 부동산개발사업 인허가를 위한 지자체 심의를 통과하고 한전에 전기사용예정통지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PF를 활용한 자금 조달도 마친 상황인데 예상치도 못한 ‘전기 사용 신청’ 단계에서 발목이 잡힌 것이다. A업체는 전기 사용 신청 용량을 최소한으로 줄여 재접수했지만 한전의 계통 보강시점이 앞당겨지기는 힘들어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착공 전부터 날벼락을 맞은 A업체는 최악의 경우 해당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전의 계통 보강이 이뤄지는 시기까지 PF 대출기간이 연장되더라도 부가적인 이자 등 금융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A업체 관계자는 “전기 부족으로 인해 부동산 PF사업의 순항을 위한 증표인 ‘건축 허가’가 나오지 않아 착공하지 못하면 최근 브리지 대출 및 PF로 자금을 조달한 사업장들은 금융이자 부담이 가중돼 부실 사업장이 될 수도 있다”며 “전기 부족으로 치명적인 인허가상 문제가 발생해 사업이 멈춘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고 들은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는 수도권에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데에서 촉발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 신청이 폭주하며 민간 사업지에 공급할 전기가 바닥났다는 설명이다. 건축법상 ‘방송통신시설’인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다른 용도의 일반 수익형 부동산까지 전력 공급 불허 날벼락을 맞으며 최근 회복세인 건설업계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까지도 제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 일각에선 “전기 공급 및 할당에 대한 체계적 계획이 없어 벌어진 행정 참사가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전은 이에 대해 지난 몇 년간 수도권에 전기 사용 신청이 몰려 공급계획을 순차적으로 잡은 것뿐이며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그동안 데이터센터들의 전기 사용 신청 접수가 폭증해왔다”며 “(전기 추가 공급을 위한) 설비 보강은 향후 장기 계획에 반영해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임시방편으로 선로를 끌어 공급하는 방안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 건설업계에선 재매각을 노린, 소위 ‘전기 알박기’ 행태 또한 전력난을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건설업계는 전력난으로 인한 이번 인허가 중단 사례가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과 수도권 내 대규모 개발사업 등에서 전력 부족으로 인한 사업의 애로와 갈등이 보다 빈번하게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건설사 현장 관계자는 “과거 판교신도시가 조성될 때도 기관 간 미스매치가 나온 바 있다”며 “건물, 주택 등 전력 수요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에 돌입해 대형 발전기를 가져와 ‘소규모 발전소’를 갖다놓은 것처럼 급하게 대응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여유 전력을 넘어선 수요가 갑자기 생기면 공급을 못하는데 현실적으로 증설속도가 따라오지 못하니 사업속도가 느려지는 등의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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