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바닥에 시너, 말리던 사람도 위험…자살방조 혐의자 없다”
건설노조·언론노조 “악의적 보도로 2차 가해…법적 대응”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분신 현장에 있었던 건설노조 강원지부 부지부장 A씨가 양 지대장이 휘발유를 자신의 몸과 주변에 뿌린 채 다가오지 못하게 하자 양 지대장과 다른 동료에게 전화해 극단적 선택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의 자살방조 정황은 없다”고 했다. 건설노조와 언론노조는 A씨의 자살방조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유가족과 A씨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와 언론노조는 17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 보도는 양회동 열사와 유가족, 목격자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고의적 사건 왜곡 보도로 혐오 범죄와 2차 가해를 저지르는 조선일보는 이제 그만 언론의 외피를 벗어라”라며 “악의적 보도 행태와 가담한 세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전날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 제하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A씨가 양 지대장의 분신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분신 이후에도 걸어가며 휴대전화를 조작했다’고 보도했다. A씨가 양 지대장의 분신을 방조한 게 아니냐는 취지의 기사였다. 같은 내용의 기사는 이날자 지면에도 실렸다.
보도 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진실이 밝혀지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건설노조가 파악한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노동절인 지난 1일 양 지대장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동료 B씨에게 “분신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분신을 말리던 B씨는 설득에 실패하자 평소 양 지대장과 막역한 사이였던 A씨에게 “(양 지대장을) 말려달라”며 연락했고, A씨는 양 지대장이 있던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에 도착했다.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목격자(A씨)가 양 열사와 조우했을 당시 양 열사는 한손엔 라이터를 쥐고, 다른 손엔 휘발성 물질을 들고 있었다. 양 열사는 ‘다가오지 말라’ 경고했고, 목격자는 섣불리 접근할 수 없었다. 불의의 사고가 날 것에 대비해 대화로 설득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A씨가 양 지대장의 분신을 방조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양 지대장의 분신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 강릉경찰서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건이라 자세히 밝히긴 어려우나 현재까지 자살방조 혐의로 입건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양씨가 주변 바닥 등에 먼저 시너를 뿌리고 손에 라이터를 든 채 동료와 주위 사람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한 뒤 분신한 것”이라며 “바닥에 시너가 뿌려진 상황에서 곁에 다가갔다면 말리던 사람도 함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일단 현장에 있던 사람들 진술과 주변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자살방조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건설노조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검찰과 경찰 조력을 통해 쓰인 것으로 보인다. 기사 속 갈무리 영상은 독자에게서 제공받았다고 했으나, 현장 확인 결과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건물 외부를 촬영하는 CCTV”라며 영상 유출 경위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기은·최승현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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