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아파트 2억씩 ‘껑충’… 부동산 상급지 갈아타기 ‘조급증’ 우려도

이미호 기자 2023. 5. 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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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 폭 ‘상위 10′ 아파트, 최소 2억원 이상↑
“갈아타기, 급매 소진 후 가격 상승 이끌어”
”거래량 5000건 넘어야 매도자 우위 시장... 여전히 좋은 타이밍”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반전세(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정모씨(48)는 요즘 ‘상급지 갈아타기’ 타이밍을 놓치게 될 까봐 마음이 심난하다. 올 들어 아파트 매매가가 한동안 움직임이 없었는데, 최근 45평 아파트가 2억원 이상 상승 거래 되면서다. 게다가 주변 일대 아파트도 상승 거래된 사례들이 속속 등장했다. 정씨는 원래 다른 지역에 본인 명의 아파트를 팔려고 내놨지만 반응이 없자, 전세를 놓고 이곳에 월세로 들어왔다. 이른바 ‘똘똘한 한채’로 사두려고 점찍은 곳이라 먼저 임대차 형태로 거주하면서 분위기를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거의 2년간 거래가 없던 단지에 올 들어 거래가 한 두건 발생하더니 급기야 한 달 전보다 2억원 이상 가격이 뛰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최근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인기 단지 위주로 ‘상승 거래’가 발생하면서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를 노리는 실수요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상승 거래가 전통적으로 갈아타기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고, 현 거주지의 가격 상승폭 보다 상급지의 가격 상승폭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타이밍을 놓칠까 고심하는 양상이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3월13일~4월12일’ 거래 물건과 ‘4월13일~5월12일’ 거래 물건 비교) 서울에서 가격 상승폭이 가장 큰 아파트는 잠원 한신 85.52㎡로 지난 3월 31일 15억원(1층)에서 지난달 25일 22억35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2위는 성수동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 159.6㎡가 3월 26일 62억원에서 4월 19일 67억5000만원으로 5억5000만원 상승 거래됐다.

이어 3위 서초그랑자이 84.84㎡ 5억1000만원 상승(3월 15일 28억4000만원→4월 25일 33억5000만원), 4위 아시아선수촌 151㎡ 4억5000만원 상승(4월 10일 31억원→4월 26일 35억5000만원), 5위 헬리오시티 110.44㎡ 3억9200만원 상승(4월 6일 20억8800만원→4월 15일 24억8000만원)순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다. 6~10위에 해당하는 여의도동 한양아파트 149.59㎡, 대치미도 128.01㎡, 잠실엘스 119.93㎡ 등도 모두 2억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금액도 상승세다. 빅데이터 및 AI 기반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이 지난달 15일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조사한 결과, 올 1분기 전국 부동산 매매금액은 64조59억원으로 직전 분기(50조8054억원)와 비교하면 26% 증가했다. 아파트 거래금액은 31조7505억원으로 직전 분기(13조9083억원) 보다 128.3% 늘었다. 전년 동기(21조3575억원) 보다는 48.7%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강남3구와 강동구가 있는 동남권 아파트값이 모두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각각 0.01% 내렸던 송파구와 강동구의 아파트값이 이번 주 0.08%, 0.02% 올라 상승 전환했다. 서초구(0.02%)와 강남구(0.01%)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통상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면 대단지 랜드마크 아파트의 상승 폭이 하급지 보다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점에서 갈아타기를 노리는 수요자들은 ‘타이밍을 놓칠까봐’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가격의 ‘바닥’을 확인해서 아파트를 매수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닥에 근접했다’는 판단은 거래량을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부동산업계에서는 매매거래량이 5000건을 넘어가면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뀐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458건을 기록했는데 2021년 8월 이후 1년 7개월만에 최대치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울 거래량이 1000건 미만이면 바닥으로 인식하고, 3000건이 넘으면 매수자와 매도자가 소위 ‘치고 받는 시장’이 형성된다. 그런데 5000건이 넘으면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거래량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최근 상승 거래된 물건들 상당수는 ‘갈아타기에 성공한’ 물건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고 대표는 “갈아타기 현상이 급매물을 소진시키고 가격 반등까지 가져왔다고 봐야 한다. 대출 규제도 완화됐고 갈아타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현 시점에서 갈아타기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사철이 마무리되면서 관망하는 매수자들이 있고 ‘눈치 싸움’이 길어질 경우 호가 조정 여지도 있다는 점에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 연구원은 “강남권부터 가격이 회복될 것이란 인식이 팽배해 지난 연말·연초 때의 급매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상승만 보고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강남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로 급매물이 나올 수 있어 당분간 가격 흐름을 지켜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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