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이제 '일본처럼' 해보자...과연 무엇이 다른가 [리부트 KBO⑤]

김동영 2023. 3. 21. 05: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WBC 일본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중국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한국은 탈락했지만, 전세계 야구계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열광하고 있다. 흥행 대박이 터졌다. 그 중심에 일본이 있다. 결론은 하나다. 잘한다. ‘라이벌’이라 하기 민망한 수준의 격차만 보고 말았다. 무서울 정도로 벌어졌다. 이제 진지하게 ‘일본처럼’ 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번 대회 B조 조별라운드를 4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압도적이었다. 8강에서는 이탈리아를 9-3으로 제압했다. 4강 진출 성공. 전 대회 최소 4강이라는 대기록도 썼다. 1~2회는 우승을 차지했고, 3~4회 대회에서는 3위에 자리했다.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다.

한국은 한없이 초라했다. 조별라운드 1차전 호주전에서 7-8로 패했고, 일본에 4-13으로 완전히 무릎을 꿇고 말았다. 콜드패를 걱정했을 정도다. 체코-중국을 잡기는 했으나 8강 진출은 실패. 무거운 마음을 안고 조기에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본전에서 확인한 격차가 충격적이었다. 투타 모두 한국보다 강했다. 마운드는 선발로 나선 다르빗슈 유가 가장 약해 보일 정도였다. 올라오는 투수마다 시속 150㎞를 넘어 시속 155㎞를 뿌렸다. 타선은 정교함에 파워까지 갖췄다. 단순히 ‘스몰볼’을 하는 팀이 아니다. 쉬어갈 틈이 없었다.
WBC 일본 대표팀 사사키 로키가 11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체코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반면 한국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조차 버거웠다. 컨디셔닝 실패가 치명타가 되어 돌아왔다. 분명 KBO리그에서 그렇게 던지는 투수들이 아닌데, 구속도, 제구도 전혀 다른 모습이 나왔다. 스피드의 경우 시속 140㎞ 초반에 그친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투수들이 정상적인 몸 상태로 던졌더라도 시속 150~155㎞를 펑펑 뿌렸을지는 미지수다. 기본 구속이 그만큼 되지 않는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예전보다 늘기는 했으나 여전히 한국은 ‘150’이라는 숫자에 놀란다. 일본은 ‘160’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제구 차이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렇다면 대체 일본은 어떻게 하기에 제구는 제구대로 정교하게 유지하면서 구속 상승을 이끌어내고 있을까. 일본야구 사정에 밝은 현지 관계자에게 물었다. 일단 첫손에 꼽히는 것이 훈련방법의 진화다.
WBC 일본 대표팀 이마나가 쇼타가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한국과 경기에 등판해 피칭을 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양’을 강조한다. 많이 뛰어서 하체를 단련하고, 많이 던져서 폼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최근에는 추가된 부분이 있다. 투구시 중요한 견갑골이나 고관절 주위, 코어 등에 대한 트레이닝을 세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트레이닝의 효율성을 높인다. 이를 통해 구속 향상이 이뤄졌다.

근력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시속 165㎞의 강속구를 뿌리는 사사키 로키를 예로 들 수 있다. 192㎝-92㎏의 빼어난 신체 조건이 돋보인다. 그러나 핵심은 ‘코어’다. 기본적으로 피칭은 하체→코어→상체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공에 힘을 전달한다. 프로 입성 후 체중을 7㎏ 늘렸고, 코어를 집중적으로 강화했다. 중심이 잡히니 구속도 늘고, 제구도 된다.

종합하면, ‘빠른 공을 정확하게 뿌릴 수 있는 몸’을 제대로 만든다는 뜻이다. 단순히 많이 뛰고, 던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신체를 잘게 쪼개 강화하는 형태다. 여기에 초고속 카메라를 동원, 투구폼을 정확하게 체크하고,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이 시스템은 프로 뿐만 아니라 아마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고시엔(일본전국고교야구대회)에 단골로 출전하는 수많은 명문고교들이 같은 훈련법을 쓰고 있다. 일본이 강한 이유다.

심리적인 부분도 있다. 시속 150㎞는 지금도 강속구로 꼽힌다. 그러나 오타니 쇼헤이, 사사키 등이 이미 시속 160㎞를 뿌린다. 100마일(약 160.9㎞)을 던지는 투수가 즐비한 메이저리그는 말할 것도 없다. 이를 본 일본 선수들과 지도자 마음 속에 ‘더 빨리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 ‘심리적인 장벽’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자신감을 얻고, 멘탈이 강해진다. 야구계 전체 레벨이 올라가는 효과로 이어진다.
일본 WBC 대표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12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호주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 | 도쿄=AP연합뉴스
끝으로 정보 공유를 들 수 있다. 현지에서는 ‘오픈 쉐어’라는 용어가 생겼다. 서로의 기술이나 훈련법 등을 공유하고, 선수들이 서로 배운다. 소속팀이 됐든, 대표팀이 됐든, ‘한팀’이기에 가진 것들을 적극적으로 나눈다. 이것이 퍼지면서 전체적으로 힘이 강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선순환’이다.

이미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은 일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꽤 된다. 최상위 레벨의 정보들이 돌고 돈다.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것은 결국 선수의 몫이지만, 정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국도 여러 선수들이 정보를 나누지만, 아예 용어가 생길 정도로 트렌드는 또 아니다.

분명 한국야구도 예전과 다르다. 최근 부진한 것은 맞다. 그래도 많이 발전한 것도 맞다. 지도자들이 수시로 해외에 나가서 배워오고, 선수들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무조건 메이저리그가 최고’라고 할 일이 아니다. 일본 또한 우리보다 선진야구를 하고 있다. 오히려 같은 아시아인으로 체격조건이 유사한 일본이 왜 저렇게 잘하는지 파악하고, 가져올 것은 가져오는 쪽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이제 일본처럼 한 번 해볼 때다. 알아야 넘을 수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