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이주노동자 주거, 국가가 나서야

2023. 3. 1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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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사 숙소서 숨진 태국인 노동자 ‘충격’
사업자 아닌 국가책임주의 관점 필요
지난 4일 경기 포천시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태국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A씨가 인근 야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숙소에서 숨진 A씨를 농장주가 트랙터에 실어 유기한 것이다. A씨 생활 공간은 축사 안에 마련돼 있었다. 성인 2명이 눕기도 힘든 좁은 방은 얇은 시멘트 벽으로 돼지우리와 겨우 구분됐다. 그마저도 허술한 벽 틈으로 돼지 분뇨가 흘러들었고, 비닐로 덮인 돼지 사체들에서 풍기는 악취가 코를 찌르는 곳이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공간에서 A씨는 10년 동안 ‘코리안 드림’과 함께 차츰차츰 스러져갔다.
이수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이번 사건은 불과 3년 전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캄보디아인 노동자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생활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법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경주했으나, 그때와 지금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이주노동자는 여전히 저렴하고, 열악하고, 비인격적인 공간에서 노동하고 생활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계속되어야 하는가.

캄보디아인 사망 사건 이후 실시된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권과 관련한 실태 조사 및 연구들을 보면, 사용자들이 인식하는 이주노동자의 주거에 대한 인식을 목도할 수 있다. 상당수 사용자는 이주노동자에게 주택이나 오피스텔, 숙박업소가 아닌 조립식 패널,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축사 같은 시설을 숙소로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주거 관련 법적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그 당위성을 주장하고, 강화된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한다. 열에 아홉은 정부의 이주노동자 주거 기준 강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영 환경과 인력난을 심화한다고 말한다. 이주노동자를 사용하는 곳 대부분이 영세 중소 규모의 열악한 사업장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당연히 노동 관련법뿐 아니라, 주거권 보장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면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이들 문제의 해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용자 책임주의에서 국가 책임주의로 관점을 전환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기본권 보장은 국가의 책임으로 설계된다. 반면,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은 사용자 또는 사업주의 책임으로 설계된다. 따라서 이주노동자 주거권 보장을 위해 법을 강화하면 할수록 사업주의 부담을 강화하는 것이 되고, 그렇지 않아도 영세한 사업주의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이는 결국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더욱 큰 법적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법적 실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경우 사용자가 제공하는 작업장에 위치한 주거 시설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이들 이주노동자에게 일터는 곧 주거 공간이 된다. 그래서 이주노동자 주거권 보장은 국가 책임주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사용자에게 전적인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저출산, 초고령화, 고학력 사회로의 진입 등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로 인해 인구학적 측면에서 외국인력 수요가 커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노동집약적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대외 인력 의존도가 급증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이주노동자 관련 쟁점이 기존 고용허가제,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기준 준수, 노동3권 인정 등에 있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주거권 및 쾌적한 생활환경권의 보장에 있음은 자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주민 시대에 과연 누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실질적인 ‘주체’이고, 우리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미래’인지 공론화해야 한다.

생산노동인구의 감소 등에 따라 외국인력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이제 우리는 왜 이들에게 더욱 열악한 주거 시설과 환경이 제공되고, 왜 이주노동자들은 이를 수용하여야만 하는가 등과 같은 원론적인 고민에서부터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실질적인 주거권의 보편적 보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이수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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