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떨어져도 평당 8천만원”…한국 집값 뉴욕보다 비싼데, 왜? [매부리레터]
빌라 허물고 계속 아파트 짓고
도심 집중화에 수도권 아파트 급상승
서울 아파트 78%가 두배 이상 올라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전용 84㎡)가 2월8일 29억7000만원에 실거래됐습니다. 지난해 5월 39억원에 거래됐던 곳입니다. 10억원 가까이 하락 실거래인데도, 평당 8400만원입니다. 이러한 고가 아파트 실거래가를 놓고 항상 비슷한 논쟁이 일어납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소득대비 너무 비싸다”는 의견과 “글로벌 선진국 대도시는 대부분 집값이 높다”는 의견이 대립합니다.
5일 KB금융지주가 발간한 ‘2023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기준으로 보면 서울 집값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의 가계부채 상황을 점검하면서 선진국과 국내 집값을 비교했습니다. 한국의 PIR은 2021년 기준 7.6으로 호주와 비슷하며, 미국·영국·캐나다에 비해 높은 수준입니다. 수도권 기준으로 보면 한국 수도권은 12.0으로 뉴욕·런던·토론토에 비해 높은 수준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 가계 소득 대비 집값이 글로벌 선진국 대도시보다 비싸다는 뜻입니다.
이는 2021년 기준이므로 올해 집값이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PIR가 약간 조정될 수 있지만 글로벌 선진국보다는 월등히 높다는 점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트는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의 주거 형태입니다. 아파트는 인프라 및 건물 질이 더 좋습니다. 아파트 선호로 인해 도심지에 빌라를 허물고 신축을 짓다보니 가격이 올라가고, 신축에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다보니 공사비가 더 증가합니다.
보고서는 “용적률 제한으로 일정 구역에 과도한 주택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점과 맞물리면서 한국 아파트는 중산층 이상의 고가 주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면서 “아파트는 대규모 표준화된 형태로 가격을 매기기가 쉽기 때문에 거래가 쉬운 용이성과 맞물려 집값이 상승하게 됐다”고 분석합니다.
도심 집중화 현상도 맞물립니다. 한국 인구 중 69.6%가 도시에 사는데, 이는 선진국 중 높은 수준에 해당합니다. 한국은 총인구의 50%가 수도권(서울 25%)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최대도시권역 집중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에 해당합니다.
보고서는 “높은 인구밀도는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며, 수도권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은 높은 주택가격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자가 비중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아파트 선호, 도시 집중이 맞물리면서 이번 부동산 상승기 때 특히 서울 아파트가 크게 뛰었습니다. 서울 아파트는 10채 중 8채가 두배 이상 뛰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지방에서는 이렇게 ‘두배 상승한’ 아파트 비중은 적습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지역별로 아파트 가격이 100% 이상 상승한 비중을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78%에 달하며 경기·인천은 27%인 반면 5개광역시는 10%, 기타지방은 3%에 불과합니다.
보고서는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가계 부채상환 여력도 같이 올라가 전체적인 부채 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즉 집값은 많이 올랐지만 경제도 계속 성장해서 대출을 갚을 능력도 올라갔다는 것입니다.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 비율로 보면 한국은 이 수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2020년 이후에 반등했습니다.
OECD에서 제공하는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 비율은 주택가격지수를 가계의 1인당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수치입니다. 이 지표는 가계의 경제력(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지표는 아니지만, 주택 구매 여력의 변화 추이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과 함께 약 25년간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이 가계 경제력에 비해 감소하고 있습니다. (1995년 대비 2020년, 한국 -40%, 일본 -32%).
보고서는 “상당수 국가가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까지 주택가격이 급격히 치솟은 뒤 조정을 거쳤음에도불구하고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은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에도 별다른 주택가격이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한국 주택가격지수는 199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1% 증가했으나(아파트 4.5%), 1인당 가처분소득은 같은 기간 연평균 4.8% 증가하면서 주택가격에 비해 1인당 가처분소득이 더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가계 부채 상환 여력도 같이 올라가 전체적인 부채 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우량 차주 중심 대출정책을 강화한 결과 은행권 가계대출 및 주택담보대출이 역사적으로 낮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대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금리 부담으로 연체율은 상승할 것이나 시스템 리스크를 위협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다만 요즘 부동산 시장을 위협하는 ‘복병’은 전세가 하락에 따른 역전세 리스크입니다. 전세가 하락이나 세입자를 못구해서 전세금을 돌려줘야할 사람들이 보증금을 못 돌려주면서 발생하는 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할지 연착륙할지는 계속 지켜봐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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